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MCU '더 마블스' 흥행 3위…박서준 4분 등장에도 실망
가장 강력한 마블 히어로이기에 혼자로도 충분했던 캡틴 마블도 팀워크가 필요해졌다. 그러나 구해야 할 것은 영화 속 우주만이 아니다. 정체에 빠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나아가 슈퍼 히어로 장르 자체다.
지난 8일 개봉한 ‘더 마블스’가 흥행 3위까지 떨어졌다. 15일 새로 개봉한 ‘프레디의 피자가게’와 ‘헝거 게임’에 밀렸다. 16일까지 총 53만 9600명이 봤다. 북미에서도 지난 10일 개봉 후 마블의 영화 중 최악의 흥행을 기록중이다. 미국ㆍ캐나다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가 4700만 달러(약 619억원).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5500만 달러)의 마블 스튜디오 사상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마블 첫 여성 단독 히어로 시대를 연 ‘캡틴 마블’(2019)이 ‘어벤져스: 인피니티워’(2018)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사이인 마블의 전성기에 개봉해 전세계 11억 달러 넘는 매출을 올렸기에 속편의 참패는 더욱 뼈아프다.
캡틴 마블(브리 라슨)은 초능력을 쓸 때마다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과 위치가 바뀌는 위기에 빠진다. 각각 빛을 흡수하고, 빛을 보고, 빛을 물체로 바꾸는 세 사람이다. 새로운 팀플레이가 불가피해졌고, 캡틴 마블은 이를 통해 성장하게 된다. 캡틴 마블을 제외한 두 여성은 영화에서는 새 얼굴이다. 이 흑인 과학자와 파키스탄계 미국 소녀가 어떻게 히어로가 됐는지는 디즈니+ 시리즈 ‘완다비전’과 ‘미즈 마블’을 봐야 알 수 있다.
여기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이야기까지 더해 ‘시크릿 인베이전’ 시청마저 권장된다. 마블 스튜디오가 디즈니+를 통해 비슷비슷한 시리즈를 양산하며 세계관은 한층 복잡해졌다. "팬 서비스에 기대 서사적 이해 같은 기본을 간과했다"(워싱턴포스트)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공감할 만한 캐릭터를 찾지 못한 건 그저 관객이 ‘선행 학습’을 하지 않은 탓일까. 세 히어로가 우주선과 지구, 다른 행성에서 위치를 바꿔가며 펼치는 액션은 영화를 이벤트화하고, 극장을 놀이공원으로 삼은 마블다운 볼거리다. 정신 없이 유쾌하지만 인물들의 사연이 부족하다 보니 빌런의 존재마저 납작해졌다. 캡틴 마블과 앙숙인 크리족의 리더 다르-벤(자웨 애쉬튼)은 퀀텀 밴드라는 특수한 팔찌를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카말라 칸의 증조할머니가 물려준 고대 유물이자 새로운 디멘션의 열쇠와도 같은 이 팔찌를 둘러싼 전쟁은 한갓 ‘팔찌를 빼앗으려 뒤엉킨 옥신각신’으로 보일 정도다.
한국 팬들이 가장 실망한 대목은 배우 박서준의 짧은 분량. 박서준은 수현ㆍ마동석에 이어 한국 배우로는 세 번째로 마블에 합류했다. 말 대신 노래로 소통하는 행성 알라드나의 얀 왕자로 발리우드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군무, 캡틴 마블과의 2인무, 그리고 빌런 다르-벤의 침략에 맞선 검술 액션까지 다양하게 소화하지만 4분 정도는 섭섭한 수준이다. “10대 때부터 K콘텐트를 즐겨 봤고 최애는 유재석”이라는 니아 다코스타(34) 감독이 화상 기자회견에서 “팬데믹 때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박서준 씨에게 직접 연락해 캐스팅했다”고 말한 게 무색하다. “좋아하는 뮤지컬적 요소도 가미했다”는 감독의 회심의 장면은 발리우드 외에 뮤지컬 ‘캣츠’의 대표곡 ‘메모리즈’가 흐르는 대목이다. 아름답고 기괴하며, 우습고 발랄하다.
계속해서 위치가 바뀌는 설정이나 갑작스러운 노래들, 공주풍 의상의 캡틴 마블과 얀 왕자의 2인무 등은 "10대팬들을 위한 시도"(가디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10대들마저 이 영화를 외면했다. 개봉 첫 주말 북미에서 ‘더 마블스’를 본 관객 중 Z세대라 불리는 18~24세 관객은 19%였고, 13~17세 관객은 8%에 불과했다. 마블 시리즈의 최연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도 그렇다.
이러니 슈퍼 히어로 장르 자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인터넷 마케팅 연구 기업인 컴스코어의 미디어 분석가 폴 데르가라베디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로건' '데드풀' '조커' 등 모험적인 시도로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성공을 거둔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교훈을 얻을 때"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이후 개봉한 마블 시리즈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가디언스오브 더 갤럭시 3'의 제임스 건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많은 제작비와 자원이 투입되더라도 인물과 스토리가 살아 있지 않으면 소용없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현재 DC 스튜디오 CEO로 일하고 있다. 105분. 12세 이상.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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