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구형' 이재용 "주주들 속일 의도 결단코 없었다"
[선대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17일 법정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후진술에서 한 말이다. 지난 3년 2개월 동안 피고인으로 재판에 임한 이재용 회장은 10분 동안 최후진술에 나섰고, 진술 막바지 다른 피고인들의 선처를 요청하면서 울컥한 듯 목소리가 떨렸다.
변호인 최종변론 "어떻게 공짜 경영권 승계인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의 최종변론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진행됐다.
앞서 오전 검찰은 최종 의견진술을 한 뒤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삼성바이오로직스 거짓공시·분식회계 관련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관련 기사 : 검찰, 이재용 삼성 회장 징역 5년 구형... "공짜 승계" https://omn.kr/26fvn).
변호인들은 최종변론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될 수 없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 변호인은 검찰이 오전 의견진술에서 사용한 '공짜 경영권 승계' 표현을 비판했다. 변호인은 "이재용 회장 입장에서 보면, (합병으로) 제일모직 지분을 넘기고 삼성물산 지분을 받았다"면서 "2015년 당시 주가가 폭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을 받은 것인데, 어떻게 공짜 경영권 승계인가. 어떻게 제일모직과 이재용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거래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대주주 지배력 강화 목적이 합병 부정성의 근원이고 그렇기 때문에 각종 부정거래가 동원됐을 수밖에 없었다", "합병이 (합병 전)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등의 검찰 주장을 언급하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합병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삼성물산 영업이익률은 합병 전에 비해 2.5배 늘었고, 부채 비율도 감소했다. 신용등급은 두 단계 올랐다"면서 "합병은 사업적 측면에서 (합병 전) 삼성물산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합병이었다"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을 두고 "오늘날 삼성이 있기까지 기여를 한 경영진·기업인", "시장 경제 최일선에 있는 기업에서 지금까지 열심히 뛰어온, 지금도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용 최후진술 "합병에서 개인 이익 염두에 둔 적 없다"
이후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에 나섰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 가족, 주주님,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다. 면목이 없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했다.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 잣대로 매사에 임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중요한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신경 쓰고 더욱 신중하게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은 이어 검찰의 공소사실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저는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다.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 없다.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배구조의 투명화·단순화라는 사회 전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검사님이 주장하는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다른 주주를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이 회장은 이어 삼성그룹의 경영자임을 강조하면서 무죄 선고를 호소하기도 했다.
"기라성같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과 경쟁·협업하면서 친환경·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 선진화시키고, 소액주주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다.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겠다. 부디 저의 역량이 앞으로 나가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부탁드린다."
이 회장은 이후 떨리는 목소리로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한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시기 바란다"면서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이재용 회장의 무죄 선고를 호소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부회장(전 미래전략실장)은 "세계경제전쟁에서 장수인 이재용 회장이 장기간 재판에 매여 있어 안타깝다. 부디 삼성그룹이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판부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결심공판은 오후 8시 15분께 마무리됐다. 이재용 회장의 운명을 결정지을 선고공판은 내년 1월 26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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