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어냈으면 더 좋았을 '헝거게임' 프리퀄

장혜령 2023. 11. 17. 15: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장혜령 기자]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스틸컷
ⓒ ㈜누리픽쳐스
 
한창 할리우드에서 '영 어덜트 픽션'(Young Adult Fiction: 청소년 문학을 일컫는 말)을 영화화하던 때가 있었다.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연이어 성공하자 <트와일라잇> <헝거게임> <메이즈러너> <다이버전트> 등이 등장했다. 시리즈마다 인기를 끌며 배우들은 스타덤에 올랐다.

그때의 영광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도였을까. 8년 만에 프리퀄이자 스핀오프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등장했다. '수잔 콜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헝거게임> 영화 시리즈의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가 또다시 연출을 맡았다. '헝거게임'의 상징과도 같았던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와 피타(조지 허처슨)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얼굴인 배우 톰 블라이스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얼굴을 알린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등장했다.

대통령 스노우가 악인이 되어가는 과정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스틸컷
ⓒ ㈜누리픽쳐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 새롭게 생긴 국가 판엠, 혼란스러운 상황을 잠재우기 위해 캐피톨을 중심으로 12개의 구역으로 나눠 권력과 부를 장악하고 있다. 시대는 대략 64년 전 반란군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 시작된 헝거게임이 10회를 맞이했을 때다. 백발의 스노우가 금발의 청년이던 시절이다.

집안, 성적, 인성 뭐 하나 빠질 것 없었던 콜리올라누스 스노우(톰 블라이스)는 과거 부유했지만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사촌 티그리스(헌터 샤퍼)와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날은 캐피톨 아카데미 우수 졸업생만 수여되는 플린스상에 부풀어 있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멘토제가 도입되어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해야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일한 재산인 집도 빼앗길 위기다. 10대 소년 스노우의 시련은 연이어 터진다. 자신만이 유일한 해결 방안이라 믿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야 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해 줄 돌파구는 바로 헝거게임이다.

곧 12구역의 조공인 루시 그레이 베어드(레이첼 지글러)를 배정받는다. 루시는 최약체인 줄 알았는데 강단 있는 성격뿐만 아니라 노래와 쇼맨십도 강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점차 스노우는 루시에게 매료되어 사랑을 느끼고, 친구 세자누스(조쉬 안드레스 리베라)로 인해 갈등과 방황을 거듭해 나간다.

독재 국가의 상징 헝거게임의 역사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스틸컷
ⓒ ㈜누리픽쳐스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사악한 독재자 스노우 대통령의 64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영화다. 헝거게임의 기원, 판엠의 역사, 모킹제이의 탄생 비화 등을 파악할 수 있다.

10회 헝거게임은 엉성하고 조악하다. 총 24명의 조공인(청소년)을 구성해 24시간 살인 게임을 중계한다. 드디어 조공인을 도와주는 멘토제가 생겨난다. 새로운 방식에 시청률이 떨어질 만하다. 이를 위해 고심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게임룰을 마음대로 바꾸고 불리한 장면은 멋대로 방송을 중단한다. 진행자는 어설픈 마술을 보여주다 실패하면서 왜곡되고 편향된 시행착오를 겪는다.

기존 시리즈의 피 튀기는 서바이벌 액션 보다, 돈과 권력으로 좌지우지되는 쇼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의 속성을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물 간의 드라마에 주력했다. 정치, 엔터, 로맨스에서 필요한 맹목, 배신의 가치를 되새기며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지향한다.

악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스틸컷
ⓒ ㈜누리픽쳐스
 
살기 위해 타인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헝거 게임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인간 기저의 사악한 충동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해 우민화하는 통제다. 시각적인 표현의 수위나 과격한 행동, 타인의 심장에 칼을 꽂는 게 다가 아니다. 12개 구역의 남녀 조공인을 추첨해 한날한시 정당하게 출발하는 스포츠 게임으로 묘사되지만,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배신하고 죽여야 하는 정당화된 살인이다.

잔혹한 현실은 아이들이 어른들 때문에 게임에 투입되고 서로를 죽고 죽인다는 거다. 어려서부터 세상의 잔인한 이치를 학습하며 어른이 되어간다. 이 모든 상황은 생중계되고 조작된다. 부모나 어른은 조력자이거나 가해자, 방관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뭐든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만 한다.

헝거게임은 뒤틀리고 굶주림에 괴물이 되어가는 시민들을 은유한다. 평화를 빌미로 삼은 독재국가는 반란을 막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고 붙잡아 둘 볼거리를 만들어 열광하게 만든다. 좀 더 재미있고 자극적이며 내 이야기처럼 공감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처지를 잊고 국가에 순종하는 순한 양이 될 수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와 같은 일은 소설이나 영화의 허구가 아니라는 거다.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고 여전히 진행 중인 섬뜩한 실화일 수 있다.

영화는 세상을 이롭게도 나쁘게도 만들 가치와 선악의 이중성을 녹여낸 웰메이드 이야기지만 시의성을 놓쳐 큰 관심을 끌기 어렵겠다. 시리즈의 조연이던 스노우의 전사를 157분 동안 봐야하는 긴 러닝타임이 장애물이다. 다만, 시리즈를 접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정주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