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는 왜 총 대신 칼로 싸울까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혹시 프랑스 소설 ‘삼총사’를 읽어보셨습니까. 1844년 알렉상드르 뒤마가 발표한 이 소설은 1600년대 루이 13세 시절, 시골 귀족 샤를 다르타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출세의 꿈을 안고 파리로 올라온 다르타냥은 우연히 만난 삼총사(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와 힘을 합쳐 리슐리외 추기경으로부터 왕비를 구합니다. 아주 유쾌한 이야기입니다.
삼총사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지금도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 일상에서 3명이 뭉치면 꼭 ‘삼총사’라고 부를 만큼 하나의 오래된 밈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원래 총사(銃士·Musketeer)는 근세 군대에서 머스킷 총을 다루던 군인을 의미한다는 사실을요.
총사와 관련한 재밌는 정보가 여럿 있는데요. 프랑스 군에서 총사가 되려면 본인이 직접 총을 구매해 입대해야 했습니다. 귀족 자체가 아니고서야 값비싼 최신식 머스킷 총을 살 수 없었기에 칼과 창으로 무장한 일반 군인보다 우대받는 장교급 대우를 받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삼총사를 읽다 보면 정작 이들은 칼로 싸우지, 총을 쏘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그건 우리가 아는 내용이 소설 앞부분에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후반부를 보면 다르타냥과 삼총사가 위그노(칼뱅파 신교도) 반란이 일어난 항구 도시 라 로셸 공방전에 참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실 왕비가 영국과 내통했고, 리슐리외 추기경은 충신이었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삼총사는 그를 호위하며 위그노(프랑스 개신교 신자들)와 영국군을 머스킷 총으로 무찌릅니다.
‘실존 인물’ 토대로 각색한 삼총사 62세까지 현역 군인 ‘다르타냥’
삼총사 속 반전의 후반부 이야기는 왜 생략되는 경우가 많을까요. 삼총사는 사실 완전한 소설이 아닌, 실존 인물을 토대로 각색한 역사 소설입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위그노를 살육한 흑역사가 알려지길 원치 않을 것이고, 영국 입장에선 위그노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프랑스를 침략했다 격퇴당한 사실을 굳이 들춰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후반부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았던 겁니다.
주인공 샤를 다르타냥 백작은 62세까지 현역 군인으로 활동하다 1673년 네덜란드 전쟁 중 총에 맞아 사망한 실존 인물입니다. 버킹엄 공작 조지 빌리어스 역시 라 로셸 공방전 당시 영국 해군을 이끈 인물입니다. 리슐리외 추기경은 소설과 달리 루이 13세가 쫓아내려던 안 도트리슈 왕비를 보호했을 뿐 아니라 왕비가 루이 14세를 추기경의 집에서 출산했기에 당시 “루이 14세는 리슐리외의 아들이다”라는 루머가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삼총사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라 로셸 전투 당시에는 해안에 방벽을 설치해 영국군의 상륙을 저지한 탁월한 군사 전문가기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이를 모방해 연합군이 상륙하지 못하도록 해안에 대서양 방벽을 쌓았다고 하죠.
삼총사가 발간된 시기는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 시기를 막 지난 혼란스러운 시대였습니다. 당시 독자들은 프랑스의 옛 영광을 회상할 수 있었기에 열광했지요.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신교도 학살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지만요.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명분’으로 자국 이익을 위해 전개되는 비정한 국지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영국과 프랑스가 애써 외면하는 400여년 전 비극적인 한 장면을 떠올려봤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그렇지만 후회도 반복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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