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알고리즘 버블에 갇히면, 자기 자신이 없어져"

강태린·김대헌·김진서·이예성 2023. 11. 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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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지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강태린·김대헌·김진서·이예성 기자]

인터넷상 정보의 증가와 전달 속도 가속화에 따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 기술은 사용자에게 많은 양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선택하여 제공하거나 자동으로 선택해 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TV 뉴스나 신문 등 전통적인 매체가 파급력을 상실하고, SNS와 유튜브가 대중이 정보를 접하는 주된 미디어가 된 상황에서 추천 알고리즘이 초래하는 에코쳄버 현상과 필터버블 현상의 문제는 심각하다.

에코챔버는 밀폐된 시스템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으로 인해 신념이 중폭되거나 강화되는 현상을 의미하고, 필터버블은 알고리즘에 의해 생기는 정보 편식 현상으로,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정보를 주어 이용자는 제한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컴퓨터 등과 같은 다양한 미디어 형태로 커뮤니케이션을 생산하고, 읽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가 제안되고 있다.

2023학년도 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S50분반 6조가 '알고리즘으로 인한 확증편향의 심화'를 주제로 자문을 구하고자 월간말, 오마이뉴스, 시민의신문에서 활동했고 입법전문지 <여의도통신>에서 편집국장을 역임한 정지환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를 인터뷰했다. 

정 교수는 월간말 기자 시절이었던 1999년,  7개월 동안 "21세기 희망 지역에서 찾는다"라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 적이 있으며 조선일보의 친일행적과 족벌체제에 관하여 집요하게 추적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정지환의 인물파일', '남해군수 번지점프를 하다', '대한민국 다큐멘터리' 등 10여 권의 저서를 가지고 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 전통적인 매체가 그 파급력을 상당부분 상실하고, SNS나 유튜브가 정보를 접하는 주된 수단이 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공적인 통제를 받는 주류 언론과는 달리, SNS 나 유튜브에서의 정보들은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이 훨씬 큰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서 정부, 혹은 기존 언론인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교과서적인 답변이긴 한데요. 정부라든지 정치권보다는 먼저 언론에 대해서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언론 자유라는 것이 사실은 쉽게 얻은 게 아니었잖아요. 70년대, 80년대만 하더라도 언론이 권력에 굴종하던 시대였어요. 공보처에서 나온 보도지침대로 기사를 써야했고, 매일 저녁 9시 뉴스 전에 땡전 뉴스를 보도해야 했던 시대였죠.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때 조선일보의 김대중 기자는 계엄군들과 함께 광주를 바라보기만 했어요. 현장에 들어가 취재해야할 기자로선 부끄러운 일이었죠. 광주 시민을 폭도로 규정한 보도 덕분에 계엄군은 광주로 진격할 수 있었고요. 이후에도 그들은 진심으로 반성하거나 통렬하게 사죄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시민들에게 2차 가해를 가했던 언론들이 스스로 권력과 싸워서 얻은 언론 자유가 아니였거든요.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헌법이 새로 만들어진 거고 그로부터 36년의 시간이 흘렀죠. 그때 핵심은 직선제였어요. 그래서 적어도 대통령을 5년마다 국민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는 등의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것들은 이루어졌어요. 그 여파로 언론 자유라든지 노조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열릴 수 있었고요. 이때 언론이 자기 반성을 먼저 수행했어야 했어요. 광주시민을 비롯해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됐던 사람들에 대해 자기 고백과 반성이 필요한데, 이와 같은 것들은 수행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 덕분에 얻게 된 언론 자유를 마음껏 누리기만 했죠.

10년 후인 97년에 첫 번째 평화적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는데 언론이 과거 군사독재처럼 탄압하지 못할 것을 아니까 기고만장해서 언론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이에 시민들에게 신뢰를 상실하거나 적대감의 대상으로까지 여겨지게 되면서 불신의 대상이 되었어요. 이러한 와중에 언론지형이 바뀌면서 뉴미디어가 등장하게 되는데,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이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전통 언론이 자기 반성으로부터 출발하지 못한 것들 때문에 좀 더 가속화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선정적이고 왜곡된 보도들이 심화되는데, 이를 그나마 언론고시를 통해 입사한 엘리트 기자들이 속한 전통 언론이 정화하는 주도 세력이 되어야 했어요. 하지만 속보 경쟁 등이 이를 방해하고 기성 언론도 뉴미디어와 같은 형태, 또는 뉴미디어의 추종 세력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싶어요.

어떻게 기존 언론들이 대처해야 하느냐는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라틴어로 하면 아드 폰테스(Ad Fontes, 근본으로 돌아가라)라고나 할까요. 친일행적, 권언유착 그리고 국가안보상업주의 등 언론의 정도를 걷지 못한 것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합니다. 국민들이 내주는 구독료나 시청료에 의해 운영되지 못하고, 광고를 주는 재벌의 입맛에 맞는 여론을 만들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초래한 것도 반성해야 해요. 언론의 가장 기본적 원칙인 객관보도와 불편부당을 실천해 수많은 투쟁과 희생을 통해 언론 자유를 가져다준 학생과 시민에게 보답 했어야 하는데 그 출발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라도 차별성 있는 양질의 콘텐츠로 경쟁해야 해요. one of them이 아닌 only one을 추구해야 합니다."

- 교수님은 신문이 국민들이 정보를 접하는 주된 매체이던 시절, 일부 주류 언론의 횡 포에 저항하기도 하셨고, 국회를 기반으로 여의도 통신이라는 대안 매체를 모색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신문'이라는 기존 매체의 틀 자체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SNS가 초래하는 양극화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느껴집니다. 이에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 가진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 개인적인 고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정부와 언론 양쪽이 신사협정을 맺어야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전통 매체와 뉴미디어가 공존, 경쟁하는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 스템의 시대죠. 그런데 SNS나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는 익명성 뒤에 숨어서 극단 표현들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있거나 가짜 뉴스 등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제가 기자였던 시절은 전통 매체가 주도할 때였으니 전통 언론의 문제만 개혁하면 언론 문제는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확증 편향이 강화되면서 반대 진영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심해지고 악순환들이 반복되고 있어요. 전통 매체가 정화 필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선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한국 정치는 다양한 주권자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다당제가 아니고 적대적 의존관계인 양당제잖아요.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보라색이 되니까, 이 보라색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언론 스스로와 정치권의 역할의 부재도 사실이지만 시민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해요. SNS에 오래 머물기보다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 심신의 건강과 긍정성 등 이러한 것들을 키우는 것도 필요해요."

- 매체의 변화로 인해서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그나마 학생들은 개인에게 요구되는 미디어 능력을 기를 기회가 있겠지만,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은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를 일반 사회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함양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은 언론 매체 수용자들의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극단층이 양극화되어 있는 상태다 보니 자신들에게 유리한 뉴스만 신용하고 다른 쪽은 불신하고 있어요. 극단층 말고 중간지대의 사람들이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하는데 중도의 역할이 너무 협소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좌우의 극단층은 편향적인 자세로 너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이를 방관하거나 아예 무관심한 상태인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경희대 세계와 시민 수업에서 강조한 냉소주의에 기반한 10가지 생각의 덫에 우리 사회가 갇혀버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 필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독서 모임이든 걷기 모임이든 이런 이해관계를 벗어난 일상의 공동체들이 활성화돼야 그곳에서 정치를 주제로 건강한 대화를 시도해볼 수 있는건데, 코로나까지 겹쳐지다 보니 사회가 단절되고 개인들의 고립화가 심화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언론단체나 시민단체의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도 다양화되고 활성화되어야겠죠."

- 트럼프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 패배에 불복하여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때 페이스북 등을 통해 편향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하며 음모론을 사실이라고 믿게된 것 이 하나의 원인으로써 지적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교수님이 한국의 현실 에서 SNS의 필터 버블 현상이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부분을 개인적으로 체험하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런 상황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고 발등에 떨어진 우리의 문제이기도 해요. 한국에서는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부정선거 음모론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일상에서도 사람들이 확증 편향에 사로잡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 통하는 사람들끼리만 서로 이야기하고 확인하면서 안도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대중의 불안과 공포와 같은 것들, 이게 전쟁일 수도 있고 흉년 또는 전염병일 수도 있는데 그런 불안과 공포를 숙주로 삼아서 그러한 현상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건강한 사회가 작동하지 못하고 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어요. 각 개인들이 다양한 소모임을 통해 서로 소통을 하면 어렵더라도 거리나 일상의 공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단절되면서 SNS에 의존하는 게 더 심화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가짜 뉴스에 휘둘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수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전통적인 미디어의 역할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저희를 비롯한 청년 세대들에게 평생을 언론인과 교육자로 살아오신 교수님이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각자가 어떤 계획이 있는 삶, 자신만의 테마가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SNS에서 알고리즘 버블에 갇힌 채 계속 머물게 되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이 없어져버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민들의 성향이나 취향 등이 기업에 끊임없이 제공되는 거고요. 그래서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사용 시간을 정하고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저 같은 경우는 주말은 가능한 SNS를 보지 않고 독서를 한다든지, 산책을 한다든지, 동호회에 참석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통제하고 있어요. 그리고 주중 신문을 보다 보면 마음이 급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될 수 있으면 주중 신문을 안 보게 된 것 같아요. 주말 신문 같은 경우는 기획 기사들이나 서평 기사가 있어서 차분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기만의 시각이나 테마를 가지고 신문을 본다든지 해서 언론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SNS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을 조롱, 모욕, 욕설, 혐오, 적대하는 글에는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 다시 말해 동조하지 않는 것을 최소한의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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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S50분반] 6조 '핫식스' (회계·세무학과 강태린, 한의예과 김대헌, 경제학과 김진서, 사학과 이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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