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머리 포인트가드' 신이슬, 주전이 체질
[양형석 기자]
삼성생명이 지난 시즌 준우승팀 BNK를 완파하고 2위로 올라섰다.
임근배 감독이 이끄는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16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23-2024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BNK 썸과의 홈경기에서 80-70으로 승리했다. 이미 전반스코어가 45-26이었을 정도로 경기 초반부터 지난 시즌 챔프전 준우승팀 BNK를 확실하게 압도한 삼성생명은 시즌 첫 연승을 기록하며 15일 우리은행 우리원에게 역전패를 당한 KB스타즈를 제치고 단독 2위로 도약했다(3승1패).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신한은행 에스버드전에서 프로데뷔 최다득점(31점)을 기록했던 이해란이 18득점7리바운드로 좋은 활약을 이어갔고 배혜윤도 13득점4리바운드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최근 삼성생명의 상승세에는 단연 이 선수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36분43초를 소화하며 15득점3리바운드7어시스트2스틸3점슛4개를 기록하며 삼성생명의 승리를 이끈 '금발머리 포인트가드' 신이슬이 그 주인공이다.
▲ 신이슬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삼성생명의 주전가드로 활약하며 기량이 부쩍 성장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삼성생명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가드자원이 풍부한 팀으로 유명하다. 프로 초기 이미선(삼성생명 코치)이라는 걸출한 가드를 보유했던 삼성생명은 이미선의 은퇴가 임박한 2010년대 중반부터 가드난에 시달렸다. 이에 2015년 삼성생명의 사령탑에 부임한 임근배 감독은 2010년대 중반부터 신인 드래프트에서 본격적으로 가드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삼성생명은 오늘날 WKBL에서 가장 풍부한 가드진을 보유한 팀이 될 수 있었다.
2015-2016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삼성생명은 훗날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수원여고의 센터 진안(BNK) 대신 온양여고의 장신가드 윤예빈을 지명했다. 180cm의 장신 포인트가드 윤예빈은 넓은 시야와 1번부터 4번까지 막을 수 있는 뛰어난 수비력을 앞세워 삼성생명을 대표하는 가드로 순조롭게 성장했다. 작년 9월 국가대표 경기도중 십자인대부상을 당한 윤예빈은 2라운드 복귀를 앞두고 있다.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든 농구팬들의 관심은 여고생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KB)에게 쏠려 있었다. 인성여고의 이주연은 전체 2순위로 삼성생명의 지명을 받고도 박지수에 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주연은 매 시즌 착실한 성장속도를 보이며 출전시간을 늘려갔고 2021-2022 시즌부터 삼성생명의 주전가드로 활약했다. 이주연은 작년 연말에 당한 십자인대부상을 10개월 만에 극복하고 시즌 개막과 함께 코트로 돌아왔다.
삼성생명은 2017-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재일교포 3세 황미우,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미국 출신의 최서연(BNK)을 지명하며 가드보강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파 선수들은 기대만큼 좋은 활약을 해주지 못한 채 팀을 떠났다. 오히려 2020-2021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삼성생명에 입단한 조수아가 꾸준한 성장으로 프로 입단 네 시즌 만에 팀 내에서 조금씩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렇게 가드영입에 열을 올린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드디어 WNBA 출신의 혼혈선수 키아나 스미스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스미스는 지난 시즌 중반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루키 시즌 WKBL에서 17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스미스는 17경기에서 13.2득점3.7리바운드4.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농구를 선보였다. 재활 막바지에 돌입한 스미스는 2라운드 정도에 복귀가 기대되고 있다.
▲ 이번 시즌을 앞두고 금발로 염색한 신이슬은 발은 머리색 만큼이나 코트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온양여고 출신의 신이슬은 삼성생명이 한창 가드수집에 열을 올리던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삼성생명의 지명을 받았다. 사실 그 해 신인 드래프트는 숭의여고의 박지현(우리은행)과 인성여고의 이소희(BNK)가 확실한 'BIG2'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170cm의 단신가드 신이슬은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이슬은 빠른 성장으로 삼성생명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6경기 출전에 그쳤던 신이슬은 2020-2021 시즌부터 삼성생명의 벤치멤버로 자주 경기에 나서면서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KB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1차전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에 이어 2차전에서도 연장전에서 동점 3점슛을 터트리며 삼성생명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신이슬은 2021-2022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삼성생명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이슬은 지난 시즌에도 스미스와 이주연의 뒤를 받치는 백업가드로 활약하다가 스미스와 이주연이 같은 날 무릎을 다치면서 후반기 주전가드로 중용됐다. 비록 개인성적은 5.6득점2.8리바운드3.2어시스트로 크게 돋보이지 않았지만 주전가드 3명이 자리를 비운 지난 시즌 삼성생명에서 신이슬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시즌을 통해 경험을 쌓은 신이슬은 이번 시즌 더욱 성장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시즌 삼성생명이 치른 4경기에 모두 출전하고 있는 신이슬은 11.25득점4.8리바운드6.25어시스트1.25스틸 3점슛성공률38.5%로 모든 개인기록에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연장까지 갔던 13일 신한은행전에서 13득점7리바운드8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신이슬은 10점 차의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둔 16일 BNK전에서도 3점슛 4방을 포함해 15득점3리바운드7어시스트2스틸1블록슛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6일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최하위 하나원큐와 한 점 차의 접전을 벌인 삼성생명은 11일 박지수가 돌아온 KB에게 44-63으로 완패를 당하면서 이번 시즌 분명한 한계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맏언니' 배혜윤이 돌아온 최근 2경기에서 시즌 첫 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즌 초반 삼성생명의 선전에는 주전 포인트가드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는 신이슬의 존재감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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