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들 모십니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2023. 11.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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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캐릭터카드 열풍에 품귀현상까지
마케팅 비용 들어도 신규고객 유입 효과

[한국경제TV 장슬기 기자]

"키티부터 짱구, 원피스까지…덕후들 모여라" 금융권에서도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다름 아닌 캐릭터카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카드 혜택이나 조건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더 예쁜' 카드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일명 '덕심'을 자극하는 카드 플레이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키티와 짱구를 담은 신용카드, 업계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다줬을까요.

◆ 없어서 못 판다…품귀현상까지 올해 품귀현상을 보인 대표적인 카드는 산리오캐릭터즈가 콜라보 된 '신한카드 플리'입니다. 산리오 대표 캐릭터인 헬로키티, 시나모롤, 마이멜로디&쿠로미 등 3종의 디자인으로 출시된 카드인데, 단기간에 15만매 발급을 넘어서면서 금융권에선 다소 생소한 '배송지연 카드'란 이력까지 남기게 됩니다.

최근에는 SNS상에서 M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토심이·토뭉이' 캐릭터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카드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캐릭터카드 설문을 조사한 결과, 토심이·토뭉이 캐릭터가 담긴 'KB국민 마이 위시'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실제 이 카드는 9월말 기준으로 5만매 발급을 넘어섰습니다.

이밖에도 '짱구는 못말려' 속 짱구와 흰둥이를 주인공으로 한 카드, 미니언즈와 건담 등 골수팬을 지닌 캐릭터카드, 발행부수 5억부를 기록해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세계적 인기캐릭터 '원피스' 카드까지 등장합니다. 캐릭터카드 원조격으로 불렸던 카카오뱅크의 카카오프렌즈(라이언, 어피치 등) 카드를 시작으로 캐릭터카드 라인업은 지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캐릭터카드를 보유한 금융소비자만 1,000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비용 들어도 신규고객 확보 효과↑ 그렇다면 캐릭터카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카드사가 카드 플레이트 위에 무작정 캐릭터를 그려 넣어 팔 수는 없겠죠. 인기 있는 캐릭터들은 모두 '저작권'이라는 게 있습니다. 실제 캐릭터카드를 판매할 때는 저작권을 보유한 작가 또는 업체와 제휴가 우선됩니다. 상품별로 다르지만 연간 계약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거나, 발급 매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카드사는 '마케팅비용'을 지출합니다.

비용부담이 있는데도 카드사들이 인기 캐릭터를 카드에 담는 것은 신규고객 유입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실제 2030세대 뿐만 아니라 잠재고객으로 불리는 10대들 사이에서도 캐릭터를 입힌 체크카드는 '인기템'으로 꼽힙니다. '덕심'을 보유한 소비자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펀슈머'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부담을 해서라도 캐릭터카드를 판매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다만 최근 불고 있는 캐릭터카드 열풍은 오히려 캐릭터를 홍보하고 싶어하는 작가들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집니다. 작가들 입장에서 카드 플레이트는 금융소비자가 항상 지갑에 소지하는 필수품목으로, 결제할 때마다 외부에 노출이 되는 엄청난 홍보수단이기도 합니다. SNS를 통해 캐릭터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요즘, 캐릭터 홍보를 위해 카드사와의 제휴를 노리는 작가들이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 원하는 카드 못 얻었다면? 옷 입힌다

마음에 드는 예쁜 카드 여러 장 보유하면 좋은데, 엄밀히 따지면 카드는 관상용이 아니고 금융상품입니다. 막무가내로 발급할 수 없고, 이례적인 품귀현상으로 발급이 힘든 경우도 있죠. 이런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카드에 옷을 입히는 '카드커버'까지 등장했습니다.

한 카드커버 브랜드는 카드 디자인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없다는 것에 착안, 카드플레이트에 붙였다 뗄 수 있는 스티커형 카드커버를 출시했고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역시 캐릭터디자인 라인업을 확장하기 위해 MZ세대에게 인기인 웹툰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습니다.

덕후를 향한 마케팅은 카드사뿐 아니라 전 금융권에서도 한창입니다. 예쁜 다이어리는 연말 스타벅스에서만 받는다? 은행들도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캐릭터가 그려진 다이어리를 증정하거나 대표 캐릭터를 내세운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캐릭터를 선호하는 팬층이 생각보다 두터워 금융상품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물론 그 만큼 혜택이 더해진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더욱 좋겠죠.

★ 슬기로운 TIP

캐릭터카드가 인기인 것은 캐릭터작가나 카드사 입장에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일각에선 무분별한 카드 발급에 따른 '휴면카드' 증가에 따른 우려도 제기됩니다.

휴면카드란 발급한 뒤로 실제 사용은 하지 않는 일명 장롱카드로, 캐릭터카드가 자칫 관상용 기념품으로 자리잡아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을 키우거나 사회적 비용 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위해 카드사들은 일부 카드에 대해 발급수수료를 책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카드를 사용했을 때에는 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의 '휴면카드 감축' 정책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금융소비자들은 각 카드별 발급수수료와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새 카드를 발급받았다면 사용하지 않는 카드는 해지해 2차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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