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김포 서울 편입 추진, 대한민국은 수도권민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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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신문 최재원]
그 중에서도 카토그램(Cartogram)이라는 유형의 지도가 있다. 다른 지도들은 위성으로 관측한 정확한 지표 면적 위에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들을 표현한다면, 카토그램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양과 밀도, 정도 데이터 값의 변수에 따라 지표 면적을 왜곡하여 타나내는 지도이다. 정도가 강하면 크게, 정도가 약하면 작게 표현되는 방식이다. 변량비례도, 왜상통계지도라고도 한다.
위 카토그램은 우리나라의 2010년 인구 밀집도를 기준으로 제작된 카토그램이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듯, 우리나라는 심각한 수도권 인구 밀집 문제가 항시 제기되는 나라이다. 5천만 인구 중 절반이 서울, 인천, 경기도에 몰려 살고 있으며, 같은 경기도 내에서도 계란 노른자인 서울을 둘러싼 흰자같이 노른자에 가까워질수록 땅값도 비싸고 인구 밀집도도 높아진다.
대한민국은 총 165개의 시군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가 위 지도에서 볼 수 있는 지역들의 이름은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물론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를 구분해서 보아야 하겠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덩어리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즉, 수도권에 엄청나게 많은 인구들이 몰려 있고, 지방이라고 하더라도 광역시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들은 고사 직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당은 '메가 서울'을 만들겠다는 정책 공약을 가지고 나왔다. 서울 인근에 있는 경기도 김포시의 신도시 주민들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포 골드라인 문제로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으니, 서울로 김포를 편입시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이다. 이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지방 소멸과 지방 분권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명운이 달린 주제이다. 아무리 여러 주요 기능들이 서울에 몰려 있다고는 하지만, 탄탄한 지방의 뒷받침 없이 수도 서울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일본의 경제기반이 탄탄한 이유가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든든한 중소기업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인구경제학 측면에서도 그렇다.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는 대다수 계층인 중산층이 몰락한다면, 상위 포식자인 상류계층이 살아남을 수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평원에서 펼쳐지는 먹이사슬과 같다. 먹이사슬의 기반인 초식동물이 멸종한다면, 육식동물의 멸종은 시간 문제이다.
둘째, 실효성이 떨어지지만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점에 있다. 행정구역만 서울로 바뀐다고 해서 김포의 교통난이 해소될까. 또한 같은 경기도 내에서도 서울로 출퇴근하는 통근자가 상당한데, 같은 경기도 지자체 중 왜 김포만인가? 그러면 다른 경기도 주민들은 과연 가만히 있을지도 의문이다.
내가 나고 자란 경기도 이천시는 경기도 동남부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이천시민들은 서울시민들의 식수인 한강의 상수원 지역으로 묶여 여러 가지 경제개발 측면에서 적잖이 손해를 보고 살아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목을 매는 것 중 하나가 부동산 가격인데, 서울로 편입되는 김포시의 부동산 가격이 불안해 질 것은 가 봐도 뻔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경기도 지역의 반발은 어떻게 할텐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는 농담이 있는데, 서울 편입의 형평성 원칙을 어떻게 세웠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는 몇 백년 동안 계속 서울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또한 수도를 충청도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었고, 이후 40~50년에 걸쳐 역대 정부들은 이 사안을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국가의 향후 존망이 달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들은 선거 하나를 위해서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숙의와 토론 과정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에도 확실히 문제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수도권민국이 아니다. 지방이 탄탄해야 수도권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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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 최재원은 완도중학교 사회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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