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꼼수’에 정부 실태조사 착수…가공식품 물가 잡힐까

문수정 2023. 11. 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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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대형마트 냉장식품 코너에서 박모(45)씨가 상품 진열대 하단에 설치된 가격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부가 식품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건 게 처음은 아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가격 정책에 대해 소비자가 평가하고 판단해서 매출로 연결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정부 주도로 가격이 오르내리는 방식은 부자연스럽다"며 "기업 경영 환경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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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 중심 실태조사 실시
“실태조사 후 구체적인 방안 조속히 마련하겠”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소금 판매대에서 한 여성이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대형마트 냉장식품 코너에서 박모(45)씨가 상품 진열대 하단에 설치된 가격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살펴보더니 카트에 있던 물건을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고는 다른 브랜드 제품을 담았다.

박씨는 “싸게 산 줄 알고 좋아했다가 적은 양을 보고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요즘 중량을 줄여서 판매한다는 얘기를 듣고 100g당 가격을 비교해서 고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그대로 두고 상품의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자 박씨처럼 단위 가격을 살펴보며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번번이 가격비교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의 선택에만 맡기는 대신 ‘알 권리’ 차원에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단 가격 실태 조사에 나섰다. 주요 생활필수품 가격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소비자 신고센터를 설치해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사례를 수집하기로 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이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한 뒤 이를 토대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식품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건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가공식품 가격 인상 소식이 끊이지 않자 올해 초부터 식품기업 대표·임원진과 간담회를 갖고 물가 안정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후 가격 인상이 예고됐던 생수·소주 가격 동결, 라면·과자 가격 인하 등으로 식품기업들이 대책을 내놨다.

이번에도 기업들이 중량을 원래대로 되돌리거나 가격을 인하하는 식으로 대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현재 슈링크플레이션을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정부의 권고 정도가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정부의 압박에 따른 기업의 자발적인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식품기업의 입지는 좁은 편이다. 3분기 주요 식품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1.5~2배 이상 상승했다. 호실적을 낸 만큼 물가 안정에 기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밀가루, 팜유 등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시세가 급등했던 원재료 가격은 올해 들어 안정세를 찾았다. 이 또한 식품기업에는 불리한 상황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제반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비용 상승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정부의 압박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다만 정부 주도로 슈링크플레이션을 잡는다고 물가 상승 억제 효과로 이어지거나 체감 물가 완화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금리·고환율과 얽혀있는 고물가 문제를 ‘식품기업 때리기’로 효과를 내기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식품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최근 2~3분기 식품기업의 실적 상승은 지난해 같은 기간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해명한다. 밀가루나 팜유의 국제 시세는 안정적이지만 환율이 여전히 높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실적 상승도 해외법인이나 수출 효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가격 정책에 대해 소비자가 평가하고 판단해서 매출로 연결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정부 주도로 가격이 오르내리는 방식은 부자연스럽다”며 “기업 경영 환경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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