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공간의 예술' 영화 속을 여행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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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떤 의미에서 공간의 예술이다.
우리는 영화를 감상하면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공간 자체에 매료되기도 한다.
감독은 영화 속 공간을 허투루 선택하지 않는다.
특이하게 한국의 공간은 다른 영화의 특별한 지역이 아닌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반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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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떤 의미에서 공간의 예술이다. 우리는 영화를 감상하면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공간 자체에 매료되기도 한다. 여행 작가 ‘세라 백스터’는 저서 ‘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에서 영화에 나오는 공간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다 보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좋은 감정과 추억들이 가슴 속을 채운다.
감독은 영화 속 공간을 허투루 선택하지 않는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1930년대 스페인 내전 이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가 촬영된 공간은 국민파와 공화파가 1936년 처음으로 싸웠던 스페인 과다라마 산맥이다. 첫 전투에서는 공화파가 승리를 거뒀지만 영화 속에서는 국민파가 산맥에 진을 치고 공화파의 남은 게릴라군들을 소탕하고 있다. 공화파의 상징적 장소에 국민파가 진을 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영화는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책은 "저런 곳이 실제로 있을까?" 싶은 곳도 소개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가 아닌 독일의 괴를리츠에서 촬영됐다. 독일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괴를리츠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큰 피해를 입지 않아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을 지닌 건물들을 보전하고 있다.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는 호텔은 실제로는 호텔이 아니라 1913년 개장한 ‘카우프하우스 괴를리츠’라는 백화점이다. 제작진은 2010년 폐업한 백화점을 호화로운 호텔로 개조했다. 괴를리츠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책은 영화와 공간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알려준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1977)’는 ‘타투인’이라는 행성에서 시작된다. 타투인은 사막 행성으로 2개의 해가 떠 있어 바다조차 없는 가상의 공간이다. 실제로 영화가 촬영된 장소는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다. 사막이 광활히 펼쳐져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유럽과도 멀지 않아 이동하기가 편하다는 점이 영화 제작진들의 구미를 당겼다.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살고 있던 지하 공간도 튀니지 가베스주의 지하마을에서 촬영됐다. 현재 이 마을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해 스타워즈의 흔적을 찾아보며 즐긴다고 한다.
반가운 한국 영화와 공간들도 등장한다. 특이하게 한국의 공간은 다른 영화의 특별한 지역이 아닌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반지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공간과 위치를 통해 빈부격차를 드러내는 영화다. 책에서 서울은 인구 밀도가 높고 물가가 비싼 곳으로 소개된다.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인공의 가족들은 낮은 고용 안정성과 커지는 빈부격차에 시달리는 하층민의 삶을 산다. 저자는 높은 곳에 있는 저택을 서울 강남으로 추정한다. 아울러 강남을 미국 캘리포니아의 부촌 ‘베벌리 힐스’로 비유해 설명한다.
영화와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영화 촬영지’라는 새로운 주제를 안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세라 백스터 지음|올댓북스|224페이지|1만9500원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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