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독재자" 발언한 바이든…다음날엔 "불공정에 강력 대응"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와 대화에서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이 "아주 훌륭하고 솔직한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 직후 '시진핑은 독재자'라고 말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날에는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와 대화에서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시 주석과의 회담을 "아주 훌륭하고 솔직한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상황을 오판해 생기는 우발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군사 대 군사 통신 채널을 다시 열기로 했다"며 회담의 성과로 내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과 경제관계에서 위험을 줄이고(derisking) 다변화(diversifying) 하는 것이지, '디커플링'(decoupling, 분리)하려 게 아니다"라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나 공정하고 평등한 경쟁의 장을 유지하는 점에 있어 베이징과 실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지식재산 보호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에도 중요한 국가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취했다"면서, 앞으로 "현명한 정책과 강력한 외교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풀고자 했던 첨단기술 분야의 수출 통제나 투자제한 조처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여전히 독재자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내놔 중국 외교부가 반발했다.EPA=연합뉴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직후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여전히 독재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공산주의 국가를 이끄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독재자"라고 답해 중국 외교부의 반발을 샀다.

바로 다음 날엔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에 대해 강력한 대처를 예고한 셈이라, "앞으로 양국 협력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블룸버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이 "왜 미국은 태평양에 관여하느냐"며 궁금해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전날 회담에서 "미국은 태평양 국가"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시 주석에게 "미국 덕분에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가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태평양을 벗어나)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상대의 패배에 판돈을 걸지 말라는 신경전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투자유치, 일자리 창출 성과를 거론하며 "미국에 반해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말해왔는데, 지금 다시 한번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시 주석은 환영 리셉션에서 "중국은 미국의 패배에 베팅하지 않았다"며 "미국 역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지 말고,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