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 미래는…TK 뚫었던 ‘자민련’인가, 폭망 ‘바른정당’인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창당을 예고한 신당이 향후 어떤 길을 갈지를 놓고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양당 구도 타파를 위해 탄생한 제3당 중 성공 사례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이끌었던 자유민주연합이 대표적이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도 빼놓을 수 없다.
2008년 4월에 치러진 18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에서 탈락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만들었던 ‘친박연대’도 일시적인 성공 케이스로 분류된다.
특히 대구·경북(TK)에서 제3당이 돌풍을 일으켰던 제3당은 자민련(1996년 15대 총선)과 친박연대(2008년 18대 총선)밖에 없다.
이 전 대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아성을 깨기 위해서 영남으로 가는 것이 쉬운 도전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한 30년 사이에 그것이 성공한 것이 자민련과 친박연대”라고 말했다.
자민련과 친박연대는 당내 헤게모니 싸움에 밀린 소수 세력들이 뛰쳐 나와 만든 정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민련은 김영삼(YS)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 내부의 계파 갈등에서 수세에 몰린 JP가 1995년 3월 창당했다.
JP는 TK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반YS’ 정서와 충청 지역주의를 자민련의 무기로 삼았다.
자민련은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는 충청권 28석 중 24석을 싹쓸이했다.
특히 대구에서 13석 중 8석을 휩쓸었다. 경북에서도 19석 중에 2석을 챙겼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1일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 “15대 총선 당시 대구에 자민련 바람이 불었던 것은 YS 정권 출범 당시 대구에 설립 예정이었던 삼성상용차를 부산으로 가져간 데 대한 반감과 중심인물로 거물이었던 박철언 장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준석은 대구와 전혀 연고가 없고, 같이 거론되는 유승민은 아직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어 대구에서 이준석·유승민 바람은 전혀 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18대 총선의 친박연대도 이 전 대표가 꿈꾸는 모델이다.
친박연대는 2008년 4월 9일 총선을 불과 19일 앞둔 같은 해 3월 21일 당시 친이(친이명박)계 주도의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이 급히 창당한 정당이다.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는 12석이 걸린 대구에서 3석을 차지했고, 15석인 경북에서는 1석을 챙겼다. 친박연대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텃밭이었던 TK에서 4석을 얻은 것이다.
친박연대는 TK 4석을 포함해 지역구에서는 6석을 얻었고, 비례대표는 8석을 획득하는 등 모두 14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서도 홍 시장은 “대구에서 18대 친박연대 바람이 분 것은 친이계의 공천 학살과 유력한 차기 주자인 박근혜 (당시) 의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준석 신당’은 전혀 대구 민심을 가져갈 만한 하등의 요인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준석 신당’에 대해 장밋빛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 신당’의 가장 불길한 시나리오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2017년 1월 24일 창당한 바른정당이다.
바른정당은 당시 친박 세력에 반발해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창당한 정당이다.
바른정당 의원은 한때 30명까지 달했으나, 돌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탈당 사태가 세 차례 이어지면서 의원 수는 9명까지 줄어들었고 결국 2018년 국민의당과 합당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행동으로 옮길 경우 첫 시험대는 내년 4월 총선에서 ‘기호 3번’을 획득하느냐 여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특정 정당이 ‘통일된 기호’를 부여받기 위해선 5명 이상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 한 영남권 의원은 17일 “공천에 불안감을 느끼는 여야 의원들이 ‘이준석 신당’에 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여야 의원 중 6~7명 정도가 ‘이준석 신당’ 합류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향이 다른 여야 의원들이 모여 ‘화학적 결합’을 이룰지 여부는 2차 시험대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준석 신당’의 성패 여부를 지금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격변에 빠져들 수 있어 불확실성이라는 흙먼지가 어느 정도 가라앉아야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박성영 기자 pm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폭력·외도 일삼던 남편이 욕 한번 했다고 이혼하자네요”
- 화장실서 여친 살해한 해경… 임용 전 ‘성범죄 전과’도
- 17개월 만에… 정부 “경기 회복 조짐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 “5개월 된 손자 보러”…불난 식당 숨진 베트남女 사연
- “아이 손가락 잘렸어요”…퇴근길 펼쳐진 ‘모세의 기적’
- 조국 “윤석열씨, ‘정권 파탄’과 ‘가정 파탄’ 중 어느 것 택할까”
- LG, 29년 만의 우승에 ‘29% 할인’ 진짜 쏜다
- “안중근 대신 6·25”… 육사,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
- “‘3/6시간이 뭐죠”… ‘초3 킬러문항’ 논란에 맘카페 시끌
- “폐지 할머니께 유통기한 지난 음식 주는 엄마, 괜찮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