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사효험 어땠길래...사기꾼 19억 받아낸 ‘대단한 브로커’

허정원, 이찬규 2023. 11.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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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경찰 고위직 연루 의혹을 받는 ‘검경 수사·승진 청탁 의혹 사건’의 한가운데엔 브로커 성모(62)씨가 있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의 수사가 성씨의 손이 닿은 사건·승진자들 위주로 이뤄지는 것도 그래서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건 FTB코인 투자금 편취 의혹이다. 브로커 성씨가 코인사기 의혹을 받는 탁모(44)씨의 청탁을 받아 브로커로서의 존재감을 과감하게 드러낸 사건이라서다.


가락시장 투자금 편취 사건 때 처음 만난 브로커


사건 브로커 성모씨(오른쪽)는 다수의 검경 인맥을 동원해 승진ㆍ수사무마 청탁을 수년간 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왼쪽은 사건 브로커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한 현직 치안감급 경찰 공무원. 검찰이 수사중인 가상화폐 사기 혐의자 탁모씨는 2021년 가락시장 일대 코인 투자금 편취사건으로 브로커 성모씨를 처음 만나게 됐다. 독자제공.
원래 탁씨가 처음으로 찾은 브로커는 성씨가 아닌 전모(구속기소)씨였다. 1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미 여러 건의 사기 전과가 있었던 탁씨는 2021년 서울 가락시장 일대에서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 사건 수사 당시에서 전씨를 찾았다. 전씨는 수사무마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탁씨에게 “훨씬 잘 하는 분이 있다”며 또다른 사건 브로커를 소개했는데 그게 바로 성씨였다고 한다.

탁씨는 성씨를 통해 ‘브로커 효과’를 곧바로 체감했다는 게 이 사건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성씨가 맡아준 첫 사건이 탁씨 입장에선 아주 잘 풀려서 결국 불구속 처리됐었다”며 “첫 사건이 안 풀렸다면 또 다른 사건 청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도 늦어졌다. 탁씨는 2021년 12월 불구속기소 됐지만, 공판기일통지서, 공판기일변경 명령 등이 송달되지 않으면서 5개월 후인 2022년 5월에야 첫 재판이 시작됐고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불구속되자 외제차도 쾌척…FTB·아티코인도 맡겨


'사건 브로커'에게 경찰 수사 무마를 위해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탁모씨(오른쪽)는 지난 2020년 한 변호사(왼쪽)로부터 비트코인 1만개 공증 받았다. 탁씨는 타인 소유의 코인 1만개를 인증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해 투자금을 편취했고, 이 사건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브로커 성씨에게 접근했다. 독자제공.
효험을 본 탁씨는 FTB 사기 등 수사무마를 청탁하며 고가 수입차를 포함해 총 18억5400만원 상당을 성씨와 그를 소개한 전씨에게 넘겼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20년 FTB코인을 발행한 뒤 주요 거래소에 상장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10억원 이상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탁씨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탁씨는 지난 1일 광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문혁)가 구속기소한 피해액 28억원 상당의 아티코인 투자금 편취사건도 성씨에게 무마해달라고 청탁했다.

성씨는 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탁씨에게 자신을 소개해준 전씨와 함께 8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전직 검찰 관계자는 “전남·광주 지역 경찰 사이에선 성씨가 경감부터는 웬만하면 통하고, 경감 아랫급에서도 성씨의 이름을 알 정도라고 한다”며 “승진청탁이 하나둘 먹혀 들어가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성씨를 찾는 경찰이 많아졌는데, 그렇다보니 사건 관련 청탁도 자연스럽게 들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성씨가 검찰 조사에서 승진 청탁자로 이름을 언급한 A경정 역시 “성씨를 광주·전남지역 유지로 자연스럽게 소개받았다”며 “안부 전화 정도는 하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檢, 현직 치안정감도 의심…사기 피해자들 “보완수사” 요구


검찰은 탁씨가 피의자인 코인사기 혐의 무마 의혹과 관련해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소속 경감급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18일 압수수색했다. 또 지난 9일엔 전직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김정민 기자
브로커 성씨의 수사·승진 청탁 의혹은 경찰청장 바로 아래 최고위직인 현직 치안정감에게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씨에게서 경찰관들의 명함 180여개가 나왔고, 이중 B치안정감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서다. 검찰도 이같은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B치안정감은 “수사·인사청탁 관계된 일을 전혀 할 위치도 그럴 사정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수사무마 의혹 사건이 커지자 FTB코인 피해자들은 성씨에 의해 사건이 축소 수사됐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비트코인 대리 거래 등을 합쳐 총 39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피해액을 10억여원으로 추산해 송치한 게 부실수사라는 주장이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 관련 서류를 라면박스로 1개 분량을 경찰에 냈는데, 수사에 입회하면서 보니 제대로 안 넘어간 서류가 많더라”며 “사건이 송치된 서울중앙지검에 보완수사 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곧 의견서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맡길 당시의 시세와 맞먹는 액수의 현금을 이미 탁씨가 반환했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한 차례 압수수색을 당한 서울청 금수대 경감 C씨는 “오히려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던 부분까지 찾아내 송치한 사건”이라며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탁씨에게 코인 투자금으로 3000만원을 맡겼다 돌려받은 인물 중엔 대전지역 경찰서장을 지낸 전직 총경 D씨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D 전 총경은 “탁씨의 동업자라면 알지만 탁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허정원·이찬규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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