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中 의존 말고 北 압박해야…美ㆍ中 경쟁 2050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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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설득하되 의존 말아야"
김 전 실장은 17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서울외교포럼 2023'의 기조연설에서 "미ㆍ중 전략 경쟁으로 인해 북핵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졌고 미국 입장에서도 동맹 관리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한ㆍ미 동맹 70주년,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됐다.
그는 중국을 우회한 대북 압박 방안의 필요성뿐 아니라 "중국이 미ㆍ중 전략 경쟁과 북핵 문제를 더는 연계하지 않도록 설득할 방안을 한ㆍ미가 모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ㆍ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김 전 실장은 "군사 채널을 포함한 소통 채널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당분간 (미ㆍ중 관계가) 극적인 방향 전환(U-turn)을 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ㆍ중 전략 경쟁은 2050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분야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려면 최소한 한 세대가 지나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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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뜻하는바 펼쳐야"
김 전 실장은 또 "한반도와 관련해 미ㆍ중 협력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통일을 위한 최적의 환경은 미ㆍ중이 경쟁적·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이 우월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ㆍ미 동맹과 관련해선 "논어에는 '70살이 되면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70년이 된 한ㆍ미 동맹은 양국이 뜻하는 바를 펼쳐도 문제가 없을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날 개회사를 맡은 박철희 국립외교원장도 "한ㆍ미 동맹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됐지만 과거의 성과에 안주할 수는 없다"며 "한ㆍ미 동맹을 한반도를 넘어 어떻게 심화할지 고민하고 한ㆍ미ㆍ일 3자 협력을 보다 포괄적으로 인도ㆍ태평양 지역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에 의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세력에 맞서 단합된 자세를 취해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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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큰 물고기 됐다"
이날 포럼의 첫 번째 세션에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과 협력 네트워크'를 주제로 주한 대사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은 더는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아닌 큰 물고기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어 "최근 한ㆍ미ㆍ일 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을 효율적으로 감지, 추적할 수 있게 됐고, 3국 군사 훈련을 통해 역내의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3국은 지난 12일 국방장관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3국 군사 훈련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유럽과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에 관여하는 가운데 미국의 한국 방위 역량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과 관련해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 1위이며 복수의 위기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또 중국을 겨냥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군사화를 추진하고 있고, 대만 인근에서의 도발도 전례 없이 늘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상을 변경하려고 하는 세력에 대해선 합심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세션에 참석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 대사도 "유엔의 원칙과 국제 규범이 무너지고 공급망, 식량 안보, 에너지 위기 등 공통의 도전 과제에 직면한 가운데 뜻을 같이하는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던 베넷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국제 규범과 국제법 준수,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 등이 뉴질랜드의 외교 원칙"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인태 지역 국가들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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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정찰·탄두 위력 키워야"
'한반도 및 지역 안보'를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에는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참석해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하지만 만족할 수는 없다"며 "북핵 위협에 대응한 감시정찰능력과 미사일 탄두의 파괴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차관은 "특히 감시정찰능력과 관련해선 이동식 발사대를 활용한 북한의 미사일 기습 발사에 대응해 한국도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 뿐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획득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북한의 특정 지역을 10분 단위로 볼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기술안보 영역에서의 한ㆍ미ㆍ일 협력'을 주제로 한 세 번째 세션에 참석한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은 "한ㆍ미 간 경제 안보 관련 최대 이슈는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관련 4대 공급망에 대해서 회복 탄력성 등을 갖추기 위해 한ㆍ미가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왕 비서관은 이어 "미래 세대의 첨단 핵심 기술과 관련해서 한ㆍ미ㆍ일 3국이 함께 우월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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