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도 한국처럼 목숨 건 투쟁... "이동권은 기본권"
[윤성효 기자]
▲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6월 8~22일 사이 핀란드 연수를 하며 다양한 대중교통을 체험하고 관계 기관과 단체를 방문했다. |
ⓒ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
'포용적 사회통합서비스'를 위해 휠체어를 타고 핀란드 연수를 다녀온 장애인 활동가들이 강조한 말이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대표 최진기)가 지난 6월 8~22일 사이 핀란드 연수를 하고, 오는 20일 여는 보고대회에 앞서 자료집을 낸 것이다.
이번 연수에 참여했던 11명 활동가들은 특히 핀란드 장애인 권리운동을 처음 시작한 깔레 꾄꾈라(Kalle Könkkölä, 1950~2018)의 투쟁, 그리고 그가 설립한 문턱협회(Kynnys ry)에 대해 인상 깊게 소개하고 있다.
중증 신체장애를 가졌던 깔레는 장애인 이동권 활동가로, 1970년 헬싱키대학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전개했고, 1972년 문턱협회를 설립했으며, 이후 장애인의 대중교통과 건축물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일찍이 저상 고속버스가 도입되지 않은 것에 문제를 삼았던 그는 헬싱키~투르쿠 사이 국도를 휠체어를 끌고 이동하는, 자기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투쟁 영향으로 핀란드에서는 모든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는 1983년 핀란드 최초의 장애인 국회의원이 되었다.
깔레는 '모든 사람을 위한 평등', '접근성과 독립적인 생활'을 요구했고, 이는 핀란드 사회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번 연수를 다녀온 최진기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핀란드에서 장애인들이 버스, 트램, 기차, 배,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며 "깔레의 투쟁으로 이동권 선진국 핀란드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장애 진단 없이도 권리 옹호 나서는 이유?
▲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6월 8~22일 사이 핀란드 연수를 하며 다양한 대중교통을 체험하고 관계 기관과 단체를 방문했다. |
ⓒ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
트램에 이어 배를 탔던 그는 "기다리던 직원이 우리가 탑승할 배 앞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해주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휠체어를 타고) 배 안으로 들어가는데 어떠한 장애물도 없었고, 배 안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모든 곳에 접근이 가능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는 "한국도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로 인해 이동권 운동이 전개되었고, 20년 넘게 투쟁해 지하철 승강시 설치 저상버스 도입 등 크고 작은 성과를 가져 왔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은 장애인만이 아니라 모든 교통약자들의 접근 가능성을 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이동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비단 장애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유아차를 타는 아이를 가진 부모 임산부 등 우리 모두를 위한 자유로운 이동권이라는 국민적 인식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최 대표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저상버스 예외노선 조항 폐지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을 통한 차량 기사 의무조항 추가", "탈시설 선언과 지원 법·조례 제정", "지원주택 확대와 24시간 맞춤형 개별지원서비스 제공", "주관적 권리가 명시된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서비스법 제정"을 제시했다.
장애인 당사자 조사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제도 눈길
서미연 김해서부장애인자립생활선테 사무국장은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을 소개하면서 "개인예산, 개별지원, 유럽 내 사용 가능한 장애인카드가 있었다"라며 "우리와 달리 장애인 개인에게 특정 예산을 지급하고 당사자가 필요한 부분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당사자가 출장, 교육, 여행시 활동지원사에게 드는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지원된다는 것이었다"라며 "얼핏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보이는 제도들이지만, 핀란드에서는 보다 장애인 당사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실질적으로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시행되고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핀란드에 도착해 보니 점자블록이 인도에 보이지 않았던 게 의아했다. 핀란드는 눈이 많이 쌓이고, 자연재해로 정전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재난 상황시 장애인을 위한 매뉴얼 연구를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재난상황이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매뉴얼에 대한 연구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라고 제시했다.
최혜진 김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핀란드 발달장애인연맹에 대해 "한 개인의 평생과 관련된 일로 아동기부터 청소년기, 성인기, 고령기까지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모든 영역을 지원하고, 특히 학습장애와 의사소통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회참여를 증진하며 생활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 돋보였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노령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낮고 이제 조금씩 수면 위로 떠 오르는 상황에서 아무런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는 것에 반해, 발달장애인연맹은 전 생애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 있다는 게 관심을 끌었다"라고 했다.
장애인 고용지원기관(바떼스, Vates)을 다녀온 이유정 활동가(통영)는 "핀란드에서 고용주들의 생각은 직원이 장애가 있거나 질병이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게 역량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동기 부여가 잘 되었는지, 업무 수행을 하는데 어떤 문제점이 없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핀란드의 여러 기관을 방문하여 느낀 점은 장애에 대한 관점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라며 "우리나라처럼 장애를 능력 차이로 보고 배제하는 입장이 아니라 장애에 상관없이 그 사람 자체만을 바라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했다.
주택지원 관련한 '린네꼬띠' 기관을 방문했던 송다은 활동가(통영)는 "주택지원(순티온폴쿠)은 24시간 지원 받을 수 있고, 단독으로 거주하면서 일대일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라며 "우리나라 그룹홈과 다른 점으로 개인 테라스가 있어 단독으로 거주한다는 느낌을 주었다"라고 했다.
그는 "이용자 개개인별로 욕구를 파악해서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점은 배워야 할 부분인 것 같다"라며 "장애인의 삶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이 앞으로 우리의 과제인 것 같다"라고 했다.
▲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6월 8~22일 사이 핀란드 연수를 하며 다양한 대중교통을 체험하고 관계 기관과 단체를 방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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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혜 경남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장애인과 장기질환자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줄이고 일상생활을 향상시키는 등 활동을 하는 '바삐협회'를 소개하면서 "48개 회원단체는 통합적인 창구를 마련하여 소통하며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라며 "회원 단체들이 유사사업과 중복예산 지출을 지양하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고 시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라고 했다.
연수 기간 동안 다양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한 한낭이 김해서부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과장은 "모두 이동에 전혀 불편함이 없음에 놀라고 편리함과 자유로움, 서로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부러워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문턱을 낮춘 대중교통은 누군가를 위한 편리함이 아니라 모두의 편리함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턱 없는 거리와 수평의 승강장, 수평을 맞추기 위해 기울어지는 버스, 기사가 아니더라도 펼칠 수 있는 수동 발판(경사로), 교통약자를 위한 문닫힘 조절 버튼, 어디에나 있는 경사로, 누구나 이용 가능하도록 설계된 유니버셜 디자인은 이 나라의 모든 이가 존중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라며 부러워 했다.
하여진 활동가(밀양)는 발달장애인의 눈으로 핀란드를 봤다며 "기차 안에 장애인 화장실도 너무나 잘 되어 있었고 우리 고속열차보다 조금 넓은 것 같았다"라며 "우리나라처럼 역무원한테 가서 리프트 설치를 해달라고도 말하지 않아도 그냥 비장애인처럼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그냥 혼자 자유롭게 역에 가서 기차를 탄다는 게 신기했다"라고 설명했다.
▲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6월 8~22일 사이 핀란드 연수를 하며 다양한 대중교통을 체험하고 관계 기관과 단체를 방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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