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고문하고 죽인 흉악범이 왜 저기에" 러 시민 경악한 사진
" “내가 미친 줄 알았어요. 믿을 수가 없어서 사진 속 남성을 계속 확대해보면서 쳐다보기만 했어요.” "
지난 2021년 딸 베라를 잃은 옥사나 페흐텔레바의 말이다. 한때 베라와 교제했던 남성 블라디슬라프 카뉴스가 딸을 수 시간 동안 고문하고 흉기로 찔러 사망케 한 뒤로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살던 그는 최근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다시 무너져 내렸다. 사진 속에는 17년 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있어야 할 카뉴스가 러시아 군인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카뉴스는 올가을엔 전선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군이 형량 거래로 감옥 속 죄인들을 전장에 투입하면서 이같은 폐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카뉴스도 수감된 이후 전쟁터에 나서면 감형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가담한 경우다. 사망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처음 시작한 이 형량 거래는 전쟁 수행 과정에서 계속해서 이뤄졌다. 인권 운동가들에 따르면 감형을 조건으로 전쟁에 참여한 러시아 죄수들은 10만 명에 달한다.
지난 2006년 언론인 안나 폴리티코프스카야 살해 사건의 공범인 세르게이 카지쿠르바노프는 참전 후 사면을 받아 지금은 풀려난 상태다. 카지쿠르바노프는 남부 체첸인들을 상대로 한 러시아군의 인권유린과 고위 관료들의 부패 등에 관한 기사를 쓰던 폴리티코프스카야를 살해해 2014년 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변호사는 “카지쿠르바노프는 계약에 따라 참전했으며, 이후 대통령 사면을 받았다”며 “현재는 국방부와 계약한 프리랜서 군인 신분으로 참전 중”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전선에 죄수를 투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러시아가 주장하는 ‘특별군사작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유가족이 별다른 대처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중범죄자들은 총알과 포탄 아래에서 피로 죄를 씻고 있다”고 말했다.
옥사나는 “너무나 큰 모독이다. 왜 러시아 정부는 우리를 이렇게 대하는가”라고 항의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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