모든 게 극비인 존재…드디어 이륙한 '역대 최강' 스텔스기 [이철재의 밀담]
역대 최강의 스텔스기가 처음 하늘로 날아올랐다. 눈에 안 보인다고 스텔스(Stealth)가 아니다. 레이더에 안 보인다고 스텔스다. 지금까지 최강이었던 B-2 스피릿이 레이더에 새 크기로 나타났다면, 이 스텔스기는 골프공(지름 4.11~4.27㎝) 크기로 나타난다. 이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보다 어렵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6시 50분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일 미 공군 42번 공장(Plant 42)에서 B-21 레이더스가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했다. B-21은 90분 후 40㎞ 떨어진 에드워즈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 공군 앤 스테파닉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B-21은 시험 비행 단계이고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말했다.
모든 게 다 극비인 존재
B-21은 지금까지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미국 공군이 극비 속에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능은커녕 스펙조차 다 물음표 상태다. 개발사인 노스럽그루먼과의 계약 내용조차 비밀이니 말 다했다.
그래도 가끔 찔끔찔끔 모습을 드러내긴 했다. 2015년 1월 30일 미식축구 NFL 수퍼볼 때 노스럽그루먼이 티저 광고에서 베일에 싸인 B-21을 선보였다. 2020년 1월 30일엔 미 공군이 B-21 그래픽을 공개했다. B-21의 모습은 선배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와 거의 비슷했다. 미 공군은 2021년 1월 6일에도 B-21 그래픽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2일엔 B-21 출고식이 열렸고, 올 9월 12일 공군ㆍ우주군 협회의 항공ㆍ우주ㆍ사이버 콘퍼런스에서 찰스 브라운 주니어 미 공군 참모총장이 사진을 보여줬다. 지난달 24일과 31일엔 42번 공장에서 택시(주기장과 활주로를 잇는 유도로에서 항공기가 자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첫 시험비행이 멀지 않았다는 걸 예고했다.
그런데 지난 10일엔 B-21이 전후ㆍ좌우ㆍ상하 구석구석을 세상에 다 드러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 아직도 세상이 B-21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거의 없다. 그나마 파악한 건 다음과 같다.
선배 B-2보다 작은 크기
①크기
B-21은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선배 B-2보다 작다. 날개 너비가 40.23m(추정)로 B-2(52.42m)보다 10m 좁다.
길이도 짧다. 첫 시험비행을 동행한 F-16과 견줘보면 B-21이 많이 크지 않다. 공허중량(Empty Weightㆍ빈껍데기 상태 비행기의 자체 무게)도 B-2(72t)의 절반일 것으로 보인다.
②모양
B-2와 비교하면 뒤태에서 차이가 난다. B-2의 꽁지가 알파벳 W를 두 번 그리는 톱니 모양이라면, B-21은 W가 한 번 그린다. 좀 더 단순하다.
김민석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 특파원은 “B-2는 저공비행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B-21은 스텔스에 자신 있는 듯 정상 고도에서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B-21의 도색은 B-2보다 조금 더 옅다. B-21보다 더 높이 날기 때문에 그런 색깔로 칠했을 가능성이 있다.
외관은 전부 곡선이다. 레이더 전파를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내려는 설계다. 내부 무장창만이 평평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보면 B-21이 B-2보다 좀 더 사납게 생겼다. 조종석 전면창 모양이 보통 눈매에서 화난 모습으로 바뀌었다.
지옥을 지키는 삼두견
③콜사인
지난 10일 시험비행한 B-21엔 서버러스(Cerberusㆍ케르베로스)라는 콜사인(호출부호)이 쓰여있다. 케르베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지옥의 문을 지킨다는 개다. 머리가 3개인 케르베로스가 그려져 있다.
미 공군은 B-21 시제기 6대를 만들 계획이다. 1호기가 서버러스라면, 2~6호기도 그리스ㆍ로마 신화의 괴물로 불릴 가능성이 있다. 2호기는 외눈박이 괴물 사이클롭스(Cyclopsㆍ키클롭스)?
④무장
스텔스 폭격기는 폭탄과 미사일은 내부 무장창에 싣는다. 날개 밑에 주렁주렁 달면 레이더에 그대로 걸려 적에게 ‘나 여기 있소’라고 알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B-21은 내부 무장창을 2개 갖고 있다. 그러나 크기가 B-2보다 작기 때문에 B-21은 무장량이 적을 것이다. B-21이 재래식 폭탄 가운데 가장 위력이 강한 최신형 GBU-57 MOP(대형관통탄)을 2발 탑재하지만, B-21은 1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B-21은 보조 무장창이 2개 더 있다. B-21은 자체 방어를 위해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보조 무장창에 공대공 미사일을 달 수 있다. 스텔스 드론을 탑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워존은 B-21의 보조 무장창에 신형 공대지 미사일인 SiAW(Stand-In Attack Weapon)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SiAW는 탄도미사일 발사대, 순항미사일 발사대, 레이더 기지, 전자전 장비 등 고가치 목표를 제거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⑤엔진
B-21은 상부에 보조 공기 흡입구 2개를 갖고 있다. B-2의 보조 공기 흡입구도 2개다. 그리고 B-2의 엔진은 4개다. 1개의 보조 공기 흡입구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2개의 엔진으로 나눠 보낸다. B-21은 엔진이 몇 개일까?
B-21의 엔진은 프랫 앤 휘트니가 생산한 PW9000이다. 이 엔진은 상용 엔진을 개조한 것이다. B-21이 순항속도 마하 0.8(시속 980㎞)로 대륙을 넘나들려면 연비를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량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B-21의 엔진을 2개로 추정한다.
최대 200대 이상 생산 전망
B-21의 개발이 정상적으로 끝난다면 2020년대 중반부터 배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다코타주 엘즈워스 기지, 미주리주 화이트먼 기지, 텍사스주 다이스 기지가 B-21의 주둔지가 된다. 2040년까지 미 공군의 B-2 스피릿 20대와 B-1 랜서 45대를 대체할 계획이다.
B-21의 정확한 가격은 비밀이지만, 지난해 현재 1대당 6억 9200만 달러(약 8970억원)으로 추정한다.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이지만, 미 공군은 B-21이 가성비가 높다는 입장이다.
왜냐면 B-2가 워낙 값비싼 항공기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1997년 마지막 기체 인도가가 7억 3700만 달러였다. 이는 당시 최고가 기준으로 같은 무게(45t)의 금값(5억 2533만 달러)보다 비싸다. 운용비도 만만찮다. 1시간 당 13만 5000달러 수준이다.
미 공군은 B-21의 생산 비용이 폭등하지 않고, 운용비가 안정적일 경우 배치 대수를 100대에서 145~175대, 최대 200대 이상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다. 왜냐면 B-21이 정말 금쪽같은 전력이기 때문이다.
B-21의 기본 임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함께 핵전력의 3축 중 하나를 담당한다. 핵탄두를 달고 2500㎞를 날아가는 AGM-181 LRSO 스텔스 순항미사일이 B-21에 실린다.
핵 타격뿐만 아니라 재래식 공격도 B-21에 중요한 임무다. 유사시 중국의 방공망을 뚫고 내륙의 핵심 목표를 때릴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방공망을 SiAW로 다 부숴 미 공군과 해군 전투기에 통로를 열어줄 수도 있다.
미국은 F-35 라이트닝Ⅱ라는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항속거리가 짧다. 중국은 필요할 경우 F-35의 기지인 오키나와나 괌을 무력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B-21은 하와이나 디에고 가르시아, 심지어 미국 본토에서도 중국의 심장까지 날아갈 수 있다.
또 B-21은 적진 깊숙한 곳에서 정찰 임무를 할 것이다. E-3 센트리ㆍE-7 웨지테일(공중조기경보통제기), E-8 조인트스타스(지상감시ㆍ전장관리 항공기), RC-135V/W 리벳조인트(전자정보 정찰기) 등 정찰기 못잖은 센서와 레이더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RQ-180 장거리 스텔스 정찰 무인기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드론뿐만 아니라 전투기, 동맹국의 전투기도 지휘통제할 능력도 갖출 가능성이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B-21 출고식에서 “B-21은 미국이 독창성과 혁신에서 끊임없는 진보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또 미 국방부가 현재와 미래의 침략을 억제하는 미국의 능력을 높여주는 첨단 전력”이라고 자랑했다. 미국이 B-21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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