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의 귀환, 아무도 박지수를 막을 수 없다
[이준목 기자]
건강한 박지수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여자 프로농구 청주 KB 스타즈가 또 한번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선보인 박지수를 앞세워 부천 하나원큐를 개막 4연패로 몰아넣었다.
11월 17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경기에서 KB는 하나원큐를 74-64로 제압했다. 3승 1패를 기록한 KB는 삼성생명과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반면 하나원큐는 개막 후 4연패로 단독 최하위로 미끄러지며 인천 신한은행(3패)과 함께 여전히 시즌 첫 승을 신고하는데 실패했다.
▲ 지난 10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KB스타즈 박지수가 MVP 예상 후보로서 질문에 답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연합뉴스 |
KB는 불과 이틀전인 15일 아산 우리은행전에 접전 끝에 1점 차 석패를 당한 바 있다. KB는 경기 종료 3.6초를 남기고 마지막 수비에서 우리은행 이명관에게 골밑 버저비터에 허용하며 뼈아픈 시즌 첫 패배를 허용했다. 박지수는 17점 24리바운드라는 표면적으로 훌륭한 기록을 남겼으나 야투를 18개 시도하여 고작 6개를 성공시키는데 그치며 평소보다 저조했다. 우리은행의 촘촘한 더블팀 수비에 고전하며 3쿼터 이후로 부진했다.
설상가상 이틀만에 열린 하나원큐전은 빡빡한 일정에 선수들의 몸이 무거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완수 KB 감독도 경기 전 "지난 우리은행전 패배로 인한 충격이 선수단에 많이 남아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선수들에게 결과는 내 책임이니, 패배를 빨리 잊고 이날 경기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전 패배가 오히려 자극이 된 듯, 박지수와 KB 선수들은 하나원큐전에서 지친 기색없이 더욱 집중력있는 모습으로 일찌감치 경기를 장악했다. 4쿼터 이전에 승부가 기울면서 KB는 이날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15명의 선수 중 14명이 코트를 밟을 정도로 고르게 자원들을 가동했다.
우리은행전에서 거의 풀타임에 가까운 37분 35초를 출장해야 했던 박지수는 하나원큐전에서는 올시즌 최소출장시간인 26분37초만을 소화했다. 이날 KB에서 30분 이상을 뛴 선수는 아무도 없을만큼, 승리와 더불어 다음 경기를 대비한 체력까지 비축할 수 있었다.
박지수는 지난해 프로 데뷔 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21~22시즌 MVP와 개인타이틀 7관왕을 휩쓸며 KB의 우승을 이끌었던 박지수는, 지난 시즌 갑작스러운 공황 장애와 손가락 부상 등을 잇달아 겪으며 고작 9경기 출장에 그쳤다.
박지수가 흔들리자 우승후보로 꼽히던 KB도 덩달아 추락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5위에 그치며 12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 10월 30일 열린 WKBL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힘들었던 시간을 회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 박지수는 절치부심하여 비시즌 훈련에 매진했고 최근 막 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여 동메달을 따내는데 기여했다. 농구인들은 새 시즌을 앞두고 이구동성으로 박지수를 유력한 MVP 후보, KB를 우승후보 1순위로 각각 꼽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박지수는 복귀하자마자 그야말로 괴물같은 활약을 이어가며 단숨에 리그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박지수는 4경기를 치른 현재 20.25점(2위), 18.25리바운드(1위), 3블록슛(1위), 6.75 어시스트(2위) 등 공수 주요 부문에서 모두 최상위권을 휩쓸며 코트를 맹폭하고 있다.
박지수는 지난 8일 신한은행과의 개막전부터 30점 21리바운드를 쓸어담으며 여제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여자프로농구에서 국내 선수의 한 경기 30-20(득점-리바운드)는 6번째였고이중 절반이 넘는 4번이 모두 박지수 혼자 달성한 기록이었다.
이어 2번째 경기인 11일 삼성생명전에서는 16점 13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트리플더블(개인 통산 6번째)까지 달성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원큐전까지 포함하면 4경기 연속 더블-더블 행진이다. 우리가 알던 만장일치 MVP 박지수의 모습을 점점 찾아가고 있다.
박지수는 올시즌 평균 32분 28초를 소화하며 KB 팀내에서 강이슬(32분 34초) 다음으로 많은 출장시간을 뛰고 있다. 사실상 1년 공백기가 있었던 선수인 만큼 좀더 신중하게 관리를 해줘야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박지수는 오히려 부상 이전보다 더 의욕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으며 몸상태에 있어서도 어느 때보다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지수의 다음 목표는 야투율을 좀더 끌어올리는 것과 우리은행에 대한 설욕전이다. 박지수의 슛감각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우리은행전에서 의욕이 앞서 너무 성급한 플레이를 펼치다가 실수가 많았다고 자책한 박지수는, 우리은행과의 다음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빠른 공수전환과 끈끈한 팀수비를 자랑하는 우리은행은 그나마 박지수를 견제할 수 있는 대항마로 꼽힌다. KB는 20일 BNK 썸-23일 하나원큐전을 거쳐 27일 홈인 청주에서 우리은행과의 12일만의 리턴매치를 펼친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예전의 위용을 찾아가고 있는 박지수가 과연 또 한번 자신의 MVP 시즌을 뛰어넘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경신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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