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은 버려진 고양이들의 ‘무덤’이었다… “사체 500구 나와”
“쓰레기와 고양이 엉켜있어”
정신질환 앓던 집주인, 무분별 번식 방치 추정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사체 500여구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사체는 배설물과 온갖 잡동사니 등과 엉겨 붙어 온 집안을 뒤덮고 있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이 집에 들여온 길고양이들의 무분별한 번식을 방치해 발생한 일인 것으로 관계 기관은 보고 있다.
17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천안시와 동물보호단체 4곳은 천안시 봉명동의 한 가정집을 방문해 새끼 고양이 사체 500여구를 발견했다. 또 25마리의 성묘와 새끼 고양이 2마리를 구조했다. 전날 봉명동행정복지센터에 “악취가 심하게 나는 아파트가 있다. 집주인이 동물저장강박증(애니멀호더)이 아닌지 의심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이 아파트에 사는 60대 여성 A씨는 평소 정신질환과 노인성 질환 등을 앓아 왔으며,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몇 년 전부터 남편과 길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길렀으며, 사별한 뒤에는 더 많은 수의 고양이를 집에서 혼자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받지 못한 채 집 안에서 대량으로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은 죽을 때까지 대부분 방치됐던 것으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유기동물구호 법인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 이경미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양이는 한 번 번식하면 4~6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데, A씨가 과거 데려온 길고양이 28마리가 무분별하게 번식하며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해당 집 안은 쓰레기와 고양이가 분간도 안 될 정도로 엉켜있었다”며 “탯줄과 태반도 떼지 못한 고양이, 실온에 방치돼 뼈만 남거나 여기저기 눌려 종잇장처럼 발견된 고양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A씨가 버리지 말라고 부탁했던 자신의 개인 가방에서도 고양이 사체 40여구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A씨에 집에서 나온 쓰레기는 7.5t에 달했는데, 집안 정리 과정에서 성묘 25마리와 새끼 고양이 2마리가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말 대로라면 욕실 천장 구멍을 통해 도주했을 고양이 1~3마리가 추가로 구조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구조된 고양이들은 동물보호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A씨의 ‘소유권 포기 각서’가 없어 일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A씨에게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구두로는 들었지만, 서면으로 받지 못해 고양이들이 제대로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설명했다.
A씨는 현재 뇌경색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A씨는 1년 전부터 인지능력조차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라면서 “이전부터 치료를 권했으나 A씨가 워낙 완강히 거부해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천안시도 지난해 7월부터 A씨 치료 등을 위해 꾸준히 집을 방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시 악취가 너무 심하다는 주민들 신고로 시청 관계자들이 방문했었지만, A씨가 문도 열어주지 않은 채 대화를 완강히 거부했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설득과 방문 끝에 A씨는 결국 치료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집에서 엄청난 쓰레기와 함께 고양이 사체가 무더기로 나오자 시 관계자들 역시 크게 놀랐다는 입장이었다. A씨가 동물학대 등으로 신고당할 것이 두려워 외부인들의 집안 진입을 극도로 거부했을 수 있다고 시 관계자들은 본다.
현재 보호단체들의 노력으로 구조된 고양이들에겐 곳곳에서 봉사의 손길이 전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고양이들이 안정되면 중성화 수술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들을 시에서 맡게 된다면 안락사 처분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양이들이 입양을 통해 새 삶을 찾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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