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들 "내년 세계 경제성장 2.6%로 둔화"

조유진 2023. 11. 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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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금융사·학자 설문조사
올해보다 0.3%P 낮은 2.6%
고금리·유가·중국 경기둔화 탓
美 연착륙 가능성은 높게 봐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6%로 올해(2.9%)보다 더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1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금융사와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2.9%, 내년 2.6%로 둔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외신은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에너지 가격 상승, 세계 2대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내년 경제성장률이 더욱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중국 밖으로 옮기는 탈중국 전략이 중국 경기 둔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유럽과 영국에서 경미한 침체(mild recessions)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유럽연합(EU) 지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0.30~0.90%로 사실상 제자리걸음 할 것으로 봤다. 영국의 경우 -0.1~0.6%로 역성장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면 미국은 세계 경제 중 유일하게 침체를 피하고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점쳤다.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10~2.10%이다. 한 외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나,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짚었다.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성공하는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분석이다.

에릭 커비 노스스타투자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시장은 침체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정적 전망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현실은 다르다. 골디락스 시점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Fed 당국자들도 인플레이션이 확실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제 연착륙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리사 쿡 Fed 이사는 ‘2023 아시아경제정책콘퍼런스’ 연설에서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과 강한 고용시장으로 경제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믿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확실한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10월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0.8% 하락했다. 미 노동부는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체 수입 가격이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3.2%)와 생산자물가지수(PPI, 0.5%)에 이어 수입 물가까지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월간 소매판매가 감소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캐시 보스탄칙 네이션와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득 증가세 둔화와 초과저축의 고갈, 고금리로 인한 신용여건 악화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출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소비는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소비 둔화가 ‘디플레이션의 전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물가 상승률이 고점에서 내려오는 ‘디스인플레이션’을 넘어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몇 달 안에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며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극적으로 나타날지 말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소비지출 둔화 예측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이날 월마트 주가는 8% 넘게 빠졌다. 지난 14일 실적을 발표한 홈디포의 테드 데커 CEO도 최악의 인플레이션 환경이 지나갔지만, 소비자들이 최근 몇 달간 구매를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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