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둔화에 원화값 4개월새 최고…"더 오른다" 전망 근거는

김남준 2023. 11.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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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원화 값이 약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한국 경제를 괴롭혔던 강(强)달러 국면도 완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80원대 근접한 원화값, 4개월 만 최고


박경민 기자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296.9원으로 전 거래일과 비교해 보합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월 1일(1283.8원)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화 가치는 한때 1300원 중반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달러 약세 기조가 두드러지면서 1280대원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원화 가치가 다시 오르는 이유는 최근 미국 경기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 둔화하고 있어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치(3.3%)를 소폭 하회했다. 특히 그간 상승률이 가팔랐던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가 둔화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기대감을 키웠다. 신차(1.9%)·중고차(-7.1%)·의복(2.6%)같이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상품의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해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떨어졌다.


고금리·고물가 여파에 美 소비 여력 감소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 CPI 기울기가 완만해진 배경에는 소비 여력 감소가 꼽힌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그만큼 줄기 시작했다. 국내 소비가 경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은 소비 여력을 향후 경기 판단에 중요한 지표로 본다.

실제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달 미국 소매 판매는 7050억 달러(약 911조원)로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0.2%)보다는 감소 폭이 작았지만, 소매 판매 지표가 전월 대비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서 미국 미시간 대학이 집계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60.4)도 전월 대비 5.3% 하락하면서,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숫자를 기록했다. 해당 지표가 낮을수록 소비자가 느끼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는 “미국에서 몇달 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올 것”이라며 “일부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높지만, 계란과 닭고기, 해산물 등의 경우에는 가격이 내려갔다”고 했다.


강세 보이던 고용 지표도 둔화 조짐


미국의 한 시민이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최근 미국 경제의 강세를 이끌었던, 고용도 꺾이는 모습이다. 신규 일자리 증가세는 줄고, 실업자는 쌓이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미국 비농업 신규 고용은 15만명으로 시장 예상치(17만명)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주(5~11일)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23만1000건)도 예상(22만2000건)보다 더 늘고,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186만5000건)도 2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를 보였다.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 수가 늘면, 미국 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물가를 자극하는 임금 상승세가 꺾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 둔화 조짐에 Fed의 긴축 정책도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역수지 개선…“약(弱)달러 지속할 듯”


향후 원화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기 둔화는 물론 국내 외환 수급도 크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15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던 무역수지가 6월 이후 흑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도 개선 흐름을 타고 있다. 특히 한국 수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어, 향후 원화가치 안정 기대를 키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물가 안정화 흐름과 경기 부진 우려를 나타내는 지표의 결과가 집중하면서, 5% 수준의 미국 국채금리는 현재 10년물 기준 4.4%로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 역시 1350원에서 1290원 초반 수준으로 복귀했다”면서 “미국에서 일자리 찾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 흐름은 지속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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