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혁신위 “용산 출신, 전략공천 금지”…김기현·인요한 ‘잠정봉합’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17일 내년 4·10 총선에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 없이 ‘상향식 공천’을 적용해 ‘전략 공천’을 원천 배제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네 번째 혁신안을 의결했다. 통합(1호)·희생(2호)·미래(3호)에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이 키워드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결국 선거는 민심에 따른 후보 선택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이것을 일반화시켜서 원칙으로 삼자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후보를 선택하지 말라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혁신안이 강제성 없는 권고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혁신위는 큰 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구”라고 인정하며 “공천관리위원회가 만들어지면 혁신안을 반영해달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이날 혁신위가 상향식 공천과 관련해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 없이 똑같이 공정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킨 걸 주목했다. ‘굳이 이를 포함한 취지가 뭐냐’는 질문에 혁신위는 “모든 지역구에 전략 공천을 배제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주면 좋겠다”(이소희 혁신위원)고 설명했는데, 여권에선 “혁신위 활동이 대통령실 뜻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3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도부·중진·친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유하자 당내에선 “현역 의원의 자리를 비워 대통령실 출신 인사를 꽂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퍼졌었다. 김경진 혁신위원도 17일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의 중진 희생 요구가 그 분(대통령실 출신)들 길 닦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분명히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이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의 공천 원천 배제도 건의키로 했다.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금고 이상의 전과자를 배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안은 (추후 발족할) 공관위에서 정할 것”(이소희 혁신위원)이라고 했다.
이날 혁신안 발표에 앞서 혁신위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종찬 광복회장의 강연을 들었다. 김 전 대표는 대표적인 ‘상향식 공천(오픈 프라이머리)’ 주창자로 대표 시절이던 2016년 총선 때도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다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가까운 친박계 인사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강연에서 “당과 보수가 분열되는 모든 원인은 잘못된 공천 때문”이라며 “정당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는 상향식 공천을 당에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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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표와 이 회장은 강연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의 희생도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5년간 망쳐놓은 걸 짧은 시간에 바로잡겠다는 급한 마음에 (윤석열 정부가)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 국민에게 오만하게 보였다”며 “대통령과 권력이 국민에 져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주변에서 권력을 독점한 사람이 몸을 던져야 한다”며 친윤계 핵심의 희생을 강조했다.
이 회장도 “국민의힘이 혁신위원장이 맞느냐 틀리냐 싸우느라, 중원이 텅텅 비었다”며 “인 위원장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배려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버스에 당원을 동원해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며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이 지난 11일 지지자 4200명을 버스 92대에 태워 세 과시 한 걸 비판했다.
혁신위가 또다시 민감한 현안인 공천 문제에 관해 권고하고, 원로 강연을 통해 친윤계를 압박하자 혁신위를 둘러싼 긴장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혁신위 회의에 앞서 진행된 김기현 대표와 인 위원장의 면담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도출되진 않았다. 인 위원장은 면담 전 기자들과 만나 “오해가 많았다”면서도 김 대표 거취 관련 질문엔 “우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국민”이라고 재차 압박했다.
비공개 면담에서도 인 위원장은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건의하겠다”거나 “혁신위가 의결한 안건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당에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배석한 김경진 혁신위원은 ‘면담으로 갈등이 봉합됐냐’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 없이 “끝날 때 두 분 표정이 비교적 밝지 않았느냐”고만 했다.
혁신위와 더불어 총선을 준비하는 당내 기구인 인재영입위원회(위원장 이철규 의원)는 20일 홈페이지를 개설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영입 인재를 추천받는다고 이날 밝혔다. 당장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인재도 폭넓게 추천받아 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영입 인사는 당무 감사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부터 발표할 전망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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