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코치로 우승한 이종범, 이제 감독만 남았다
[이준목 기자]
'바람의 아들'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가 향후 프로야구 감독직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종범 코치는 11월 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새로운 도전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하여 밝혔다.
2023년 LG 트윈스의 우승에 기여한 이종범 코치는 최근 LG 코치직을 내려놓고 잠시 미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근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아들 이정후의 행보에 발맞춰 이 코치도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 코치는 방송에서 "솔직히 가장 큰 꿈이 하나 있다. 감독이라는 자리에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했다"며 "야구는 감독보다는 선수들의 역량이 크고 감독은 선수들을 아우르는 매니지먼트를 해야하는 역할이다. 매니저 역할을 잘하고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할 것 같고, 그래야만 (감독의) 기회가 올 것 같아서 저 자신을 위해서 좀더 투자하려는 것"이라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범은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야구의 전설이다. 현역 시절 이종범은 해태-KIA에서 통산 4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1994년 정규리그 MVP, 1993년과 1997년 한국시리즈 MVP, 역대 단일 시즌 최고 타율 2위(타율 .393, 1994년), KBO리그 레전드 40인 톱4 선정 등 화려한 선수경력을 쌓았다. 또한 2세인 아들 이정후 역시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며 KBO리그 최초의 부자 MVP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종범은 2012년을 끝으로 친정팀 KIA 타이거즈에서 은퇴한 후, 이듬해 한화 이글스 1군 주루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다. 중간에 방송 해설도 맡는 등 공백기도 있었으나2019년부터 LG에서 2군 총괄코치와 감독-1군 작전,타격, 주루 코치 등을 5년간 다양한 보직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또한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보냈던 주니치 드래곤즈의 연수 코치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코치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보통 KBO리그에서 자존심 강한 슈퍼스타급 선수 출신들이 코치를 맡는 경우도 흔치 않지만, 이종범처럼 공백기를 감안해도 코치로만 이 정도로 장기간 경력을 쌓은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제는 선수 시절의 명성을 제외하고 코치로서 쌓은 커리어만 놓고봐도 프로야구 1군 감독 후보군에 충분히 거론될 만하다.
2023시즌 LG가 29년만의 우승을 일궈내면서 이종범은 선수 시절에 이어 코치로서 다시 한번 우승을 경험하는 영광을 누렸다. 선수 시절부터 이어온 '한국시리즈 진출시 불패'라는 기록도 지키게 됐다. 오랫동안 암흑기를 겪었던 LG가 다시 강팀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5년간이나 코치로 재임했던 이종범 역시 기여도를 인정받으며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종범은 그간 감독이 공석이 된 팀이 나올때마다 여러 차례 후보군으로 거론된 바 있다. 친정팀 KIA 타이거즈-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감독 등에 유력하게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 끝내 선임되지는 못했다.
2024시즌을 앞둔 KBO리그는 이미 10개구단 감독 선임을 모두 끝낸 상태다. 유이하게 감독이 바뀐 롯데와 SSG는 각각 김태형 감독과 이숭용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2024시즌을 끝으로 계약만료를 앞둔 사령탑은 김종국 KIA 감독 한 명 뿐이다. 나머지 사령탑들은 모두 2025년-2026년까지 계약이 되어있다.
물론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다음 시즌 성적에 따라 언제든 중간에 감독직이 공석이 생길 가능성도 있지만, 만일 계약기간대로라면 이종범이 1군 감독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빨라도 최소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종범은 내년이면 54세가 된다. 여전히 감독직에 도전하기에는 충분한 나이지만 초임 감독으로서는 조금 늦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프로야구 10개구단 사령탑중 이종범보다 나이가 많은 인물은 롯데 김태형, KT 이강철, LG 염경엽 감독까지 60년대생 3인방 뿐이다. 막내 사령탑인 두산 이승엽과 삼성 박진만 감독은 76년생으로 이종범보다 무려 6살이나 아래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초임 감독들은 대부분 40대 중후반에 처음 1군 지휘봉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태형 감독이나 염경엽 감독처럼 검증된 성과를 보여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각 구단들이 초임 감독이라면 가급적 젊고 신선한 인물을 더 선호하는 게 최근의 추세다.
현역 감독 중 최고령이자 1군 사령탑 데뷔가 가장 늦었던 이강철 감독이 53세(2019년)에 처음 KT 지휘봉을 잡았다. 또한 조원우(전 롯데), 김원형(전 SSG), 허삼영(전 삼성), 이동욱(전 NC)등 이종범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40대에 벌써 감독직을 수행해본 인물들이 다수다.
KBO리그 역사상 최고령 초보 감독은 2014년 당시 63세로 두산 지휘봉을 잡았던 송일수 감독이었다. 송 감독은 한국과 일본에서 풍부한 지도자 경험을 쌓았고 직전 두산 2군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정작 1군에서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한 시즌을 채우지못하고 경질됐다.
반면 대표적인 슈퍼스타 출신 지도자로 꼽히는 이승엽 감독은 선수 은퇴 이후 아예 코치 경험이 전무함에도 지난해 1군 감독으로 직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결국 감독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 본인의 역량이나 철저한 '준비'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때'와 '운'이 모두 따라줘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종범이 감독직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 기왕이면 친정팀인 KIA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다시 입는 것을 기대하는 팬들도 적지않을 것이다. 다만 이종범은 "위치는 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어느 팀이든 상관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어 이종범은 "은퇴하고 나서 팀을 따지지 않았다. 한화와 LG 코치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얻었다. 선수 시절엔 우승을 많이 했고, 코치로서는 암흑기 팀에도 있어봤다. 그런 모든 경험들이 저한테 큰 힘이 될 것 같다. 선수들을 더 잘 지도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면 저한테도 꼭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미래를 기약했다.
'전설' 이종범에게 더 늦기전에 과연 감독의 꿈을 이룰 기회는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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