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핫플' 마포, 홍대·동네책방이 끌고 1000원 관람이 밀었죠"

김희윤 2023. 11. 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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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희 마포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인터뷰
홍대·마포 전역 동네 책방, 지역 문화발전 이끌어
주민 참여 워크숍, 문화 현안 논의 플랫폼 기획

인류 역사에서 도시에 많은 사람이 거주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항구를 중심으로 오가는 물자와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산업 생태계, 모여드는 자본과 무역으로 번성한 도시는 곧 문화 중심지로 성장해갔다. 마포는 서울, 한강의 대표 나루터 역할을 한 도시의 중심지였지만 20세기 들어 수운이 쇠퇴하면서 항구 기능을 상실했다. 오가는 배는 사라졌으되, 마포는 현재도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역의 문화 수요에 대한 적확한 분석과 발 빠른 이슈 대응을 통한 맞춤형 정책 수립과 프로그램 기획이 있었다.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 기획으로 지역을 넘어 동시대 주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마포문화재단의 진현희 문화예술본부장과 만나 다양한 공연 기획과 문화정책에 대한 기조와 방향성을 물었다. 다음은 진 본부장과 일문일답.

진현희 마포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사진제공 = 마포문화재단]

-지역의 문화 수요 파악을 위해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2020년부터 매년 마포구민 문화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4회차인데, 마포의 문화 환경과 재단에 대한 지역주민의 인식을 확인하는 작업인데, 안팎으로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매년 조사를 진행해 발 빠르게 수요 대응을 하려고 한다. 3개월간 마포구민과 마포 지역 생활권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아트센터의 프로그램 수요와 응답자의 문화향유실태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또한, 대내외 정책 환경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력 강화를 위해 매달 외부동향 리포트를 발행해 문화예술 트렌드, 지역 이슈 발굴 등 주요 뉴스에 대한 큐레이션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직접 지역민이 참여해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문화예술 현안을 논의하는 플랫폼을 재단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궁금한 플랫폼M을 통해 지역민이 다양한 현안을 도출하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지역 예술가, 활동가 10인이 워크숍을 진행하는 궁금한 테이블, 지역 로컬 아카이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궁금한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궁금한 프로젝트에서는 한강 밤섬의 생태와 문화를 풍경과 내러티브로 풀어내 보드게임으로 만든 율도사계(栗島四季)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포 바이닐 페스타 현장에서 앨범을 고르고 있는 참여자들. [사진제공 = 마포문화재단]

-마포가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에서 문화 중심지로 주목받은 배경에는 홍대로 대표되는 음악·미술 문화와 마포 전역에 분포한 동네 책방의 역할이 큰 것 같다.

▲맞다. 대중음악의 산실인 홍대가 있는 만큼, 최근에는 인근의 7개 레코드 샵이 참여한 ‘마포 바이닐 페스타’를 개최하고 아트센터 로비에서 음악 감상회와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김경진 팝칼럼니스트 등 전문가의 음악 강연 등을 진행해 지역자원을 활용한 문화 축제를 선보였다. 또 지역에 다양하게 위치한 동네 책방 18곳과 연계한 야외 도서 축제 ‘무대 위의 책방’과 지역 서점, 출판 기자가 참여한 출판 정책 세미나 ‘마포책방 세미나’, 지역 서점을 소개하는 영상 ‘마포 북튜브’를 기획하고 제작해 책을 보고, 듣고, 느끼며 미래를 논의하는 장을 제공했다.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시 관련 프로그램은 어떤 것을 기획했는지 궁금하다.

▲마포아트센터가 공연장으로 기능이 더 강화된 공간이라 전시 자체보다는 공연장에서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미술사학자가 들려주는 해설이 있는 전시 ‘아트스토리M’을 통해 공연장에서 우리 역사가 스며있는 역사적 작품을 지역 주민이 향유할 수 있는 색다른 방식을 선보였다. 미술사학계의 거장 이태호 교수가 실경산수 화법으로 서울을 표현한 작품을 소개하는 ‘서울산수’와 고미술계를 대표하는 해설가 탁현규 작가가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그림 속 조선의 풍속을 해석하는 ‘풍속화의 아름다움’을 진행해 신선한 경험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포문화재단이 한글날을 맞아 동요와 가곡 속 우리말 노랫말을 공모한 ‘훈민정음 망월장’ 에서 가곡 부문 대상에 선정된 배두리 씨. [사진제공 = 마포문화재단]

-지역 재단으로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작업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

▲문화를 통해 그 답을 찾고자 했고, 사회적 활동의 일환으로 지자체 산하 문화재단 최초로 2020년부터 한글날 기념 공모사업을 시작해 운영 중이다. 올해는 동요와 가곡 속 우리말 노랫말을 공모한 ‘훈민정음 망월장’을 개최, 최종 선정된 동요 1곡, 가곡 1곡을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또, 직접 지역과 상생을 추구하는 프로젝트 ‘M컬처’에서는 재단과 제휴한 마포구 소재 마트, 카페, 독립서점 이용고객 대상 마포문화재단의 기획공연을 1000원에 관람하는 혜택을 제공해 지역 상권 활성화와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동시에 실천할 수 있었다. 지역 주민의 스트레스와 마음 관리를 위한 공연장에서의 ‘휴(休)프로그램’도 올해 처음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마포문화재단의 청소년 교육 사업이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는데.

▲과찬의 말씀이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땐 외부 단체에 배타적인 학교의 입장을 바꾸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직접 작가가 정규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과 최적의 환경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학교와 아티스트 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데 중점을 뒀고, 지금은 마포 관내 초중고등학교 80%와 청소년 교육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학생 만족도가 높다 보니 학교 교사 중에는 재단의 교육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팬층이 형성됐을 정도다.

진현희 마포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사진제공 = 마포문화재단]

-재단의 문화예술본부장으로 프로그램 기획을 통한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표님이 큰 그림으로 기획을 수립하면 그걸 실무적으로 잘 구성해서 추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단의 최종목표는 지역 주민이 가깝고 정겹게 느끼는 문화공간으로 아트센터가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큰 공연장 주변의 주민들은 문화 공간이 있어 좋으면서도 그 공간이 정겹게 느껴진다고 하진 않는다. 주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객을 목표로 콘텐츠가 기획되기 때문이다. 연초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 수요 조사를 통해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이는 것. 이를 통해 지역을 넘어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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