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멘 이재용 “나아갈 기회를”…손 떨며 10분 최후진술

권남영 2023. 11. 1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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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결심 공판…검찰, 징역 5년 구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랜 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제 옆에 계신 피고인들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럽습니다. 만약 이 사건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10분여간 이어진 최후진술 마지막 부분에서 원고를 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손이 떨렸다. 목이 멘 듯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심리로 열린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결심 공판에서였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그는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 도움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배구조를 투명화·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한다고 생각했다”며 “내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 앞에서 검사의 주장처럼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속이려는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회장은 “106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때로는 어쩌다 일이 이렇게 엉켜버렸을까 하는 자책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며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절감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으로 임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중요한 일을 처리하면서 더욱 신중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자책했다.

다만 이 회장은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다”며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신기술 투자, 인수합병을 통한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내가 외국 경영자, 주요 주주들,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며 너무 안타까웠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에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기본적 책무가 있다”며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선대 회장들도 거론하며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자산 4조5000억원 상당을 과다 계상했다고 본다.

선고는 내년 1월 26일 이뤄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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