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5년 구형받은 이재용 "주주 속일 의도 없었다. 앞으로 나아갈 기회주시길”
" “40대 중반 때 아버님께서 병환으로 쓰러지신 뒤, 3번의 영장실질심사와 1년 6개월의 수감 생활을 겪고 50대 중반이 되어 1심 재판이 마무리되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속이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습니다.” "
부당합병 의혹 등으로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 심리로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이렇게 최후진술을 했다.
이 회장은 “때로는 어쩌다 일이 어떻게 엉클어져 버렸을까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면서도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도 했다. 마지막에 “만약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 바란다”고 할 땐 목소리가 떨렸다.
검찰은 이 회장의 최후진술에 앞서 “각종 위법 행위가 동원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통해 ‘공짜 경영권 승계’를 성공시켰고, 이 회장에게 실질적으로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며 그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합병 업무를 총괄한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분식회계’가 쏘아 올린 ‘부당합병’…檢 “이재용 사익 위해”
이 사건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로 중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인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뻗어 나갔다. 참여연대와 금융위원회의 고발로 검찰이 2018년 12월 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사에 나서, 2020년 9월 이 회장과 삼성 임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결국, 이재용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바이오로직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걸 돕기 위한 조치였다고 본다.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15년 5월 발표한 합병 비율 1(제일모직):0.35(삼성물산)는, 제일모직보다 매출은 5.5배, 영업이익과 총자산은 약 3배 많은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는 9~15배 불리한 내용이었다”면서 “합병 이후 매출은 홍보했던 60조원의 절반인 30조원에 그쳤고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또 합병과정에서 삼성 측이 조작된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를 만들어 허위 홍보하는 등 주주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했으며, 워런 버핏과 이재용 회장 사이에서 제일모직 자산의 44%를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었음에도 지분 처분 계획이 없다고 하는 등의 은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모든 것은 “그룹 총수의 사익을 위하여 회사와 주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하고 극단적 정보 비대칭 상황을 악용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합병은 물산에 이익…안 했으면 더 망했을 것”
반면 이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으며,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 변호를 맡은 김앤장 김유진 변호사는 “합병은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며, 삼성물산 및 그 주주들에게 이익이 됐다”고 말했다. 지배력 강화 목적이 있었던 건 맞지만, 이를 알렸고 이것만이 유일한 목적은 아니란 주장이다. 그는 “합병 전후 지배구조 변화를 기업설명(IR) 자료 등에서 상세히 알렸고, (지배력 강화를) 오히려 주주들이 긍정적 요소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공짜 경영권 승계’라는 검찰의 표현에 대해선 “이재용 회장 입장에서 제일모직의 지분을 넘기고 삼성물산의 지분을 받는 것이라 공짜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작됐다고 한 합병비율 보고서에 대해서는 “안진회계법인이 먼저 제안한 것이며 평가과정 내내 삼성 측 요구는 없었다”고, 의사결정 왜곡 주장에 대해선 “삼성에선 합병의 긍정적 측면을, 엘리엇은 부정적 측면을 얘기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충분히 양쪽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과 워런 버핏 사이 일은 ‘협상 테이블’이 아니고 “알아가는(get to know)” 자리였을 뿐인데 이런 것까지 알리지 않았다고 형사 처벌 받는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지난 2020년 9월 기소로 이듬해 4월부터 시작된 재판은 이날로 마무리됐다. 준비기일을 포함해 이날까지 총 108차례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6일 오후 2시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문현경·김정연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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