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카바’ 여기서 시작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늦가을 단풍과 잘 어울리는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카바(Cava)’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카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와이너리는 ‘메스트레스’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산트 사두르니 다노이아(Sant Sadurni d‘Anoia) 마을에 위치한 곳으로 낡은 전통적인 와인 하우스에서 시작한 와인 사업을 메스트레스 가문이 대를 이어 계승해오고 있다.
메스트레스 가문이 와인을 시작한 시기는 최소 700년도 더 된 것으로 보인다. 네고시앙(Negociant·여러 밭의 포도를 모아 와인을 생산하는 생산자)을 운영하며 곡물과 와인 사업을 했다는 기록이 1312년 문서에 적혀 있다. 보유한 포도밭을 기반으로 와인 사업을 해오던 메스트레스 가문은 스페인 페네데스 지역 내 산트 사두르니 다노이아 마을에 와이너리 건축을 시작해 1861년에 완공했다. 당시 메스트레스 가문 와이너리 주변은 모두 야산과 포도밭이었지만, 현재는 작은 도시로 탈바꿈했다.
20개월 이상 숙성한 스파클링 와인, 천연 코르크 병마개로
메스트레스 가문은 오랜 시간 스틸 와인을 생산했지만 빛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첫 번째 스파클링 와인을 양조한 1925년 이후부터 와인 명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매우 오래 숙성한 스파클링 와인을 전문적으로 생산해, 페네데스 지역 내 와인 생산자는 물론 전국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았다.
1945년 비졸(Visol·와인) 책자는 메스트레스 가문을 스페인 최초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 와이너리로 소개했다. 1959년 메스트레스 가문의 조세프 메스트레스는 처음으로 ‘카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정부에 등록했다. 카바는 스페인어로 ‘지하실’이라는 뜻이다. 그는 본인이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지하실에서 만든 와인(vinos de cava)’이라는 단어로 차별화해 홍보했다. 1960년부터는 공식적으로 내놓는 모든 스파클링 와인병에 카바라는 단어를 프린팅해 붙였다. 1970년대에는 ‘쿠파주(Coupage·빈티지와 생산 지역이 다른 와인을 혼합하는 것)’를 선보이며 스파클링 와인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메스트레스 가문은 해발 690피트에 위치한 곳에 74에이커 규모 포도밭을 소유했다.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밭 중 하나다. 스페인 토착 포도 품종인 마카베오(Macabeu), 파렐라다(Parellada), 자렐로(Xarel-lo)를 재배한다. 포도 재배, 수확 등 과정에서 전통적인 수작업을 고수하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법을 적용해 살충제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와인은 20개월 이상 숙성하는데 병마개를 캡슐 대신 천연 코르크 마개로 사용하며,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전통적인 병입 수작업을 고수해오고 있다. 1959년 첫 번째 카바를 생산한 이후 지금까지도 변한 게 아무것도 없을 정도다.
총 세 종류의 메스트레스 카바를 시음했다. 그중 대중적으로 마실 수 있는 ‘코쿠에트 2018(Coquet 2018)’이 인상적이었다. 색상은 연한 황금색으로 빛나며 아로마는 레몬, 시트러스, 배, 이스트, 브리오슈, 토스트, 라임 향이 물씬 풍겼다. 마셔보니 가볍고 새콤한 시트러스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고, 우아한 산도와 균형감이 아주 좋은 와인으로 긴 여운이 매력적이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캐비아, 해산물, 절인 음식, 파스타, 장어, 생선 튀김 등이 어울린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진짜 29%할인 하려나”...LG, 화끈한 ‘우승 턱’ 가전 할인행사 준비 - 매일경제
- 6년 만의 완전 변경, 신형 BMW 5시리즈 [CAR톡] - 매일경제
- “크립토 윈터, 드디어 끝났나” 비트코인 급등한 3가지 이유 [스페셜리포트] - 매일경제
- “도저히 바닥 안 보인다”...자고 나면 1억~2억씩 ‘뚝뚝’ [김경민의 부동산NOW] - 매일경제
- 삼성 vs 미래에셋, AI 소부장 ETF로 한판승부 - 매일경제
- 조선미녀? 생소한데 美서 대박...매출 2000억 노리는 K뷰티 등극 [내일은 유니콘] - 매일경제
- 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 [신간] - 매일경제
- 韓 화장품을 美 오프라인 매장으로...K뷰티 세계화 이끄는 이 기업은? - 매일경제
- 일하는 60대 늘고 2030 ‘뚝’...취업자 수 3개월 연속 확대 - 매일경제
- 때아닌 ‘건기식 제조사’ 만든 광동제약, 왜?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