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간 에르도안…이-하마스전쟁∙스웨덴 나토행 실마리 찾나

문상혁 2023. 11. 1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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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3년 만이다. 두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스웨덴의 나토 가입, 최신 전투기 구매 등 “모든 범위의 정치적 현안”을 다룰 예정이라고 독일 정부 대변인이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3월 터키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독일 도이체벨레(DW)·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총리실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중동 문제의 해결”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은 올여름부터 계획됐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취소될 뻔했다.

독일과 튀르키예는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이번 전쟁을 보는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한 이슬람 국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하마스를 ‘해방자들(liberators)’로 부르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독일은 미국과 더불어 이스라엘에 가장 우호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에 대한 역사적 반성의 취지다.

양국 정상은 회담을 며칠 앞두고도 날선 말을 주고받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앙카라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빼앗은 땅에 국가를 세우려고 했다”며 “하마스는 테러단체가 아닌 해방단체”라고 주장했다. 이에 슐츠 총리는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 AFP=연합뉴스

DW는 “현재 튀르키예와 독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회담 취소 여론에도 독일 정부가 회담을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의 경제·군사적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다.

우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튀르키예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년 주요 도시인 앙카라와 이스탄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튀르키예 공식 연간 물가상승률이 61%까지 치솟으며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에르도안이 독일을 만나 유럽연합(EU) 비자 자유화·자유무역협정 확대를 끌어내면 유권자에겐 큰 선물을 주는 셈”이라고 전했다.

독일은 튀르키예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더 큰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 독일 연방의회 국방위원장 마리-아그네스 스트락-짐머만은 DW에 “우리는 서로 대화해야 한다. 전쟁이 확산하지 않는 데 튀르키예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독일은 튀르키예를 EU로 밀려오는 난민 이주 흐름을 분산하기 위한 주요 파트너로 삼고 있다. 양국은 유럽 최대 난민 수용 국가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선 튀르키예의 요구로 유럽 최신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 구매와 관련한 논의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야샤르 귈레르 튀르키예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현재 영국과 스페인이 독일을 설득하고 있다”며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40대를 구매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전투기는 영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 4개국이 공동 개발한 전투기로, 튀르키예가 전투기 구매를 위해선 독일의 동의가 필요하다.

16일(현지시간) 터키 의회 외교위원회가 나토 문제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각에선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웨덴은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튀르키예·헝가리 반대로 회원국이 되지 못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엔 기존 31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앞서 16일 튀르키예 의회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튀르키예 의회 외교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스웨덴 가입안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소속된 정의개발당(AKP)이 “일부 사안에 해명이 필요하다. 스웨덴과의 협상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고 주장해 정회했다. 추후 표결 일정은 알려진 바 없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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