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해외직구·초저가 날았다” 앱 데이터로 본 2023 유통 트렌드 [스페셜리포트]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11. 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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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쇼핑을 할 때도, 스마트폰은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 됐다. 단순히 온라인 쇼핑 얘기만은 아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갈 때도 앱을 띄워놓고 결제를 하거나 포인트를 적립받는다. TV 홈쇼핑 방송도 모바일 커머스가 빠르게 대체하는 중이다. 스마트폰이 ‘종합 쇼핑 플랫폼’이 된 셈이다.

‘고객이 어떤 앱을 많이 이용하는지’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최신 유통 트렌드도 들여다볼 수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2023년 유통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 쇼핑 앱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모바일 앱을 전수조사했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올해 9월 기준 월간 순사용자 수(MAU)를 전년 동기와 비교 분석했다. 쇼핑 카테고리에는 ‘오픈마켓’ ‘종합 쇼핑’ ‘홈쇼핑’ ‘오프라인 매장’ ‘해외직구’ ‘중고거래’ 같은 세부 카테고리가 포함돼 있다.

일러스트 : 정윤정
쿠팡·당근·11번가…‘빅3’ 주춤

티몬·위메프는 두 자릿수 감소

상위권 앱은 지난해나 올해나 큰 변동이 없다. 특히 ‘빅3’는 공고하다. 1위 쿠팡(2721만명), 2위 당근(1544만명), 3위는 11번가(783만명)다. 당근이 처음 11번가를 제치고 2위로 올라온 2020년 7월 이후 지금까지, 3년 2개월 동안 1위부터 3위까지는 순위가 같다. 4위 G마켓(521만명)과 5위 GS숍(418만명)도 예년과 동일한 순위를 지켰다.

밑에서부턴 다르다. 지난해 17위였던 알리익스프레스(374만명)가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기존 6위였던 위메프(287만명)는 10위로 떨어졌다. 알리익스프레스 뒤를 이어 ‘티몬’, 중소기업 홈쇼핑 앱 ‘홈앤쇼핑’, CJ홈쇼핑에서 이름을 바꾼 ‘CJ온스타일’이 각각 7~9위에 위치했다.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다지만, 사용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상위 10개 앱 평균 MAU는 전년 대비 34만명 넘게 줄었다. 상위 100개 쇼핑 앱 평균 MAU가 약 8000명 증가한 점에 비춰보면, 상위권 앱일수록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는 얘기가 된다. 전년 대비 쿠팡은 약 50만명, 당근은 약 63만명 월 사용자 수가 줄었고 11번가는 146만명이나 감소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제외한 9개 앱 모두 전년보다 MAU가 떨어졌다. 상위권 쇼핑 앱에서 다른 앱으로 사용자가 점점 분산되는 모습이다.

큐텐 산하로 편입된 앱들의 부진도 두드러진다. 티몬은 전년 대비 MAU가 47만명 줄어들며 13% 감소를 보였다. 올해 4월 마찬가지로 큐텐에 인수된 위메프 역시 월 사용자가 전년보다 107만명 줄었다. 증감률로 따지면 -27%다. 이용자 수만 빠진 건 아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수년째 영업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실적과 재무 구조 면에서도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홈쇼핑 앱 시장도 위축됐다. 10위권에 위치한 홈앤쇼핑(-7.2%)과 CJ온스타일(-15%)은 물론 롯데홈쇼핑도 11.7% 감소하며 순위가 전년 10위에서 올해 15위까지 하락했다. 이 밖에 공영쇼핑(-13.3%), SK스토아(-13.4%), KT알파쇼핑(-18.1%) 등 주요 홈쇼핑 채널 앱 모두 전년 대비 사용자가 크게 줄었다. 숏폼, 유튜브, SNS, 라이브커머스 등 홈쇼핑을 대체하는 채널 존재감이 커지면서 성장동력이 애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진하는 ‘편의점’

우리동네GS, 이마트 제치고 1위

이커머스와 홈쇼핑이 주춤한 사이, 순위를 크게 올린 앱은 다름 아닌 ‘편의점 앱’이다.

편의점 GS25 이용자가 주축이 되는 ‘우리동네GS’가 대표 주자다. MAU가 전년 대비 무려 133.4% 늘어나며 282만명을 기록했다. 전체 순위는 24위에서 11위까지 점프했다. 편의점뿐 아니라 마트,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면세점 등 오프라인 유통사 앱을 통틀어서도 순위가 가장 높다. 편의점 앱이 오프라인 쇼핑 앱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앱이 상위권을 독식해왔다.

우리동네GS 선전에는 ‘통합’ 전략이 자리한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0월 편의점과 슈퍼(더프레시), 퀵커머스, 편의점 택배 등 그동안 쪼개져 있던 오프라인 매장 기반 앱과 서비스를 한데 모아 우리동네GS 앱으로 재출범했다. 이제는 서비스를 종료한 GS더프레시 앱 사용자를 우리동네GS가 흡수하면서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앱에서 원하는 주류를 미리 결제한 뒤 GS25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한 ‘와인25플러스’, 올해 5월 일반 택배의 50% 가격으로 매장 택배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는 ‘반값택배’ 등 앱과 편의점 매장 시너지를 극대화한 신규 서비스도 이용자 증가에 도움이 됐다.

다른 편의점 앱도 선전했다. 편의점 CU에서 운영하는 앱 ‘포켓CU’는 105만명에서 143만명까지 사용자가 뛰었다. 최근에는 고객 쇼핑 편의와 합리적 소비를 돕기 위해 자체 선불 충전 간편결제 서비스 ‘CU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포켓CU 내 모바일 카드에 필요한 만큼 현금을 충전하고 은행 계좌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특히 1020 젊은 세대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이 밖에 세븐일레븐(23만명 → 26만명), 이마트24(7만명 → 14만명) 등 다른 편의점 브랜드 앱도 MAU가 크게 늘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외직구’

핀둬둬 ‘테무’, 9월에만 120만 설치

여타 이커머스 플랫폼의 부진은 딴 세상 얘기인 양, ‘해외직구’ 앱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중국계 이커머스 앱 사용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낮은 품질과 신뢰, 느린 배송 등 기존 한계로 지목됐던 단점은 보완하고 마케팅에 힘을 쏟은 결과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선봉장이다. 2018년부터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운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국내에 처음으로 고객센터를 열고 인기 배우 마동석을 내세워 TV 광고를 하기도 했다. 올해 초 한국 시장에 1000억원 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해외직구 단점으로 꼽히던 배송 개선에도 나섰다. 5일 내 배송, 15일 이내 무료 환불 등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하자 있는 상품을 중국으로 반송하는 대신 국내 반품처로 보내면 교환·환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신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이 입소문을 타며 사용자가 급증했다. 지난해 188만명이던 MAU는 올해 374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1인당 평균 사용 시간(120.5분)에서도 쿠팡(111.2분), G마켓(64.2분), GS숍(58.3분) 등을 크게 앞지르며 승승장구 중이다.

성장세로 따지면 알리익스프레스보다 ‘테무(Temu)’가 더 무섭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앱으로 올해 7월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라는 공격적인 홍보 문구를 앞세워 저변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최대 90% 할인, 90일 이내 무료 반품을 비롯해 구매 시 예상 배송 완료일을 지날 경우 보상 차원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마케팅에 매진한 덕분이다.

테무는 진출 2개월 만에 벌써 125만명에 달하는 월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올해 9월 기준 신규 설치 수는 약 118만건으로 모든 쇼핑 앱 중 압도적 1위다. 2위 우리동네GS(51만4000건)와 3위 알리익스프레스(51만2000건)와 비교하면 설치 건수가 두 배가 넘는다.

마트·면세점…오프라인의 부활

이마트는 성장, 이마트몰은 부진

본격적인 리오프닝 시대에 접어들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앱도 선전한다. 특히 대형마트와 면세점 앱이 눈에 띈다. 한편 백화점 앱은 같은 오프라인임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오프라인 강세’는 이마트 산하 앱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이마트가 운영 중인 앱은 크게 ‘이마트’ ‘이마트몰’ ‘쓱닷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마트’는 매장 쇼핑에 특화된 앱이다. 매장 방문 전 고객이 할인 품목, 재고 상황을 확인하거나 쇼핑 후 포인트 적립을 위해 주로 쓴다. ‘이마트몰’과 ‘쓱닷컴’은 온라인몰이다. 신선식품이나 여타 상품을 구매하면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는 앱이다.

전년 대비 각 앱별 사용자 증감을 살펴보면 이마트는 지난해 236만명에서 올해 272만명으로 늘었다. 반면 이마트몰(201만명 → 173만명)과 쓱닷컴(223만명 → 190만명)은 나란히 이용자가 감소했다. 롯데마트 계열 앱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장 방문 시 쓰는 ‘롯데마트GO(112만명 → 118만명)’ 사용자 수가 증가한 반면, 롯데마트몰은 59만명에서 57만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코스트코 앱인 ‘코스트코홀세일코리아’와 코스트코 할인 정보를 제공하는 ‘코코할인마’ MAU도 늘었다.

대형마트뿐 아니다. 하나로마트(25.2%), 세계로마트(26.7%), 탑마트(23%) 같은 중견 업체 마트 앱 사용자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동네 마트 장보기 앱 ‘토마토’ 역시 지난해 7만9000명에서 올해 11만3000명까지 사용자 수를 크게 늘렸다.

면세점과 백화점에서는 온도 차가 있다. 롯데면세점(9만명 → 25만명), 신라면세점(7만명 → 17만명), 신세계면세점(5만명 → 15만명) 등 ‘면세점 빅3’는 하늘길이 본격적으로 다시 열리면서 MAU가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백화점은 명품 소비 수요를 해외여행 등에 빼앗기면서 앱 성장세도 덩달아 둔화된 모습이다. 백화점 빅3 중에선 현대백화점(25만3000명 → 27만8000명)만 이용자가 소폭 증가했을 뿐 롯데백화점(100만명 → 97만명)과 신세계백화점(62만2000명 → 61만6000명)은 오히려 줄었다.

달라진 가성비 소비 패턴

22년 ‘공구’에서 23년 ‘초저가’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지갑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초저가’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특히 올해는 할인 제품을 취급하는 앱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트렌드는 물론 있었다. 당시 키워드는 ‘공동구매’였다. 공동구매는 친구·지인 등 2인 이상이 모여 주문할 경우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공구마켓(91만명 → 55만명), 할인중독(44만명 → 23만명), 심쿵할인(34만명 → 17만명) 등 그동안 공구 트렌드를 주도해왔던 앱 사용자가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공구 빈자리를 채운 건 ‘초저가 상품몰’이다. B급 상품이나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취급하는 ‘떠리몰’은 지난해 22만명에서 올해 54만명까지 이용자를 늘리며 전체 쇼핑 앱 39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핫딜과 특가 행사를 중심으로 최저가 쇼핑 앱을 표방하는 ‘미스할인’ 역시 MAU가 지난해 20만명에서 올해 29만명까지 증가했다.

모바일 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싸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순위를 끌어 올렸다. 판매자는 본인이 쓸 일 없는 기프티콘을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팔아 현금을 챙기고 구매자는 더 싼값에 기프티콘을 살 수 있는 방식이다. 기프티스타(17만명 → 22만명), 니콘내콘(16만명 → 21만8000명), 팔라고(11만8000명 → 13만명)가 대표적이다.

2023 패션 앱 순위는
무신사·퀸잇 날고 브랜디·명품은 한숨
쇼핑 앱 카테고리 구분에는 빠져 있지만 ‘패션’도 유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업종이다.

국내 패션 앱은 ‘3강’으로 요약된다.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다. 지난해까지 패션 앱 1위를 고수하던 에이블리는 올해 4월 무신사에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MAU 330만명으로 3위였던 무신사는 올해 406만명까지 사용자를 불리며 1위가 됐다. 에이블리(374만명)와 지그재그(340만명)는 순위가 한 계단씩 내려왔다. 4·5위에서도 순위 바뀜이 있었다. 4050 중장년 여성 패션을 타깃으로 했던 ‘퀸잇’은 젊은 여성은 물론 남성, 아동, 뷰티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5위에서 4위로 치고 올라왔다. 1년 만에 MAU가 63만명 넘게 늘었다. 반면 기존 4위였던 여성 패션 쇼핑 앱 ‘브랜디’는 지난해 154만명에서 올해 67만명까지 사용자가 급감하면서 퀸잇에 순위를 내주며 7위까지 떨어졌다. 기존 주요 고객층인 1020대를 타 패션 플랫폼과 나눠 갖게 되면서 MAU가 감소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전년 대비 MAU 증감률로 따지면 ‘샵사이다(CIDER)’와 ‘포스티’ 약진이 두드러진다. 샵사이다는 지난해 19만명에서 올해 32만명으로 74.9%, 포스티는 31만명에서 53만명으로 72.5% 증가율을 보였다. 상위권 패션 앱에서 70%가 넘는 증가세를 보인 건 두 앱이 ‘유이’하다.

샵사이다는 LA 기반 글로벌 SPA 브랜드다. 수요에 맞춰 실시간 제작이 가능한 스마트 생산 모델을 통해 자원 낭비와 재고를 최소화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서울 성수 공간와디즈에서 전 세계 최초로 팝업 스토어를 여는 등 한국에 쏟는 애정이 남다르다. 포스티는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4050 패션 플랫폼이다. 프리미엄 디자이너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저변을 확대하는 중이다. 타 경쟁 앱보다 다소 늦은 2021년 7월에 출범했지만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발·트·머’라고 불리는 명품 플랫폼 앱 3사는 동반 부진했다. 발란(-31만명), 트렌비(-18만명), 머스트잇(-11만명) 모두 전년 대비 사용자 수가 크게 줄었다. 명품 소비 시장이 침체하고 그동안 쏟아부었던 막대한 광고비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며 영업 적자폭이 커졌다. 수익 개선 차원에서 줄인 마케팅 비용이 앱 사용자 감소로 고스란히 이어진 모습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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