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부모 여의고 무너진 정신과 의사…만병통치약을 찾았다 [더, 마음]

2023. 11.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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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음’ 섹션에서 여러분의 단단한 마음을 응원하며 매주 한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이번 주는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웅진지식하우스)입니다. 책 부제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의 고리를 끊고 진짜 변화를 불러오는 마음의 기술’인데요. 어떤 내용인지 살펴볼게요.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어떤 책?

저자 전미경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자존감 열풍 시대에 '가짜 자존감'이란 화두를 던졌던『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어른의 사랑법과 관계 심리학을 다룬『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닮았다』 등을 썼는데요.

저자는 지난해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을 모두 여의었습니다. 부모의 죽음을 순차적으로 경험하며 저자의 마음은 무너져내렸는데요. 환자들이 겪는 증상을 두루 경험했죠.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자기 연민에 빠지고, 우울하고 불안한 이유를 파고들었어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인생이 공허하다고 생각했고요.

저자는 환자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에 썼습니다. 불안하고 우울한 나를 파고들지 말자, 주도력을 갖고 주변 상황을 통제하고 직접 실행하자, 그래야 나쁜 심리 습관을 깰 수 있다고요. 저자는 수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이 책의 제목처럼 인간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누구나 심리적 역량을 갖고 있고 달라질 수 있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해요.

저자가 건네는 해결책을 지금부터 살펴볼게요.


1. 과거를 곱씹지 말자.


" 상처를 곱씹는다고 해서 내 인생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략) 과거와의 섀도복싱이 아닌 현재와 실제로 맞붙어 싸우는 복싱을 하자. 내 인생을 앞으로 책임질 주체는 과거도 타인도 아닌 바로 현재의 나임을 잊지 마라. p. 48. "
프로이트 논리라면 문제가 있는 개인은 과거를 뒤져서 잘못을 찾아야 합니다. 프로이트는 계급이 있고, 개인이 인생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 시대에 살았는데요. 그때는 개인이 힘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과거 탓’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감정에 대한 억압도 심하고, 정신과 약도 상용화되지 않은 시대라서, 사람들이 정신과에 가서 감정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나아졌다고 해요. 저자는 프로이트의 의견은 분명 의의가 있지만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프로이트의 논리대로 현재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아내 자기 연민에 빠져 있다고 해요. 과거라는 적과 싸우면서 의미 없는 서사를 만들어내 복잡한 감정을 키우는 거죠. 저자는 ‘그 시선에서 벗어나자’고 합니다. 과도한 자기 몰입에서 빠져나와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죠.
과거를 곱씹지 말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자. 사진 Unsplash, Sage Friedman


2. 가치 있는 선택을 하자.


" 제대로 된 가치관과 원칙은 나만의 스펙이 된다. 물론 이런 스펙이 성공한 인생을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소중한 것을 지킬 수는 있다. 바로 나의 자존감이다. (중략) 가치관과 원칙을 지키는 삶은 느리고 험한 길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장 빠른 길이다. p. 111 "
저자는 ‘스스로 세운 원칙 안에서 마음껏 살라’고 조언합니다. 가치관에 따라 살면 자존감을 지킬 수 있고요.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간다는 자기 주도성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당장의 삶이 힘들더라도, 가치를 따르는 선택을 한다면 그 노력이 의미 있는 것을 알게 되죠. 삶의 테두리가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데요. 저자는 ‘스스로 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하루하루 나만의 콘텐트로 채워 넣어야 삶이 성숙하고 풍요로워진다'고 강조합니다.

3.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 사실 포기하라는 조언은 너무 쉽고 간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내가 권하는 포기는 손쉬운 회피가 아닌 용감한 참여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소극적 포기’나 ‘수동적 선택’이 아닌 ‘적극적 포기’이자 ‘주도적 선택’이다. p. 74. "
저자는 환자들이 고민하면 단호하게 말합니다. 같은 시험에 7번째 낙방한 환자에게는 이제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알아보라고 해요.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잃은 환자에게는 돈을 되찾을 생각을 접으라고 하고요. 친구가 자신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긴다고 하는 환자에게는 친구와 손절하라고 말해요. 외도를 반복하는 배우자가 있다는 환자에게는 이혼하라고 하고요. 환자의 상태를 관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죠. 사람들은 자기 확신이 떨어져서 포기를 못 하는데요. 저자는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의지는, 같은 잘못을 끝없이 되풀이하면서 불행을 반복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해요. 그러니 불행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용기 있게 포기하라는 거죠. 인생의 선장으로 하나를 포기하고,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라는 겁니다.
용기있게 포기하고, 의미있는 것을 선택하자. 사진 Unsplash, Vladislav Babienko

4. 유리멘탈을 강철멘탈로 만들자.


" 강철멘탈이 고난을 극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면 유리멘탈은 쿠크다스 과자처럼 부스러기가 된다. (중략) 나는 이 둘의 차이가 단순히 멘탈의 차이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멘탈이 좋은 사람은 그들만의 ‘믿는 구석’이 있다. p. 127 "
‘강철멘탈’과 ‘유리멘탈’의 차이는 뭘까요. 평상시에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요. ‘유리멘탈’인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거든요. 하지만 힘든 일이 닥치면 강철멘탈인 사람과 유리멘탈인 사람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강철멘탈 소유자들을 분석해 봤는데요. 이들은 ‘믿는 구석’이 있더래요. 믿는 구석이 있으니 당당하게 사는 거죠. 저자는 ‘믿는 구석’으로 경제력을 꼽습니다. 실력도 ‘믿는 구석’의 하나라고 말합니다. 실력이 있으면 인생을 더 주도적으로 살 수 있으니까요. ‘삶의 의미와 목적’도 중요해요. 인생의 목적을 아는 사람은 비교적 덜 흔들리니까요. 내가 힘들 때 나를 안아주는 ‘의미 있는 타인’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믿는 구석을 정비하면 강철멘탈이 될 수 있다고 하네요.

5. 불안하면 운동하자.


"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는 말은 도움이 안 될 때가 많다.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생각의 범주를 벗어나 아예 다른 영역인 몸에 집중하는 방법이 좋다. p. 148 "
저자가 환자에게 가장 많이 권하는 것이 바로 운동이라고 해요. 우울증 환자에게는 힘이 조금 생기면 운동을 권하고요. 공황장애, 불면증 환자에게도 운동을 강조하죠. 치매 환자 보호자에게는 하루에 30분이라도 산책을 처방하는데요. 그야말로 운동이 만병통치약인 셈이죠. 이렇게 운동을 하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고 합니다. 수영을 하면 잡생각이 사라지고요. 등산을 하면 머릿속이 단순해집니다. 산 정상에 올라가 기쁨을 만끽하다 보면 ‘사는 게 별 거 있나’ 싶어지고요. 에너지를 육체 활동에 쓰니 정신에 쏟을 에너지가 별로 없어진다는 겁니다.
운동은 마음의 만병통치약이다. 사진 Unsplash, John Arano

더, 마음 읽기 가이드

정신과 의사들은 보통 환자와 거리를 둔다고 합니다. 퇴사를 고민하는 환자에게 “중요한 문제이니 환자분께서 결정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식이죠.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바로 이 점이 저자의 차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독자 편에 가까이 와서 말합니다.

이 책에는 당장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조언으로 가득합니다. 마음이 편해지는 유연함의 기술, 가스라이팅에 자신을 지키는 법, 독이 되는 관계를 놓는 법, 인생의 공허함에서 해방되는 법,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법 등 저자는 단호하고 강단 있는 어조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데요. 우리 내면에 이미 강력한 힘이 있고,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응원이 마음을 움직이는 책입니다.

이혜민 객원기자 lhm5866@hanmail.net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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