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영재죠?"…中학부모 줄선 184만원 '유전자 검사'

서유진 2023. 11.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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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모들이 자녀의 타고난 재능을 찾겠다며 자녀 유전자 검사에 1만 위안(약 184만원)까지 쓰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 과학계는 이런 검사가 신빙성이 없고 부모의 교육열을 자극하는 사기에 가깝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 사는 우자는 올해 초 쌍둥이 딸들의 유전자 검사를 위해 광저우에 샘플을 보내고 2000위안(약 35만원)을 냈다. 당시 자녀들은 생후 7개월에 불과했다. 그는 아기마다 35쪽 분량의 '아이 성장 조언 보고서'를 얻었고 자칭 '유전학 교수'로부터 온라인 상담도 받았다고 한다.

중국 부모들이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찾겠다며 자녀 유전자 검사에 수천 위안(수백만원)씩을 지불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중국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한자로 사람 인 자를 들어보이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요즘 중국에선 검사비가 최소 400위안(약 7만4000원)에서 최대 1만 위안(약 184만원)에 이르는 영재 유전자 검사 열풍이 불고 있다. SCMP는 "아이의 재능을 조기에 알아내 키워주려는 중국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라고 전했다.

업체들은 0~12세 아이의 입 안 또는 피부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재능을 파악하면 조기 교육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항목이 자세해질수록 검사비는 비싸진다. 한 업체는 검사를 통해 언어·음악·시각 및 공간인지 능력·논리적 사고·신체 움직임·대인 관계 및 사회적 상호 작용·자연 탐구·자기 인식 등 8개 범주에서 40개 능력을 검사한다고 소개했다. SCMP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유전자 검사로 IQ·EQ·인성을 확인할 수 있고 신뢰도가 99.9%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이런 검사가 신빙성이 없다고 본다. 베이징연합 의과대학의 유전학 연구원 황상즈는 SCMP에 "유전자와 재능 간 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유전자 검사는 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장쑤성 양저우 의학유전학센터의 후수웨이 연구원도 "이런 서비스는 과학기술을 가장한 점술, 속임수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창립 130주년을 맞이한 중국 우한 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서 학생들이 중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교육 금지도 못막은 中교육열…잠쫓는 기구 열풍도

어린이에게 유전자 검사를 받게 하는 등의 교육열은 당국이 사교육을 금지한 지 만 2년이 지난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 당국이 불법 과외에 고액 벌금을 물리고 선행학습과 경진대회를 금지하는 등 사교육 근절을 위해 나섰지만, 오히려 암암리에 과외·특별 수업이 성행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자녀의 학력이 떨어지느니, 차라리 벌금을 내고 과외를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얘기다. 펑파이 신문에 따르면 올 여름 현직 교사가 호텔·아파트 등에서 은밀하게 학생들을 과외하다가 적발돼 벌금을 무는 일이 속출했다.

한국에서도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대학 졸업정원제와 과외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한 '7·30 교육개혁조치'가 이뤄졌다. 당시 국내에서도 요즘 중국처럼 불법 과외 적발이 이어졌다.

학습시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오일 흡입기가 중국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레몬·장미·인삼·박하 등 여러 향이 있다. 사진 타오바오 캡처

한편 SCMP는 최근 중국에서는 학습 시 집중력을 높이고 잠을 쫓아준다며 콧구멍을 통해 장뇌 성분이 포함된 오일을 흡입하는 기구가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린다고 전했다. '에너지 스틱'으로 불리는 이 기구는 "등교 전에 한 번, 하교 후에 한 번 들이마셔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원래 이 제품은 트럭운전사가 야간 운전할 때 졸음을 쫓기 위해 쓴다고 알려져 있다. 1개당 가격이 10위안~20위안(약 3500원)으로 저렴하다 보니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 등에서 구매가 급증했다. 이에 후베이성 당국은 "해당 제품을 반복해서 사용할 경우, 청소년들이 비강을 통한 약물 흡입에 익숙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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