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탈당 고민하는 5선…'색' 바꿨던 그들은 이랬다
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5선·대전 유성을)이 탈당 후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을 시사하자, 과거 역대 총선을 앞두고 당적을 바꿔 출마한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을 떠난다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신당 합류 가능성부터 국민의힘 입당 선택지까지 다 열어놓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그는 “저는 진보다, 보수다, 또는 당이다, 이런 것들이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12월 초까지 탈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총선 국면마다 공천 과정에 반발해 탈당하는 사례는 반복돼왔다. 보통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당선되면 다시 복당 절차를 밟지만, 아예 당적을 바꿔 출마하는 경우도 없진 않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1대1 맞트레이드가 이뤄진 20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조경태(5선·부산 사하을) 국민의힘 의원과 보수·진보 정부를 오가며 두 차례 장관을 지낸 진영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인공이다.
조 의원은 원래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7대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부산대 토목공학과 86학번인 그는 이른바 ‘86세대’ 운동권 출신이다. 1988년 13대 총선 당시 통일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선거사무소(부산 동구)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민주당과 인연을 맺어 ‘원조 친노’를 자임했지만, 20대 총선을 앞두고선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체제의 ‘친노(親盧) 패권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국 조 의원은 2016년 1월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사흘 뒤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민주당의 한 PK(부산·경남) 의원은 “조 의원이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으론 처음 3선 의원이 됐지만, 부산의 주류 운동권 출신들이 그를 인정해주지 않아 나름대로 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장인 조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김포 통합 특별법을 발의하고 부산·경남 통합 이슈를 띄우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한나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진영 전 장관도 처음에는 ‘원조 친박’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17대 총선에서 서울 용산에 출마해 당선된 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2012년 12월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이듬해 3월엔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노인 기초연금 공약이 축소되자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고, 같은 해 9월 장관직에서 물러나며 비박계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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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전 장관은 20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컷오프당하자 2016년 3월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사흘 뒤 민주당에 입당했다.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입당을 권유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었을 때 진 전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2.8%포인트 차로 신승한 진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재발탁됐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당내 주류와 갈등을 빚던 개혁 성향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합류한 사례도 있었다.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김부겸·김영춘·안영근·이부영·이우재 전 의원이다. 당시 김부겸·김영춘·안영근 의원은 16대에 처음 국회 입성한 초선이었고, 이우재 의원은 15·16대 재선 의원, 이부영 의원만 14·15·16대 3선이었다. 이들 모두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이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김영춘 전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김부겸 전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민주당에서 탈당설이 흘러나오는 이상민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처음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18대 총선 직전 충청권 기반의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재선에 성공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통합당으로 복귀한 뒤 5선 반열에 올랐다. 대전 지역 정가 관계자는 “유성구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전 지역 5개 구청장 중 유성구청장만 민주당이 당선됐을 정도로 민주당 지지가 강하다”며 “5선 중진 입장에선 탈당 후 3자 구도로 맞붙어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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