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윤석열처럼 대구 간 한동훈…"새 법무부장관 검증 착수"

김기정 2023. 11. 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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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임 인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 장관의 내년 4·10 총선 출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정치권 분석이 나온다.

17일 여권 핵심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한 장관의 후임 인선 검증은 꽤 타깃을 좁혀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이원석 검찰총장, 오세인 전 광주고검장 등 복수 후보군에 대한 검증에도 착수했다고 한다. 이와 별도로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도 “한 장관은 이번 개각 때 교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에서도 그의 활용 여부를 고심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치 참여에 대한 본인 의지인데, 아직 한 장관의 생각을 명시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제 한 장관은 정치 참여 의사를 구체적으로 내비친 일이 없지만, 이미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이날 대구 방문 일정이 대표적이다. 한 장관은 법무행정 현장 방문 차원에서 대구 달성산업단지를 찾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대구 달성군에 위치해 화제를 낳았다. 또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지 열흘 만이었다. 영남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신당 창당 가능성을 흘리는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 민심을 자극하는 데 대한 한 장관의 견제 아니겠나”라며 “자신이 ‘보수 적통’이란 점을 강조하는 행보로 읽힌다”고 풀이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시민들의 요청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이날 한 장관의 대구 방문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참여 직전 행보를 떠올리는 시각도 많다. 윤 대통령이 2021년 3월 3일 대구를 찾아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말한 뒤, 바로 다음 날 대검찰청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검찰총장직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날 한 장관은 “대구 시민들은 처참한 6ㆍ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이긴 분들이다. 전쟁 폐허 이후 산업화를 처음 시작했고, 다른 나라와 산업화 경쟁에서 이긴 분들”이라며 “평소 대구 시민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왔다”고 말했다. 운집한 시민들 사이에선 “한동훈 최고” “한동훈 사랑한다”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한 장관은 ‘여권의 총선 출마 요구가 강하다’는 취재진 물음에 “의견은 많을 수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인 진은정 씨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소파로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 앙리뒤낭홀에서 2023 사랑의 선물을 제작하고 있다. 사랑의 선물은 적십자 봉사원이 결연을 통해 보살펴드리고 있는 취약계층 어르신을 위해 방한용품과 생활용품 등 10종을 담아 총 3,000세트 제작하며, 아동·청소년에게는 도서상품권(3만 원권) 2,000매도 지원될 예정이다. 뉴스1

최근 그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의 사진이 언론에 노출된 일도 한 장관의 총선 출마 여부에 관심을 부채질했다. 진 변호사는 지난 15일 다른 국무위원 배우자들과 함께 대한적십자사가 주최한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봉사 활동에 참여하며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이는 지난해 5월 한 장관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국무위원 가족의 봉사활동은 통상적인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달랐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6일 C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 정치 참여 당시) 김건희 여사가 얼마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가”라며 “그러한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YTN 인터뷰에서 “왜 모든 언론이 주목해서 진 변호사의 사진을 찍어서 냈을까”라며 “사진을 보면 진 변호사도 그걸 예상한 듯 준비한 모습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공적인 활동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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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를 둘러싼 정치 환경이 한 장관을 총선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장관이 내각에 남을 경우 다음 단계론 국무총리 외엔 사실상 갈 곳이 없는데,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대승을 거두지 못하면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국무총리 임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168석 더불어민주당이 한 장관 탄핵 카드를 실행에 옮기면, 한 장관은 직무정지가 상태가 돼 사표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점도 변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대구스마일센터를 찾아 직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입구에서 한 시민이 건네는 꽃다발을 받고 있다. 스마일센터는 강력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심리치유와 임시거처 등을 제공해 일상생활 복귀를 지원하는 범죄피해 트라우마 통합지원 기관이다. 뉴스1

무엇보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성패가 갈리는 만큼, 여권 또한 한 장관을 포함한 모든 인적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전국적 인지도와 스타성을 지닌 한 장관의 출마를 요청하는 당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며 “한 장관도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한 장관의 정치 참여를 가정한 시나리오가 나돌기도 한다. 정기국회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안팎으로 시끄러울 경우 한 장관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다는 ‘한동훈 비대위설’과 한 장관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지휘하는 ‘한동훈 선대위설’ 등이다. 그의 출마 예상지역으로는 상징성이 있는 서울 종로나 영등포가 거론된다. 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같은 야권 유력 인사와 맞붙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한 장관의 총선 등판 여부를 섣부르게 단정 지으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장관의 총선 출마는 본인 의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윤 대통령의 결심에 달린 것”이라며 “한 장관의 사퇴를 이야기하는 건 아직 섣부르다”고 말했다. 그와 친분이 있는 검찰 고위 관계자는 “총선 출마 관련 이야기를 한 장관과 나눠본 적이 없다”며 “그의 다음 행보가 우리도 궁금하다”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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