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17개월 만에 “경기회복 조짐”

세종=송승섭 2023. 11. 17. 10: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11월 최근경제동향 발표
"경기회복 조짐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
2년3개월만에 단가상승…반도체 수출↑
유가 등 대외요인도 생각보다 안정적
부산항 신선대부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정부의 진단이 나왔다. 경기둔화를 언급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이 개선된 데다 국제 유가, 중국 경기, 미국 물가 등 대외적인 요인에서도 청신호가 켜진 영향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11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회복세가 나타났다는 확신은 아니다”면서도 “실물 경기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 (경기국면이) 서서히 방향 전환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대외여건 악화와 투자부진을 이유로 경기둔화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후 같은 표현을 7개월간 유지하다 지난 2월 경기둔화가 ‘가시화’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8월에서야 경기둔화가 일부 완화됐다는 설명을 냈지만, 여전히 경기 자체는 하강 국면에 있다고 봤다.

경기 회복세를 언급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있다. 2분기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기회복의 발목을 붙잡은 반도체 생산이 증가세로 전환됐다. 지난 9월 기준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전년 동월 대비로는 23.7% 증가했다. 반도체 출하 역시 전월보다 65.7% 늘었고, 같은 기간 재고는 6.7% 줄었다.

반도체 수출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182억3700만달러다. 반도체 수출액은 1.3% 늘었는데, 지난 9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물량뿐 아니라 단가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도체 수출에서 직접적인 기준가로 꼽히는 D램 고정단가는 2년 3개월간 이어진 하락세를 멈추고 지난달 반등했다. 정부가 모니터링 중인 현물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반적인 수출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1% 증가한 550억8000만달러였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9월까지 1년 연속 감소하다 13개월 만에 증가했다. 자동차(20%)와 선박(101%), 석유제품(18%)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폭등할 줄 알았더니'…유가 등 대외요인도 안정적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제회복의 리스크로 꼽혔던 대외요인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나쁜 상황으로 치닫지 않은 영향도 미쳤다. 국제유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간의 충돌로 국제 석유가격의 급등을 우려했지만, 실제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 종가는 배럴당 72.90달러로 지난 7월 이후 가장 낮다.

중국 경기도 예상보다 긍정적이다. 지난 8월에는 중국 비구이위안, 헝다그룹 등 부동산 회사의 부실화를 걱정했지만 이후 실물지표는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3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9%로 시장전망을 상회했고, 산업생산(4.2%)과 소매판매(4.2%)도 양호한 편이다. 가파른 회복세는 아니지만 중폭 정도의 회복은 이뤄낼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3.2%로 떨어진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미국의 물가가 잡히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여전히 고금리는 장기화할 것 같긴 하다”면서도 “추가적 긴축 가능성이 제한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1월 최근 경제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고용지표는 호조세를 이어갔다. 국내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은 전년동월 대비 0.6%포인트 오른 63.3%다. 10월 기준으로 1982년 7월 연간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69.7%로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실업률은 2.1%로 1999년 6월 구직기간 변경 이래 최저치다.

물가는 최근의 상승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둔화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뛰면서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 대비 3.8% 올랐지만, 근원물가로 꼽히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3.2%로 소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3.6%로 지난 9월 3.8%에서 하락했다.

기재부는 “물가 등 민생안정에 최우선 역점을 두면서 내수·투자·수출 활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대내외 리스크의 철저한 관리와 경제체질 개선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