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같은 KBS, 일선 기자들과 PD도 "전례없는 폭압적 조치"

신상호 2023. 11. 17. 15: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앵커, 라디오 진행자 잇따라 하차... KBS 기자협회와 PD들 "사과하라"

[신상호 기자]

 KBS 박민 사장(가운데)이 지난 14일 오전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박민 KBS 사장이 취임 첫주에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 앵커를 비롯해 주진우 등 라디오 진행자들도 강제 하차시키자 구성원들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진보 성향 노조는 물론 일선 기자와 PD들도 박 사장이 취한 조치들에 대해 '공영방송 역사상 전례 없는 폭압적 조치'라며 책임자 사과 등을 강력 촉구했다.

지난 13일 정식 취임한 박민 사장은 취임 첫주 차에 '쿠데타'에 비유되는 조치들을 속전속결 단행했다. 우선 12일에는 KBS 내 부서별로 대규모 인사 조치를 단행, 기존 김의철 사장 체제에서 핵심 보직을 맡던 간부들을 대부분 좌천시켰다.

박민이 지적한 '불공정 뉴스', 기자들은 "보도가치 높았다" 반박

취임 첫날에는 이소정 등 <뉴스9> 앵커를 바꾸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주진우 기자도 강제 하차시켰다. 또 KBS 2TV 시사 프로그램인 <더라이브>를 편성표에서 삭제했다. 기존 뉴스 앵커와 진행자들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 14일에는 언론노조 KBS 본부의 반발에도 "(이전) KBS 보도가 불공정했다"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대국민 사과"가 아닌 "대용산 사과"라고 비판했다.
 
 11월 14일자로 KBS <뉴스9>가 보도한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박장범 앵커의 멘트와 사례들로 구성된 리포트로 별도의 기자 이름 표기 없이 나갔다.
ⓒ KBS
 
전례를 보기 어려운 조치들에 KBS 일선 기자들과 PD들도 집단 반발하고 있다. KBS 기자들의 모임인 KBS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박민 사장의 대국민 사과 내용와 KBS '뉴스9' 보도(제목: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11월 14일자)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책임자 사과를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는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에 대해 "9시 뉴스 시작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큐시트에 등장한 4분여의 보도는 심지어 누가 썼는지도 모른다"며 "그간의 업무 프로세스와 관행을 한참이나 뛰어넘었다, (공정성 훼손 기사로 지목된) 당사자인 취재기자들은 반론 기회도 얻지 못했다"고 했다.

협회는 '불공정 뉴스 보도'로 지목된 기사를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실제로는 보도 가치가 높았던 리포트였다고 반박했다. '오세훈 생태탕' 검증 보도에 대해 검찰이 취재기자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측량 현장에 간 사실을 부인한 오 시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점, 김만배 녹취록 인용보도와 관련해서는 균형감 있게 보도했고 보도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편파 논란이 불거질 수 있었던 점들을 짚었다.

또 윤지오 인터뷰의 경우 윤지오씨를 둘러싼 후원금 의혹에 대한 KBS의 별도 후속 취재가 이뤄졌고, 검언유착 의혹 오보의 경우 정파적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협회는 그러면서 보도본부 책임자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공정성 훼손 보도의 판단 기준과 원고 작성자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KBS 사측에는 박민 사장이 이야기한 공정성의 개념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과징금 처분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발령도 안 난 라디오센터장이 주진우 하차 지시"

KBS 라디오 현업 PD들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잇따른 강제 하차에 대해 "공영방송 50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폭압적 조치"였다고 반발했다. 라디오 PD들은 지난 15일 PD협회 라디오구역 비상총회에서 결의한 'KBS 사측에 대한 요구사항'을 사내 게시판에 공지했다.

이들은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이 발령 일자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진우 라이브' PD에게 주진우 하차를 지시한 점 등을 언급하면서 "임기 시작 전 발령문조차 뜨지 않은 시점에서 김병진 당시 센터장 내정자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무자격' 신분으로 업무 지시를 했고 편성 변경을 시도했다"며 편성규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라디오 구성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멸감을 안겼다"며 "입사 1년 차 피디부터 경력 15년의 메인 피디까지 좋은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들겠다는 의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김병진 센터장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보여주는 능력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업 PD들은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의 공식 사과와 사퇴, 편성규약 위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촉구했다.

<오마이뉴스>는 17일 KBS 측에 김병진 센터장 편성규약 위반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그 답을 아직 듣지 못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도 13일 성명에서 "박민 사장 임명 재가 이후 KBS 내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말로 '점령' 이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사장 임명 직후부터 KBS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제작자율성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는 박민씨가 과연 사장 자격이 있는가, 공영방송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고 오는 박민 사장은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