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시다 "수산물 수입 금지 철회" 요청에 中시진핑 "우려 수용해야"

이영희 2023. 11. 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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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년 만에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8월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두 정상은 입장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계속된 대화를 통해 갈등을 관리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이 대면한 것은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 APEC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다.

먼저 시 주석이 모두 발언에서 "올해는 양국의 평화우호조약 체결로부터 45주년을 맞는다"고 그간의 중·일 관계를 돌아본 후 "새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중·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평화공존, 세대우호, 상생 협력, 공동발전은 중·일 양국 인민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정확한 방향"이라며 "양국은 역사의 대세를 파악하고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며 공동 이익에 주목해 이견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간 갈등 현안이 있지만 '공동'의 분모를 우선 부각하며 관계 관리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어 기시다 총리가 "국제사회는 갈등과 협력의 양상이 복잡하게 얽힌 역사적인 전환점에 있다"면서 "일본과 중국은 지역과 국제사회를 이끄는 대국으로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밝은 양국 관계의 미래를 열도록 힘을 합쳐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책임'을 강조한 건 한·미·일이 줄곧 함께 강조해온 법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는 데 중국도 동참하라는 촉구로 읽힌다.


日 "중국 군사 활동에 우려 표해"


일본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과제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후 중국이 취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였다. 일본은 지난 8월 24일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고, 중국은 이에 반발해 같은 날 맞불 조치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일본 어민이 타격을 입고, 양국 국민감정까지 악화하면서 "정상급에서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에게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의 즉각적인 철폐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오염수를 "핵 오염수"라고 칭하면서 "이는 인류의 건강, 전 세계 해양 환경, 국제 공공 이익에 관련된 문제로 일본은 국내·외의 합리적인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그동안의 입장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달린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하자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견에서 "양국이 건설 적인 태도로 협의와 대화를 통해 (오염수)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가기로 했다. 앞으로 전문가 수준에서 과학에 입각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는 중국이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등 근해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데 대해서도 항의의 뜻을 표했다. "일본의 EEZ에 설치한 부표의 즉각 철거를 요구했다"면서 "중국이 러시아와의 제휴를 포함해 일본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중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구속된 일본인들을 조기 석방하라고 시 주석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전략적 호혜 관계' 포괄적으로 추진


중국의 관심사인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 수준의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기시다 총리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는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이 함께 확인한 입장이다.

동시에 기시다 총리는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일본의 입장은 1972년 체결된 중·일 공동성명에 있는 그대로이며 변경은 일절 없다"고 덧붙여 중국 입장도 배려했다. 양국 간 국교정상화의 토대가 된 당시 공동성명에서 일본은 중국을 중국 대륙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현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두 정상은 앞으로 정상 간을 포함한 다양한 레벨에서의 의사소통을 통해 '전략적 호혜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략적 호혜관계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2006년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통해 합의한 개념이다. 체제가 다른 양국이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천착해 대립을 심화시키지 말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번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와 시 주석은 전략적 호혜관계의 추진을 위해 경제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대화 채널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우선 양 국민이 서로 상대 국가에서 정당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녹색 경제나 의료·개호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양국 간 하이레벨(고위급) 경제 대화를 적절한 시기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또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기후변화 등 글로벌 과제에 협동해 나가기로 하고 인적·문화교류를 위한 고위급 대화 역시 시작하기로 했다. 이밖에 북한과 중동,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국제 정세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누고 긴밀히 의사소통을 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NHK는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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