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인요한, 갈등 '일단 봉합'…혁신위 "쓴소리 제시"

김기현, 인요한 회동서 "신뢰 확인"
"혁신안 신속하게 당에서 받아들여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전격 회동했다.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 핵심 의원들의 내년 총선 ‘험지 출마론’을 놓고 격돌했던 양측은 이날 회동을 통해 갈등 봉합에 나선 것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오늘 회동은 다시 한 번 혁신위원회 출범과 활동내용, 활동상황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이 과거와 달리 성공적인 혁신모델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혁신위가 가감없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계속 전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당과 우리 정치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 당의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드리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앞서 양측은 인요한 혁신위가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윤 중진 의원을 겨냥해 내년 총선 험지 출마나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면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당 안팎에선 험지 출마 대상자로 김 대표를 비롯해 친윤 핵심인 장제원·권선동 의원, 영남권 중진 의원들이 거론 꼽았다.

하지만 이들 의원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인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호’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김 대표는"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또 김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을 총괄하는 공천관리위원회를 조기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총선 체제를 갖추는 승부수로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맞불을 놨다.

다만, 일각에선 김 대표가 조만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기 위해 조기 총선 체제를 서두르는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혁신위 안건으로 올라오는 내용을 공관위를 통해 빨리 처리되고 본인은 (거취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공관위를 꾸린 것이 아니겠느냐"며 "계속해서 혁신위로부터 거취 압박을 받는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회동은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혁신안을 놓고 정면출동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김 대표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일부 혁신위원들의 불만을 전달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대표 청년 50% 할당’과 ‘청년 전략 지역구 선정’ 등 3호 혁신안을 보고받았지만, 의결하지 않고 공관위로 넘겼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인 위원장이 혁신위 의결 안건을 조금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당에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 전달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이날 회동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양측간 신경전은 다시 재연될 공산이 크다. 김 대표 측은 이르면 다음달 공관위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상 공천관리위원회는 4개월 가량을 남긴 연초(1월)에 구성되는데, 공관위 조기 구성은 김 대표가 내년 공천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당 대표실 측은 당무 감사 결과 평가로 하위 20% 당협에 대한 강력한 페널티 부과 등도 검토하고 있다.

공관위는 총선에 내보낼 후보자를 심사하고 추천하는 기구로, 사실상 총선시간간 최고 권력을 갖는다. 공관위원장은 당 대표가 지명하고, 공관위에서 결정한 공천 후보는 최고위의 의결을 거쳐 진행되는 만큼 통상 당 대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도부가 혁신위에 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만큼 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혁신위가 앞으로 낼 혁신안이 2호안 보다 더 임팩트 있는 내용으로 나올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