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 식초·펫 배변패드…해외로 뻗는 라이콘 [BUSINESS]
먹기 편한 고체 식초, 붙이는 자외선 차단 패치, 유아용 조립형 식기….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2023년 강한 소상공인 파이널 오디션-글로벌 분야’에 입상한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이다. 기존 제품의 고정관념을 깨고 제형과 용법을 확 바꾸는 혁신성이 돋보인다. 성장 잠재력 높은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발굴, 지원하는 ‘강한 소상공인 오디션’. 이번 대회에서는 기존 라이프스타일, 로컬크리에이터 분야와 함께 ‘글로벌’ 분야가 신설됐다. 소상공인도 글로벌 기업처럼,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강한 소상공인-글로벌 분야에는 1000여개 기업이 지원해 25개사가 선정됐고, 파이널 오디션에서는 6개사가 입상에 성공했다.
고체형 식초, 붙이는 자외선 차단 패치
1위의 영예는 ‘초블레스’가 차지했다. 액체인 식초의 맛과 냄새를 잡고, 먹기 편하게 개량한 고체 식초 ‘리아퐁’이 대표 상품이다. 한채원 초블레스 대표가 과거 사과발효식초를 먹으며 30㎏을 감량한 경험을 토대로 개발했다. 직원 4명에 불과한 ‘소상공인’이지만, 별다른 현지화 작업 없이도 벌써 1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한채원 대표는 “현지화 작업과 현지 콘텐츠 제작 등 유튜브 마케팅을 할 수 있다면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의 ‘사과발효식초’ 카테고리에서 1등 사업자로 올라서는 게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도 적극 공략할 것” 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뉴트리어드바이저는 자외선 차단과 피부 관리가 함께 가능한 ‘자외선 차단 패치’를 개발했다. 야외 활동은 많이 하면서도, 동시에 피부가 상하는 것을 싫어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주력 제품인 자외선 차단 패치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뉴트리어드바이저 관계자는 “해외 수출용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별도로 개발하지 않았다. 상품 포장지 겉면 모두 한국어다. 별도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수출 물량이 지난해 2억7000만원에서 올해 13억원으로 급증했다”고 귀띔했다.
추후 강한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해외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목표다. 해외 전용 디자인을 개발하고 미국 아마존 광고, 인스타그램 광고, 현지 인플루언서 섭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지혜 뉴트리어드바이저 대표는 “해외 시장 전용 포장 디자인만 개발해도 해외에서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번 정부 지원을 통해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수출 금액을 늘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 부모’ 정조준
브릭오, 실리콘 조립형 식기 ‘맘심 저격’
브릭오와 위즈티앤티는 만국 공통의 과제인 ‘육아 고민’을 덜어주는 상품을 앞세워 글로벌 영·유아용품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브릭오는 유아용 조립형 식기 제품을 판매한다. 컵, 뚜껑, 빨대까지 모두 실리콘 소재로 만들어 미세플라스틱 걱정이 없고 열탕 소독도 가능한 데다, 레고처럼 조립하는 재미도 있는 브릭오 유아용 조립형 식기는 안전성과 디자인을 모두 중시하는 국내외 MZ세대 부모에게 ‘핫템’으로 통한다. 브릭오는 이번 강한 소상공인 대회 입상을 계기로 사업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판매 비중을 30%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조현진 브릭오 대표는 “출산율이 낮아지고 평균 출산 연령이 높아지는 게 육아용품 기업에 꼭 악재라고 보기는 힘들다. 출산은 이제 당연한 것이 아닌 ‘특별한 선택’이 됐다. 경제력이 높고 소비 경험이 많은 여성들은 육아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즈티앤티는 ‘유아 청결’이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영·유아들이 잘못된 대변과 소변 처리 방식으로 인해 질염·요로감염 등 질병에 취약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2017년 국내 최초로 유아청결제 제품을 선보였다. 대표 상품은 아기 엉덩이 세정용품 ‘베이비 다이퍼 이너 클렌저’, 유아 청결제 ‘키즈 앤 맘 센스티브 클렌저’ 등이다.
위즈티앤티의 강점은 단연 기술력이다. 국내 특허 4개, 미국 FDA 인증, 우수기업기술인증을 받았다. 위즈티앤티 관계자는 “유럽 아마존 등 온라인 판로부터,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알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씨더블유·차이의발견, 해외 인증
컬러 콘택트렌즈 제조 업체 엘리코퍼레이션은 인도·중동 시장을 집중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중동과 남아시아 시장에서만 지난해 1억8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에는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 현지 법인 설립을 마치고 자체 이커머스몰 개점을 준비 중이다. 장수현 엘리코퍼레이션 대표는 “인도는 세계 4위 뷰티 시장이고, 매해 9% 이상 성장하고 있다. 또 수출보다 내수 시장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진입장벽은 높지만 장기 계획을 갖고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씨더블유소방산업은 업력만 25년이 넘는 ‘장수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만 72억원을 거뒀을 정도로 규모가 탄탄하다. 최근 제2의 도약을 위해 해외 진출을 결심했다. 무기는 ‘차량용 소화기’다. 오랜 기간 소방용품업계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량용 소화기 브랜드 ‘세이프라이프’를 만들었다. 씨더블유소방산업 관계자는 “다수의 캠핑 전시회와 인테리어 전시회 등에 나갔다. 북미, 영국, 일본 등 해외 고객사로부터 문의를 꽤 많이 받았다. 각국 정부의 안전 인증 획득과 브랜딩만 진행된다면 해외 판로 개척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차이의발견은 강한 소상공인 투자IR피칭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었다. 한 번만 쓰고 버리는 반려동물의 기존 일회용 배변패드 대신, 1장을 1000회 세탁해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루플리 에코패드를 2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낸 점이 인정을 받았다.
장선경 차이의발견 대표는 “세계적으로 일회용 배변패드가 매년 약 400억장 나온다. 시장을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기능별로 제품을 세분화하면 시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재구매율이 40%가 넘어 제품 검증은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직원 4명 ‘소상공인’이 1억 수출탑
A. 아버지가 직접 식초를 만들어 복용하신다. 나도 같이 마셔보니 갑상생 항진증 개선, 다이어트 등 다양하게 도움이 되더라. 그래서 주변에 많이 권했지만, 다들 냄새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섭취를 꺼렸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어 창업에 나섰다. 아이디어 단계의 사업계획서가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합격하면서 창업의 길이 열렸다. 지난해 직원 4명이 5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고, 1억원의 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Q. 크라우드 펀딩에서 5000만원 매출을 달성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A. 말 그대로 군중(crowd)을 모으고 집중시킬 수 있는 소구점을 발굴하는 것이 첫째다. 예를 들어, 건강 음료를 팔 계획이라면 그것이 왜, 무엇에 좋은지,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 등 소비자가 궁금해할 것들을 설계해둬야 한다.
펀딩 스토리에 당연히 녹아들어 있겠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꼼꼼하게 상세페이지를 읽지 않는다. 텍스트의 한계도 존재한다. 따라서 고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사전 체험단 이벤트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제품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층을 찾아가 미리 경험하게 하고 그들의 후기를 진정성 있게 풀어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품 장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초블레스는 ‘챌린지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초블레스 식초 효능을 경험할 수 있게 정기적인 복용 습관, 운동 습관을 들이도록 했다. 그게 입소문을 타면서 펀딩에 성공할 수 있었다.
Q. 향후 계획은.
A. 글로벌 시장 안착이 내년 경영 목표다. 이번 강한 소상공인 오디션 글로벌 전형에 참가하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름지고 짜고 단 음식을 주로 먹는 서양인 식습관에는 식초가 꼭 필요하다. 초블레스의 고체 식초 리아퐁이 그런 식습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잇템’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도·중동에서 사랑받는 K컬러렌즈…현지화 목표
A. 2019년 G-Fair 뭄바이에서 한국 뷰티 제품을 완판시켰다. 인도에서 K뷰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판단했다. 수출이 아닌 직진출을 목표로 인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그런데 곧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당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인도를 돕기 위해 KOTRA ESG 활동에 참여해 산소호흡기를 기부하는 등 인도와의 인연을 이어나갔다. 처음 만났을 때 냉담했던 바이어들도 몇 년간 꾸준히 연락하고 노력하니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인도 컬러렌즈 수입 1위인 대형 바이어와 손잡고 자체 브랜드를 유통하는 데 성공했다.
Q. 컬러렌즈의 시장성과 성장성은 어떤가.
A. 컬러렌즈는 전체 뷰티 시장의 작은 일부를 차지한다. 제품 생산 시 불량률은 40% 정도로 높고 완벽한 검수를 위한 인건비가 많이 들어 난도가 높은 제조 분야다. 그래서인지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8만개인 데 비해 컬러렌즈 브랜드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SNS 마케팅을 잘하면 글로벌 브랜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눈 화장에 힘을 주기 때문에 컬러렌즈가 여성 미용의 필수 제품이다. 그만큼 성장성이 높다.
Q. 향후 계획은.
A. 컬러렌즈 최대 시장인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이란, 이라크, 리비아, 쿠웨이트 등 다양한 중동 국가에 컬러렌즈를 수출한 경험이 있다. 인도는 B2B 수출보다는 이커머스를 통한 현지 B2C 판매로 전환 중이다. 특히 여성 커뮤니티를 통한 브랜드 홍보를 제대로 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컬러렌즈는 K팝, K뷰티 아이템인데, 인도의 K팝 팬클럽 95%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인도 내 지역별 K팝 팬클럽 여성들 관심사와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KANEKSHAN.COM’도 준비 중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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