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의 성공 비결, 이 수첩에 있다

김상화 2023. 11. 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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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디즈니플러스 <오타니 : 비욘드 더 드림>

[김상화 기자]

 
 디즈니플러스 '오타니 : 비욘드 더 드림'
ⓒ 디즈니플러스
 
17일(한국시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2023년 시즌 가장 빼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시상하는 최우수 선수(MVP) 수상자를 발표했다. 내셔널리그에선 사상 최초 40홈런+70도루를 동시에 달성한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선정되었고 아메리칸리그에선 투타 겸업 스타 플레이어가 생애 두번째 MVP에 뽑혔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를 재팬 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장본인, 시속 160km 이상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이자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치는 타자라는 전무후무한 경력을 지닌 그는 2018년 MLB에 진출한 후 더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 진출 4시즌째인 2021년 처음 MVP로 선정된 데 이어 불과 2년 만인 올해 또 한번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투수도 잘하고 타자도 잘하는 선수는 그저 야구 만화 속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오타니는 상상속 꿈을 현실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가 MVP 수상자로 발표된 당일, 디즈니플러스는 오타니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오타니 : 비욘드 더 드림>을 공개했다(미국에선 ESPN+를 통해 역시 같은 날 방영했다). 오타니의 믿기 힘은 괴력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고교 유망주 넘어 일본 프로야구 평정
 
 디즈니플러스 '오타니 : 비욘드 더 드림'
ⓒ 디즈니플러스
 
잘 알려진 것처럼 오타니는 일본의 명문 구단 훗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를 통해 커리어를 쌓아갔다.  고교 시절 부터 투타 양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대부분의 프로팀에선 그를 투수로만 활용할 생각이었다. MLB 구단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타니 스스로도 "타자로서의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고 말할 만큼 프로 입단 시 '타자 오타니'는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그런데 니혼햄 만큼은 좀 유별났다. 투타 겸업을 그에게 제안한 유일한 팀이었다.  이에 고민을 거듭했던 오타니 역시 타자와 투수 모두를 병행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당시 그를 지도했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오타니가 투수나 타자 중 한가지만 택했다면 더 일찍 미국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나는 두 분야 모두에서 정말 뛰어나길 원했다. MLB에서 겨룰 수 있도록..."이라고 말했다.

태블릿 화면을 통해 이 말을 들은 2023년의 오타니는 "정말로 제가 겸업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신 걸까요?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라며 웃었다. 구리야마 감독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쇼헤이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투수와 타자 두 분야 모두 일본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라면서 "만약  MLB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미안해야 할 만큼 뛰어난 선수"라고 단언했다.  

메이저리그 MVP 두차례나 수상...WBC 우승 주역
 
 디즈니플러스 '오타니 : 비욘드 더 드림'
ⓒ 디즈니플러스
 
스승의 확신처럼 오타니는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팀 선배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투수)의 등번호 11번 유니폼을 입고 2016년 니혼햄을 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제 오타니에게 남은 건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던 미국 진출 뿐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의 재능, 상품성을 눈여겨 본 LA에인절스의 품에 안긴 오타니였지만 입단 첫해인 2018년 시범경기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통산 250승 투수이자 오타니의 열성팬이기도 한 CC 사바시아는 "만약 오타니가 뉴욕 양키스 같은 팀에 입단했다면 아마 마운드에 세워 놓고 공만 던지라고 했을 것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유명 인기 구단에 비해 현지 야구팬과 언론 매체들의 주목이 덜 했던 에인절스 구단 입단이 결과적으로 당시 약점으로 지목되던 타격폼 수정을 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마련해준 셈이다.   

비록 입단 첫해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을 받으면서 투수로서 미국 진출 초기 어려움을 겪었지만 착실하게 기량을 연마한 그는 타율 0.257, OPS 0.964, 46홈런 100타점 (이상 타자) 130이닝 투구, 9승 2패 평균 자책점 3.18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생애 첫 MVP를 수상했다. 2년 후 2023년, 오타니는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로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다시 한번  MVP를 차지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맞이했다.  

"작은 한 걸음이 더 큰 목표로 이끌었다"
 
 디즈니플러스 '오타니 : 비욘드 더 드림'
ⓒ 디즈니플러스
 
2023시즌을 마친 지금 오타니의 주가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생애 두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아 투수로서의 활약은 2년 후를 기약해야 하지만 '타자 오타니'만으로도 현재 FA 시장 최고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수많은 구단들은 수억달러 연봉을 제시하면서 그를 향한 영입 전쟁을 펼치고 있다.  

오타니는 과연 재능과 탁월한 신체 조건 등 외부적 요인 덕분에 지금의 위치에 도달한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NO"이다. 이번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메이저리그 레전드 선수들조차 오타니가 그동안 땀흘린 노력의 결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투구폼부터 사소한 동작까지 따라할 만큼 소년 시절 오타니의 롤 모델이었던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전 보스턴 레드삭스)는 그가 작성했다는 노트를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이에 각종 목표를 세워 놓고 묵묵히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은 자신도 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출신 선배 스타 마쓰이 히데키(전 뉴욕 양키스), 다르빗슈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위 사람들의 칭찬을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타니는 "저는 그저 단계를 따랐을 뿐"이라며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더 큰 목표로 나를 이끌었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목표를 만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은 좀 걸릴 지언정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오타니는 이제 본인이 존경했던 대선배들로부터 역으로 찬사를 받는 주인공이 되었다.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과의 경쟁에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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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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