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은 좁다’...앱 밖으로 나온 무신사 전략 들여다보니
확장 따른 운영·관리 등 고정비 부담은 고민
연간 거래액 3조원의 ‘패션 공룡’ 무신사가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간 온라인으로 몸집을 키워왔다면, 최근에는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특히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를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을 구성하면서 유니클로와 자라, 탑텐 등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와의 경쟁 구도가 감지된다. 당장의 매출 규모 차이는 크지만 젊은 층 선호도와 성장세를 고려, 무신사의 최종 승리를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무신사의 오프라인 확장 전략은 2021년부터 시작됐다. 첫 번째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는 개점 후 지난해까지 약 165만명의 방문객을 기록, 홍대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앱으로만 보던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와 다양한 입점 브랜드의 제품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이에 힘입어 무신사는 2022년, 서울 강남역 부근에 2호점을 열었다. 무신사의 오프라인 확장 전략은 올해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됐다. 지난 10월 27일에는 805.22㎡(약 244평) 규모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서울 성수동에 선보였다.
이건오 무신사 스탠다드 본부장은 “성수동은 국내 패션 시장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모이는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17일에는 홍대입구역 인근에 플래그십 스토어 ‘무신사 홍대’를 새롭게 열었다.
지방 공략도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지난 9월 22일 무신사는 대구 중구 동성로에 ‘최대 규모’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5개 층으로, 매장 넓이는 1765㎡(약 534평)에 달한다.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피팅룸만 28개다. 무신사는 연내 부산 서면에도 신규 매장을 낼 계획이다. 전국 단위 오프라인 매장으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다.
마케팅용에서 새 먹거리로
오프라인 확장 초기, 무신사의 목표는 ‘마케팅’에 가까웠다. 소비자가 온라인 속 제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면서 오프라인 확장 전략의 목표도 ‘사업 확대’로 탈바꿈했다. 특히 가격 대비 퀄리티가 좋은 ‘기본 제품’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오프라인 전략 핵심으로 내세우면서 유니클로 등 기존 SPA 브랜드 지위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당장의 격차는 상당하다. 롯데쇼핑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프알엘코리아(유니클로)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803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무신사 전체 매출(별도재무제표 기준 6451억원, 온·오프라인 합계)과 비교해도 1000억원 이상 차이다. 오프라인만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다.
다만 패션업계는 매장 수만 공격적으로 늘린다면, 금방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건 무신사 오프라인 확장 전략의 중심에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 경쟁력 때문이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스탠다드의 원가율은 60~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의류 SPA 브랜드들의 매출 원가율이 40~50%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편이다. 마진을 최소화해 판매 가격을 낮추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의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실제 무신사 전체 매출 원가율은 2019년 39.5%에서 지난해 42.7%로 소폭 상승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관련 매출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무신사는 감사보고서에서 ‘상품 매출’ ‘제품 매출’ ‘수수료 매출’ 등을 구분해 공개한다. 이 중 PB와 가장 관련 있는 부분은 제품 매출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원재료를 구매·제조해 판매하면 제품 매출로 잡힌다. 2018년 8억원에 불과하던 제품 매출은 2019년 33억원, 2020년 831억원, 2021년 8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7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지난 11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무신사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내년 30호점까지 늘릴 예정이다. 공격적인 오프라인 확장 목표를 갖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사업 비중을 절반씩 비슷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확장을 장기 전략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건 아니다. 오프라인 확장에 따른 변수도 생겼다. 오프라인 매장을 늘린다는 건 곧 고정비 확대를 의미한다. 현재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들은 모두 ‘임차’ 형태다. 건물 사용을 위해 일정 비용을 정기적으로 지불한다는 뜻이다. 또 이들 매장 운영을 위한 관리비와 인건비가 발생한다. 특히 의류 매장 특성상 적절한 온도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는 점, 대형 매장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익성 저하도 오프라인 확장 전략을 발목 잡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2021년 1150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무신사는 지난해 5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정판 플랫폼 ‘솔드아웃’ 등 신사업 부진의 영향이다.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자회사 에스엘디티(SLDT)는 지난해 42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쟁사 크림(KREAM) 등에 밀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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