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감독도 극찬한 송구 능력…패배 속 빛난 김형준 존재감 [APBC]

유준상 기자 2023. 11.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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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도쿄, 유준상 기자) 발빠른 일본 타자들이 포수의 빠른 송구에 좌절을 맛봤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포수 김형준이 도쿄돔에서 일본을 상대로 두 차례나 도루 저지에 성공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예선 2차전에서 일본에 1-2로 패배했다. 한국의 이번 대회 성적은 1승1패가 됐다.

이날도 어김없이 주전 포수는 김형준의 몫이었다. 호주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6번타자로 나선 김도영이 2번에 전진 배치되면서 타순이 소폭 조정됐는데, 하위타선에 있던 김형준도 6번으로 올라왔다. 다만 성적은 3타수 무안타로 썩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김형준이라는 이름을 알린 건 공격이 아닌 수비 때문이었다. 1회말 무사 1루 고조노 카이토의 타석에서 1루주자 오카바야시 유키가 2루 도루를 시도하자 곧바로 김형준이 공을 뿌렸다. 2루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는데, 태그를 시도한 유격수 김주원이 강력하게 아웃을 주장했다. 한국 벤치는 경기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게 됐다.

생각보다 판독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원심이 뒤집혔다. 태그가 빨랐다는 것이다. 심판이 아웃을 선언하자 1루쪽 일본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타이밍이 비슷하긴 했지만, 대표팀으로선 김형준의 송구가 정확하게 2루로 향했기에 판정 번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김형준의 활약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5회말 1사에서 출루한 고조노가 후속타자 모리티사 쇼타의 타석에서 2루를 훔치려고 스타트를 끊었다. 결과는 또 아웃이었다. 첫 도루 시도에서 정확하게 태그를 보지 못한 2루심이 이번에는 태그가 먼저 빨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좀 더 많은 득점을 노릴 법도 했던 일본은 두 차례의 도루 실패에 흐름이 끊겼고, 결국 경기 후반까지 단 2점을 뽑는 데 그쳤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경기 이후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이 작전 면에서 준비하긴 했지만, 한국의 포수(김형준)의 송구가 훌륭했다"고 인정했다.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김형준은 차근차근 몸 상태를 끌어올리더니 후반기 1군 콜업과 함께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1군 출전 경기 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대표팀에서 김형준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김형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주전 포수를 맡았다. 타격 면에서 조금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대회 내내 안정감 있는 수비 능력을 뽐냈다. 김형준과 처음 호흡을 맞춘 투수들도 인정할 정도였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APBC에서도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의 생각도 비슷했다. 지난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소집 훈련 당시 "(김)형준이 같은 경우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전에도 잘했지만, (경기를 하는 걸 보니까) 포스트시즌 때도 그렇고 다 잘하더라. 그렇게 선수가 되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당연히 류중일 감독은 김형준을 주전 포수로 생각했고, 김형준은 호주전에 이어 일본전까지 안방을 지켰다. 백업 포수로 손성빈과 김동헌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두 선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긴 쉽지 않다.

17일 일본전을 앞두고 포수 운영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류 감독은 "일단 형준이를 계속 주전으로 내보내야 한다. (경험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경기도 이겨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모든 대회에서는 다 이기길 바라지 않나. 경기가 타이트한 상황으로 흘러가면 계속 (김)형준이가 나와야 한다"며 김형준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동안 안방 고민을 안고 있던 대표팀으로선 김형준의 등장에 미소를 짓는다. 연령별 대회뿐만 아니라 프리미어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다른 국제대회까지 고민해야 하는 만큼 여러모로 그의 활약이 갖는 의미가 크다. 그렇게 김형준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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