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관 상임위 통과했는데…野 법사위 반대에 '장애인 복지법' 제동 [尹정부 민생현안]

김민석 2023. 11.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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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복지법 개정안, 법사위 제2소위 계류
'체계·자구 심사' 아닌 '한자협 반대' 때문?
野간사, '견강부회' 표현에 반발하며 2차전
"일부 의원 사감에 장애인 권리 침해받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 장애인들이 지난 4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장애인복지시설(화) 반대 및 장애인 복지법 개정 방향에 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관리하는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여야 합의를 이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몽니를 부리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요구대로 법안심사 2소위로 해당 법안을 넘겼으나, 야당 법사위원들의 반대로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7월 26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2소위로 회부된 뒤 상정이 되지 않아 단 한 차례의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2소위는 앞선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법안들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해당 법안이 헌법이나 다른 법률, 하위 법령과 체계상 문제가 없는지, 문장·용어·조문 인용 등에 오류가 없는 지를 점검하는 역할이 주된 업무다.

현재 법사위 2소위에 계류돼 있는 장애인 복지법 개정안은 현행법 시행규칙에 따라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의 업무로 규정해 그 시설을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의 관리 투명성 및 서비스 질을 제고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복지시설로 편입해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그 동안 누리지 못했던 대우와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취지다.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 예산으로는 2조8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26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 복지법 개정안은 4월 26일 복지위를 통과한 바 있다. 당시에도 민주당의 반대로 처리까지 진통이 적지 않았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체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개정을 반대했던 게 대표적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는 수년간 권익옹호, 동료상담, 개인별자립지원, 탈시설 및 주거지원, 활동지원사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과를 이뤘지만,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복지시설로 명시되지 않아 겪어왔던 센터의 운영 및 관리, 재정지원 등의 해법이 마련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요청해왔다.

반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복지시설로 진입할 경우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센터 설립과 운영, 참여 장벽을 상승시켜 중증장애인 배제 경향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유관 단체들의 의견 대립으로 해당 법안은 복지위에서도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민주당 소속의 강훈식 제2소위원장이 시행일을 1년 6개월로 확대하는 중재안을 냈고 여야가 모두 합의하면서 법안은 수정 가결됐다. 그 직후인 4월 27일 해당 법안 법사위로 회부됐다.

하지만 복지위에서의 여야 간 합의는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 소병철 법사위 간사를 비롯해 박범계·권칠승·김영배 의원 등이 해당 법안의 전체회의 상정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소 간사는 "장애인들에게서 절대 통과시키면 안된다는 문자를 100통 이상 받고 있다"며 "장애인 단체 간 협의가 안됐다. 장애인단체들이 다른 일 때문에도 전철에서 시위를 하고 복잡하지 않나. 소위로 회부해 조금 숙성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할 때 저희가 굉장히 조심해야 되는 게 정부에서 생각하는 어떤 방법과 거기에 혜택을 받거나 관련되는 사회적약자들의 입장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해서 이 법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정작 장애인들은 이렇게 목숨 걸고 절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결론적으로 이것은 체계·자구의 문제도 아니고 다만 개정안에 대해서 양 단체 간에 이견은 대부분 전체회의에 계류하지 않느냐"며 "2소위에 회부하기 위해서 견강부회로 정합성의 문제도 된다고 말(하는 건 무리)"라고 비판했지만 반대 의사를 꺾진 못했다. 오히려 '견강부회' 발언이 도화선이 돼 양측의 설전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결국 소 간사와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해당 법안은 2소위로 회부됐고 4개월 가까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의원이 제2소위 안건 상정 요청을 했지만 같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제2소위에 회부된 장애인 복지법은 본래 목적인 체계·자구심사가 이유가 아니라 한 의원이 사적인 감정으로 심사를 거부하고 있어 매우 부적절하게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장애인 자립 지원 및 관리가 일부 의원의 사감으로 침해 받고 있는 실정인 만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들이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체계자구 범위 내에서 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인데, 여당 측에서 '사적인 감정' 때문이라고 왜곡하는 것에 심각한 유감"이라며 "국민의힘은 법안심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무엇이 장애인 권익에 부합하는지 법안에 어떤 문제는 없는지 진지하게 심사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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