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한 방'에 정적 흐른 도쿄돔…김휘집 "감독님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APBC 인터뷰]

유준상 기자 2023. 11. 18. 0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도쿄, 유준상 기자) 홈런 한 방이 터지자 도쿄돔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대타로 기회를 얻은 김휘집이 일본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예선 2차전에서 일본에 1-2로 패배했다. 예선 성적 1승1패가 된 한국은 18일 오후 7시 대만과 결승 진출을 놓고 예선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간 타선은 8회까지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전날 호주전의 아쉬움을 덜기 위해 김도영 2번 배치 카드를 꺼내드는가 하면, 우타자 위주로 라인업을 꾸리며 나름대로 변화를 줬다. 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한 채 경기를 마감할 위기에 놓였다.

그때 대표팀에 첫 득점을 안긴 선수가 등장했다. 9회초 2사에서 대타로 등장한 김휘집이 그 주인공이었다. 손성빈 대신 타석에 들어선 김휘집은 볼카운트 3-1에서 일본 좌완투수 다구치 가즈토의 5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큼지막한 솔로 아치를 그렸다. 김휘집의 국제대회 첫 번째 홈런.

물론 후속타자 김주원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그대로 경기가 마무리됐으나 일본은 예상치 못한 홈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도 "영봉패를 당했다면 대표팀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는데, 김휘집이 홈런을 때리면서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칭찬했다.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휘집은 "9회초 왼손 투수가 마무리로 나올 걸 알고 있어서 (대타로)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게서 대타를 내는 건 매우 어려운 판단인데,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볼카운트가 3-1이라 (타자에게 유리했기 때문에) 공을 하나 기다릴지 생각했는데, 1점 차였으면 안 쳤을 것이다. 그런데 점수 차가 2점 차였기 때문에 어차피 카운트가 몰리면 내가 불리하고 봤고, 투수도 볼넷을 주기 싫을 거라고 봤다. 또 앞에서 변화구를 봤기 때문에 타이밍을 빠르게 잡았다. (상대 투수의) 직구가 좋고 슬라이더의 각이 크다는 걸 생각하고 타격에 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김휘집은 "어쨌든 점수를 내지 못하고 끝내는 것과 1점이라도 내고 마치는 건 분명 다르기 때문에 내일(18일 대만전) 좋은 경기를 해서 승리 이후 결승에 오른다면 어차피 또 일본을 만나야 하는 만큼 그냥 지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도쿄돔에서 첫 국제대회를 치르고 있는 김휘집은 "이렇게 국제대회에서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벤치에서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게 매우 많고, 정말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고, 비시즌 때 엄청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다른 국가의 선수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실력을 갖춘 것 같다. 의욕도 생기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시야가 넓어진다고 하는데, 그걸 이번 대회에서 많이 느낀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김휘집은 다른 국가들의 선수들을 보며 많은 걸 보고 배우는 중이다. 그는 "일본과 호주의 선수들을 보면서 다들 각자의 장점이 있다는 걸 느꼈다. 호주 선수들의 경우 타격 어프로치나 이런 게 너무 좋더라"며 "일본이 이웃 나라이긴 하지만, 도쿄돔의 야구 열기를 보면서 우리나라 못지않게 뜨겁다는 걸 느낀다"고 얘기했다.

김휘집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국내 소집 훈련을 진행할 당시 도쿄돔 외야 관중석에 타구를 한번 꽂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비록 팀이 승리하진 못했으나 대회가 개막한 지 두 경기 만에 그 목표를 이뤘다. 그는 "어제(16일) 아버지도 그걸 말씀하시더라. 타석에 들어오기 전에 홈런을 치는 상상을 잠깐 하기도 했는데, 내가 타석에 설 수 있는 건 좌투수가 나오는 상황인 만큼 그것에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김휘집은 "오늘처럼 뒤에 나갈 수도 있고, 또 선발로 나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다들 자신이 맡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팀이 이겼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대만전에서 잘 준비해서 승리한 뒤 결승전에서 설욕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남은 기간에도 내게 주어진 역할에 맞게 준비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응원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경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큰 욕심은 없고, 역할에 맞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도쿄, 유준상 기자, 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