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라면시장 가격 통제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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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먹거리 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라면의 가격은 원재료인 소맥분의 가격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가격 책정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하락을 강제할 경우 시장 교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들 상품이 동일한 소맥분을 원재료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라면시장 가격의 왜곡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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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먹거리 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민 음식이라는 점을 내세워 특정 상품의 가격을 의도적으로 통제한다. 라면시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7개다.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4.8일마다 라면을 소비한 셈이다. 그만큼 라면은 대중적인 식품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그 효과와 상관없이 물가상승 시기에 정부는 라면 가격에 민감하다. 사실 이는 경제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효과를 위한 정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실제 통계를 보면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0.27%에 불과해, 라면값 인하가 전체 물가에 미치는 효과는 사실상 미미한 것으로 봐야 한다. 또한 라면의 가격은 원재료인 소맥분의 가격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생산비용을 고려해 일정한 이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시장경제에서 상품의 가격은 소비자의 선호 정도와 공급자 간의 경쟁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정상적인 가격 책정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하락을 강제할 경우 시장 교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업은 정부가 통제하는 상품의 가격은 내리고 이에 따른 손해를 다른 상품 가격 인상으로 보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격 전이는 생산품의 종류가 많고 시장점유율이 높을수록 용이해지고 결국 시장경제에서 경쟁의 축이 되는 소규모 생산자에게 더 큰 충격이 된다.
결국 정부의 가격 통제 정당성은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마진을 누릴 경우로 국한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마저 기업의 마진이 최근 많이 올라갔다고 추임새를 넣은 것도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정부의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럼 과연 라면시장의 마진율은 실제 얼마나 될까. 최근 김인경 서강대 교수와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라면 시장의 마진율은 약 20% 내외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장기간 가격 변화를 보더라도 라면의 가격 상승은 소맥분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다른 제품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1985년 당시 라면의 평균 가격을 100으로 보면 무려 35여년이 지난 2019년에 라면의 평균 가격은 불과 300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제빵류와 비스킷 종류의 가격은 같은 기간 각각 100에서 450과 750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들 상품이 동일한 소맥분을 원재료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라면시장 가격의 왜곡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사실 2008년 이후 라면의 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억압된 라면시장의 가격 변동 행태를 잘못 해석해 담합 가능성으로 제소한 적도 있다. 경제학 수요분석 모델을 활용하면 가상적인 시장행태 하에서 마진율을 살펴볼 수 있다. 동 기간 위 연구에 따르면 라면시장의 마진율은 담합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라면시장의 ‘빅4’를 보면 이들 점유율은 90%에 가깝다. 담합이 전혀 없다는 설정 아래 이를 ‘빅4’ 라면 회사가 가격 통제 없이 정상 마진을 누렸다면 이러한 높은 점유율하에서는 마진율이 40% 이상은 돼야 한다. 실제 마진율이 20%에서 유지된 점을 보면 이들 시장은 담합은커녕 정부 정책으로 인한 왜곡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은 주요한 경제정책 중의 하나다.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절에 더욱 그 역할이 주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경제 효과와 괴리된 정치적 의도에 뿌리를 둔 정책은 곤란하다.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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