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 왕비 티아라 한국 왔다…'억'소리 보석들 서울 모인 이유
하이 주얼리 전시 러시
주얼리 컬럼니스트이자 스페셜리스트인 윤성원 교수(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 전공)는 주얼리를 “사람과 자연의 합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지구가 품고 있던 형형색색의 ‘돌’을 숙련된 솜씨의 장인이 연마해서 몸에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결과물이 바로 주얼리다. 윤 교수는 저서 『젬스톤, 매혹의 컬러』에서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색 중에서도 보석의 색은 단순히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문화적이고 상징적인 가치를 지닌다. 몸에 착용하는 주얼리의 특성과 인간이 색에 부여한 다양한 의미들이 역사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단단하게 결합돼 왔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주얼리는 사람과 자연의 합작품”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브랜드를 성장시켜온 하이 주얼리 브랜드들의 아카이브를 감상하는 일은 그래서 특별하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찬란한 문화·예술 역사를 천천히 감상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비록 수억 원대 고가의 가격 때문에 소유는 불가능하더라도 각각의 브랜드들이 구축해온 ‘취향’과 ‘미학’을 공유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니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11월 18일부터 내년 4월 14일까지 서울 성수동의 디뮤지엄에서 ‘반클리프 아펠: 시간, 자연, 사랑’ 전시를 갖는다. 2019년 밀라노에서 처음 시작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서울에서 네 번째로 열리는 전시다. 1906년 브랜드 설립부터 제작돼 온 300개 이상의 주얼리 및 시계와 오브제, 그리고 90여 점 이상의 오리지널 아카이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티아라와 할리우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주얼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한국에서만 독점 공개되는 특별한 작품도 9개에 달한다.
작가이자 밀라노 폴리테크닉 대학의 주얼리 및 패션 액세서리 국제 마스터 디렉터인 알바 카펠리에리가 큐레이팅을 맡은 전시는 브랜드가 중요시하는 개념인 시간, 자연, 그리고 사랑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시간’은 작품을 제작하는 데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을 의미하는 동시에 작품이 탄생한 당대의 문화·예술 사조도 반영했다는 의미다. 반클리프 아펠의 니콜라 보스 CEO는 “주얼리는 한 순간을 반영하는 동시에 영원히 존재하는 작품”이라며 “제작 연도는 모두 달라도 이렇게 한 자리에 같이 있을 때 서로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은 동시대의 가치를 잘 반영하면서도 타임리스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술과 주얼리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인 ‘자연’은 끊임없이 레퍼토리를 제공해온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식물·꽃·동물을 주얼리로 표현한 반클리프 아펠의 작품들은 시처럼 우아하고 때로는 동화처럼 장난기 가득한 세계를 선사한다. ‘사랑’은 반클리프 아펠의 근간을 이루는 상징이다. 알프레드 반클리프와 에스텔 아펠 두 사람의 사랑이 피워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부쉐론은 11월 9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청담동의 페로탕 갤러리에서 ‘2023 까르뜨 블랑슈 하이 주얼리’ 전시를 갖는다. 국내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메종의 하이 주얼리를 선보이는 자리로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클레어 슈완이 1980년대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컬렉션이다. 1858년 디자이너 프레데릭 부쉐론에 의해 설립된 브랜드는 현재 4대째 계승되고 있는데, 이번 컬렉션에선 전통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를 펼쳐냈다. 컬렉션 명이 ‘모어 이즈 모어(More is More)’인 만큼 거대한 사이즈와 생동감 넘치는 컬러들이 폭발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수억에서 수십 억원을 넘는, 세계에서 딱 한 점뿐인 주얼리들이지만 디자인 영감은 와펜, 주사위, 후드 셔츠 줄, 헤어 구루프 등 동네 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몇 천원 짜리 소품들에서 얻었다는 점이다. 경계가 없는 창조력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기술력·역사 응축된 ‘명품 아카이브’
지난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성수동의 복합문화공간 코사이어티 서울숲에선 피아제의 ‘라임라이트 갈라 컬렉션 50주년 기념’ 전시가 전 세계 최초로 열렸다. 1973년 탄생한 라임라이트 갈라 컬렉션은 2㎜ 두께의 기계식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를 개발한 기술력과 하이 주얼리의 완벽한 조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계로 두 개의 유려한 비대칭 곡선과 베젤에 박힌 젬스톤들의 영롱한 빛이 특징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지금 서울에 모인 걸까. K컬처의 세계적인 확산과 인기가 주 요인이다. 세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 서울에서 전시를 여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이슈가 된다. 더욱이 전통과 현대가 잘 융합된 K컬처만의 특별한 매력은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닮았다. 반클리프 아펠의 니콜라 보스 CEO는 “우리는 단순히 상업적인 회사가 아니라 뿌리와 역사를 매우 중요시하는 주얼러이자 아티스트”라며 “서울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공간이라 우리 전시와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서울 전시는 우리 문화를 세계에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하는 전시인 만큼 전시공간을 꾸밀 때도 그 도시만의 문화와 색깔을 공부하기 마련이다. 반클리프 아펠의 전시공간 디자인을 맡은 건축 디자이너 요한나 그라운더는 “한국의 청자와 백자의 색을 반영해 특별한 전시장을 연출했다”고 했다.
이들 명품 브랜드들의 전시를 통해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관람객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해낸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인간 한계의 무한함을 실감케 한다. 온라인 시대에 더욱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오프라인 공간의 ‘공간력’을 실감하는 기회기도 하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은 현대인의 새로운 놀이터다. 뛰어난 기술력과 시간이 축적된 아카이브로 구성된 명품 브랜드들의 전시 공간은 새로운 자극이 되기에 충분하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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