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놈" "금수" 더 세진 막말…美英선 "You Lie"도 징계받는다
정치권에 ‘막말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의원의 품격이 떨어졌다는 지적은 꾸준했지만 최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필두로 막말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송 전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놈”, “건방진놈”, “미친놈”이라고 지칭했다. 한 장관이 “송 전 대표가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는 입장문을 내자 민주당 의원들은 배턴을 이어받았다. “그닥 어린 넘도 아닌,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유정주 의원, 13일 페이스북), “어이없는 XX(이)네, 정치를 누가 후지게 만들어?”(민형배 의원, 13일 페이스북), “금도를 지키지 못하면 금수다. 금수의 입으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을 물 것”(김용민 의원, 14일 페이스북)과 같은 막말이 이어졌다. 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김용민은 금수가 아니라 정치쓰레기”라고 쓰자 또다른 막말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정치인의 품격이 떨어지자 한국도 선진국처럼 제동을 걸어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영국의 경우 의원끼리 서로 ‘당신’(you)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징계 사유가 된다. 통상 같은 당 소속 의원은 ‘친애하는 동료의원(My honourable friend)’, 반대 당 소속 의원은 ‘친애하는 야당 의원(My honourable opposite)’으로 부르며 상호간 존중을 강조한다.
이런 ‘발언규범’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징계도 거침없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영국의 폴 플린 노동당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아프간 전쟁 영국군의 철군을 주장하면서 “국방부 장관이 의회에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하원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지나치다”며 발언 철회를 지시했음에도 플린 의원이 계속 거부하자 버커우 의장은 플린 의원에게 5일간 직무정지 징계를 내렸다.
미국의 규범도 엄격한 편이다. 2009년 9월 당시 조 윌슨 공화당 의원이 양원 합동회의 연설 중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거짓말이야(You lie!)”라고 소리쳤다가 징계를 받았다. 징계 수위도 ▶제명 ▶견책 ▶공개 비판 ▶벌금 중 두 번째로 높은 공개 비판으로 가볍지 않았다.
한국은 정반대다. 13~20대 국회에 제출된 235건의 징계안 중 41.2%(101건)가 폭언과 모욕 등 ‘막말’이 이유였다. 하지만 실제 징계를 받은 경우는 한 건에 불과했다. 18대 국회 당시 강용석 의원이 대학생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드러나자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은 게 유일한 사례다. 그나마도 국회 회의 도중의 발언이 아닌 외부 행사 이후 식사 자리에서의 발언이었다.
사실상 징계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발언에 대해선 ‘면책특권’을 적용하지 못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2대 국회까지 존재했던 국회의장의 ‘발언취소 명령’ 권한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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