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학회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 시행, 서민금융 위축 우려”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2금융권의 영업활동을 악화시켜 오히려 취약차주 대출 문턱이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저축은행·카드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잘 수렴해 법률 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은행법학회는 17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인채무자보호법안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특별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윤 정부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안)에 대한 주요 쟁점과 개선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무자의 과도한 연체·추심 부담을 덜어주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핵심 내용은 채무자에 채무조정·추심중지요청권을 부여하고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주제 발표를 맡은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채권금융회사등의 영업의 자유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미치는 조항들은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동원 교수는 △기한이익 상실 후 연체 가산이자 부과 금지 조항(안 제7조) △채권 양도 전 장래 발생 이자채권의 면제 조항(법안 제9조) △개인금융채무자가 소멸시효완성일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영업일까지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이익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안 제16조) △ 대부채권매입추심업자의 등록 취소 등에 따른 추심의 종결 조항(안 제27조) 등에 대한 삭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동원 교수는 “이자 면제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당사자 합의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법으로 강제해 이자를 면제하면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새로이 도입하고 있는 채무조정 제도(안 제35조 내지 제44조)의 채무조정 개시 시점의 명확화, 채무조정 요청 제한 사유의 확대, 허위 서류 제출 시 채무조정 거절 사유 추가, 채무조정안 제시에 대한 개인금융채무자의 수락 기간 규정 등 채무조정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는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안은 기존 법안들과 겹치는 규정이 상당한 가운데, 규제비용을 증가시켜 금융소비자 전체의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금리인상기에 규제 강화는 제2금융권, 제3금융권 영업활동 위축 뿐 아니라 취약차주를 제도권에서 쫓아내는 규제의 역설이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000만원 이하의 채무자를 임의로 취약 차주로 구분해 보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채무자의 재산 상황이나 신용 등 상환 능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업계 현실상 제1, 제2, 제3금융권 등 대출원금 조달금리가 다양한 층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전체 금융회사를 동일 범주로 단순하게 묶고 있어 규제비용 증가로 인한 피해가 없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의 긍정적인 면모도 조명됐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고금리와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가계부채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안의 발의는 연체발생 이후 개인금융채무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안이 제정되면 추심 고통의 완화, 채무부담의 무한 확대 방지 등 개인금융채무자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금융채무자의 채무조정요청권 도입으로 사적 채무조정이 활성화될 경우 채권금융회사등의 부실채권 관리가 단기 회수 극대화 목표에서 중장기 회수 극대화로 전환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채권금융회사등의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채권금융회사등의 채무조정 수단의 다양화와 다중채무자의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연계 방안 등이 추가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채무자 보호 법안은 개인의 교섭력 부족이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한다는 차원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거나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제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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