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상처를 치유하는 음악

데스크 2023. 11. 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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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다시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영화는 동일본대지진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되새긴다.

음악이 사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음을 말한다.

영화 '키리에의 노래'는 음악이라는 매체가 사회나 인간관계로 인한 고통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음은 물론 이 때문에 상처를 겪고 있는 우리를 치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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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키리에의 노래’

겨울이면 다시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떠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다. 일본에서는 1995년 개봉했지만, 국내에서는 1999년 첫 개봉을 시작해 8번이 넘는 재개봉 기록을 가지고 있다. 30년 가까이 된 영화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영화 ‘러브레터’는 일본 훗카이도 오타루의 눈 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빼어난 영상미와 훌륭한 완성도로 우리에게 일본 영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최근 ‘키리에의 노래’로 올겨울 다시 한번 우리 감성을 흔들면서 돌아왔다.

꿈도 이름도 잃고 방황하던 잇코(히로세 스즈 분)는 길거리에서 버스킹 중인 키리에(아이나 디엔드 분)의 노래를 듣고 매니저가 되기를 자처한다. 키리에는 평상시 말할 때는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지만 노래할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그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키리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데는 2011년 지진으로 언니와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혼자가 된 그는 언니의 연인 나치히코(마츠무라 호쿠토 분)를 찾아가지만 어린 키리에는 보육시설에 보내진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상처를 입은 그녀는 목소리를 잃고 자신의 본명인 루카 대신 언니의 이름 키리에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동일본대지진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되새긴다. 영화는 플레쉬 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데 그중 미야기현에서 진도 9.0의 지진이 일어났던 2011년이 중요한 배경이 된다. 1900년 이후 세계에서 4번째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되는 동일본대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상처를 입었다. 더욱이 쓰나미로 인해 전원 공급이 중단되어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영화는 동일본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가족과 그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는다.

음악이 사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음을 말한다. 키리에는 지진으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초등학생이던 키리에는 자신을 구하러 온 언니와 함께 쓰나미에 휩쓸렸고 간신히 나무에 매달려 목숨은 건졌지만 자신을 구해준 언니와 가족을 잃고 만다. 그 충격으로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겪지만 키리에의 노래는 아프고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 가족을 잃은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 꿈을 잃은 매니저 잇코,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나치히코, 모두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음악이라는 매체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차갑고 냉정한 세상을 헤쳐 나간다.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과 영상 또한 돋보인다. 이번 작품에서 키리에 역을 맡은 아이나 디엔드는 실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이번 OST 중 6곡의 작곡에 참여했다. 밴드 ‘BiSH’출신으로 독특한 음색을 지닌 아이나 디엔드의 노래는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이와이 슌지 감독 또한 소설가 겸 음악가로 활동해 그의 작품에서는 항상 OST 음악이 눈에 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음악적 재능이 작품에 녹아져 서사보다 음악적 감성이 더 빛을 발한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상처를 입는다. 가족 문제, 업무 스트레스, 인간관계의 어려움으로 상실을 경험하기도 한다. 상처에는 반드시 치유가 필요하다. 영화 ‘키리에의 노래’는 음악이라는 매체가 사회나 인간관계로 인한 고통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음은 물론 이 때문에 상처를 겪고 있는 우리를 치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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