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지드래곤, 공권력의 신뢰가 무너진다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3. 11. 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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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이선균(왼쪽)과 가수 지드래곤(G-DRAGON. 본명 권지용).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선균 마약 의혹 사건과 관련해, 간이 시약 검사와 모발 정밀 검사가 모두 음성인 가운데 다리털 검사에선 감정 불가 판정이 나왔다. 중량 미달이 이유라고 보도됐다. 그게 사실이라면 매우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을 받는 큰 사안이다. 당연히 마약 베테랑 경찰들이 수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량 미달이라니. 수사팀이 마약 검사를 위해서 체모를 어느 정도 채취해야 하는지도 모른단 말인가? 납득하기가 힘들다.

아직까지 뚜렷한 단서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 처음에 경찰이 내사하다가 국민의 관심 속에 정식 입건한 사건이다. 입건할 당시 단서를 잡아서 입건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그 후 이선균 소환 조사 즈음에도 경찰에서 마약 투약 정황을 확인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뚜렷한 무언가가 제시되지 않는 것이다. 경찰이 확인했다는 단서나 정황은 어떤 것이었을까?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가 ‘수사가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경찰이 아직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으로의 검사 결과, 수사 내용에 따라 수사 결과가 정해질 거란 이야기 아닌가? 즉 아직 뭐라고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면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했어야 한다. 단지 수사중이라고만 말이다. 하지만 단서를 잡았다거나 정황을 확인했다는 식으로 뭔가 마약 투약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와 사태가 과열됐다.

언론이나 여론엔 성급하게 누군가의 유죄를 확신하면서 질타에 나서는 고질병이 있다. 최근에도 남현희에 대해 그런 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선균에 대한 질타는 결이 달랐다. 경찰에서 단서를 잡았다는 식의 말이 흘러나오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선균의 유죄를 확신하게 된 것이다.

형사 사건에서 우리나라 공권력의 신뢰는 매우 높다. 보통 검경에서 범죄 정황을 확인했다고 하면 정말로 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재판 전부터 질타가 쏟아지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번에도 그런 신뢰에 의해 많은 이들이 이선균 질타에 나섰던 것이다. 그랬는데 이제 와서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른다니, 공권력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설사 나중에 이선균이 정말 마약투약한 걸로 밝혀진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이 바뀌진 않는다.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범죄를 확신하는 듯한 말이 흘러나온 건 분명히 잘못이었다.

지드래곤에 대해서도, 이선균보다는 확인이 덜 됐지만 유의미한 정황 확인이 되긴 했다는 식의 보도가 경찰발로 나왔었다. 이러니 많은 대중이 지드래곤의 유죄를 확신하면서 질타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드래곤은 현재 아주 강력하게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고 경찰 쪽에선 별다른 말이 없다. 보통 확실하게 단서를 잡았으면 ‘경찰 관계자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게 마련인데 그냥 조용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 수사 역시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태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모발, 손톱, 발톱 검사에 따라 결론이 날 것이다.

이렇게 불투명한 사안에 대해 많은 이들이 성급하게 결론 내린 건 앞에서 언급했듯이 경찰이 그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찰을 믿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그 믿음도 약해진다.

대중과 일부 언론의 문제도 있다. 사태 초기에 유죄를 확신한 건 경찰의 탓이 컸다고 해도, 지드래곤이 분명하게 부인한 후엔 중립태세로 돌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지드래곤이 경찰에 출두했을 당시 많은 이들과 일부 언론은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거나 질타했다. 그때는 지드래곤이 마약 투약을 부인하면서 상황이 모호해졌을 때인데도 말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중에 이들의 투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현 시점에 많은 이들이 성급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을 범죄자라고 판단하는 데 있어 보다 신중해져야 공권력의 신뢰가 살아나고 우리 공론장도 성숙해질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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