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와 달리 물리면 죽을 수도…11월 진짜 조심해야할 벌레 [건강한 가족]
벌레 물림 사고 올바른 대처법
야외활동 뒤 발열 쓰쓰가무시 의심
증상 심할 땐 항생제 치료 받아야
벌 쏘임 쇼크 증상 보이면 119 신고
요즘 벌레·곤충 물림에 대한 불안감과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사실상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췄던 빈대가 최근 기숙사·찜질방 등에 다시 출몰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산행·캠핑이나 농작업으로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벌이나 진드기에 물리는 사고도 이따금 발생해 주의해야 한다. 작은 상처가 때론 큰 건강 문제로 번질 수 있어 평소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요령을 숙지하자.
빈대는 잠자는 동안 사람과 동물의 피만 먹는 작고 납작한 기생 곤충이다. 실내 서식성 곤충으로 따뜻한 실내 환경에서 왕성하게 서식한다. 섬유질이나 목재, 종이로 된 틈새에 숨어 있길 좋아해 침대나 소파, 좁은 탁자, 창틀, 콘센트 주변, 갈라진 벽면, 카펫 등에 서식할 가능성이 크다. 빈대는 10도 이하로 온도가 낮아지더라도 성장과 부화에 어려움이 있을 뿐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1~7㎜ 크기로 흡혈하지 않고도 70~150일가량 생존한다.
빈대 물린 뒤 과하게 긁으면 피부 감염
빈대는 다행히 질병을 퍼뜨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노출 부위인 팔·손·목·다리를 물고 혈관을 찾기 위해 2~3곳을 연달아 물어 때때로 일렬이나 원형으로 자국을 남긴다. 물리면 아무런 신체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가려움증이 심하고 이때 과도하게 긁다가 2차 피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여러 번 물렸을 땐 알레르기 반응도 주의해야 한다.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최재은 교수는 “빈대는 피부에 달라붙어 많은 양을 흡혈하므로 심하면 빈혈과 고열을 유발하고 극심한 가려움으로 과하게 긁을 경우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증상이 생겼다면 의사·약사와 상의해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게 좋다. 이때 찜질도 가려움증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염증이 생긴 경우라면 항생제 복용을 권한다. 가정에서 빈대를 박멸하려면 스팀 고열을 분사하는 스팀 청소를 추천한다. 진공청소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청소기로 오염된 주변의 알, 약충, 성충을 포집해 제거한 뒤 내용물을 비닐봉지에 밀봉해 버린다. 의류·커튼·침대 커버 등 오염된 직물은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건조기의 뜨거운 열풍을 2시간 이상 쬐어준다.
등산·캠핑 인구가 늘면서 벌 쏘임 사고도 잦아졌다. 벌 쏘임이 무서운 건 일부에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벌 독에 알레르기가 있어 과민 반응이 오면 전신 쇼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빨리 응급처치를 하지 못할 경우 15분 이내에 사망하기도 한다. 말벌이 꿀벌보다 치사율이 높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는 “아나필락시스는 일반인보다 알레르기성 결막염·비염, 식품·약물 알레르기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 확률이 3~5배 높다”며 “구토나 두통, 전신 쇠약감, 빈맥, 호흡곤란, 두드러기, 가슴 조임과 같은 증상이 관찰되면 119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에 쏘였을 땐 벌침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쏘인 부위를 손으로 짜는 것보다 신용카드·버터나이프 같이 끝이 무딘 물건을 사용해 벌 쏘인 부위 전체를 부드럽게 긁어내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침을 제거한 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살피되 알레르기나 천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과 관계없이 즉시 병원을 찾도록 한다.
10~11월은 진드기 매개 감염병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다. 쓰쓰가무시병이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쓰쓰가무시병 환자는 6235명, 사망자는 20명이었다. 주로 텃밭 작업, 일회성 야외 활동, 농작업, 제초 작업 때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털진드기는 쓰쓰가무시병의 주요 매개체다. 알→유충→번데기→성충 네 단계를 거쳐 성장하는데 유충이 체액을 흡인하면 진드기 유충에 있던 미생물이 인체 내로 들어가 병을 일으킨다. 이때 혈액과 림프액을 통해 전신에 걸쳐 혈관염이 발생한다.
야외활동 시 반드시 긴소매 옷 입어야
주로 팔·다리·머리 등 노출 부위 또는 습기가 많은 사타구니, 목덜미, 겨드랑이, 엉덩이 부위를 물린다. 진드기에 물린 후 1~2주 잠복기가 지나면 열이 나고 몸에 발진이 생긴다. 발진은 몸통에서 시작해 사지로 퍼져 나간다. 초기엔 1㎝ 정도의 딱지·부스럼이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포를 형성하다가 터지면 흑색으로 착색된다. 3~5일 만에 몸통의 발진이 팔다리로 퍼진다.
열이 나는 첫 주엔 기침을 많이 하고 2주째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 드물게 쇼크가 오거나 중추신경계를 침범해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수막염이나 간질성 폐렴, 심근염이 생길 수 있어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에 치명적이다. 정 교수는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쓰쓰가무시병은 대부분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일 내 증상이 호전된다”며 “다만 증상이 매우 심할 땐 병원에 입원해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논밭이 분포된 지역에서 도토리·밤 줍기,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등산 중에 걸릴 수 있으므로 야산에서 활동할 땐 장화나 운동화를 반드시 신고 긴바지·긴소매 옷을 입으며 바닥에 가급적 앉지 않는다. 집에 오면 그날 입은 옷은 털어서 바로 세탁하고 몸도 깨끗이 씻는다. 특히 머리에 진드기가 붙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감도록 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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